이제부터 한 달 반 동안이 고비이다. 요즈음과 같은 장마철에는 후덥지근한 날씨와 더불어 갖가지 병충해가 기승을 부리고, 잦은 비와 함께 열과(裂果)도 속출하며, 가지도 웃자라 하늘을 향해 치솟고, 포도넝쿨은 뒤엉켜 가지와 잎을 휘감는다.
병충해를 예방하거나 잡기 위해 사흘이 멀다 하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독한 농약을 살포하고, 장마 비 속에서도 비옷을 입고 터진 열매를 속아내면서 탐스러운 포도송이를 다듬기도 하고, 장대 끝에 칼을 달아 힘차게 뻗어 나가는 세력 좋은 가지를 쳐서 기를 꺾기도 하고, 뒤엉킨 넝쿨은 끊어내어 바람과 햇빛이 잎새마다 골고루 스미도록 가지를 정돈하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겪고 난 후에야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포도 알맹이는 붉은색 빛을 띠면서 신맛과 단맛을 촉진시키게 된다. 한 여름 햇살이 기가 꺾일 무렵이면 흑자색의 회분으로 화장을 한 탐스러운 포도송이는 달콤하고 향긋한 향을 발하면서 추색이 감도는 바람을 타고 포도가지에 매달려 추천놀이를 즐기게 된다.
바로 이때 대학은 2학기 개학이 시작된다. 대학인들이 긴 여름방학을 맞아 때로는 한가하게 때로는 바쁘게 제 나름대로의 일에 젖어 있을 때, 포도나무는 알찬 포도송이를 만들기 위해 갖가지 병충해와 궂은 날씨에 맞서 수분을 세차게 빨아들이고, 햇빛을 잎새로 감싸기도 하며, 바람을 넝쿨로 붙들고 달래면서 최선을 다한다. 이런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포도나무에 탐스러운 포도송이가 매달릴 수가 없다.
우리의 대학인들도 여름철 포도나무처럼 소중하고 값진 일을 하면서 방학을 지내야 할 것이다. 만일 긴 방학을 보람 있는 일로 채우지 못할 때 다음 학기는 단순히 지난 학기의 연장선상에 있을 뿐 새로운 결실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학생은 이 여름을 뜨거운 마음으로 갖가지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젊음의 시간을 값있게 보내고, 교수는 다음 학기의 강의와 연구를 충실히 대비하기 위한 재충전의 시기로 활용하고, 대학행정가는 학생과 교수가 학문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상아탑을 새롭게 단장할 때 대학에 진리 탐구의 향기가 머물게 될 것이다.
한 여름의 시련을 이겨내고 한 알 한 알이 영글어 서로의 조화를 이루면서 아름다움과 향기를 발하는 탐스러운 포도송이가 되는 것처럼, 학생들과 교수들 및 행정가들이 나름대로 여름 시간을 값있게 보낼 때, 그리고서 개학 후 교내외의 갖은 어려움과 갈등을 협력과 대화로 극복하고 각 개체로서의 색깔과 향을 지니면서도 연합체로서의 조화를 이룰 때, 우리의 대학은 학문의 자유와 진리 탐구라는 알찬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의 각 구성원들이 이 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우리의 대학이라는 포도나무가 후일에 진리탐구와 학문의 자유라는 탐스러운 포도송이를 매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혹시 우리의 대학인들이 연일 계속되는 장마 비라고 혹은 찌는 듯한 무더위라고 두 손을 놓고 푹 쉬고만 있는 것은 아닌지 경각심에서 이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