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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 고래 한 마리 잡으러 떠나볼까?
성석제 소설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김재윤 / 탐라대 출판미디어학과 교수
우리 사회에서 정직하다는 것은, 원칙을 지키며 산다는 것은, 성실하게 일하는 것은, 양심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은 세상을 잘 모르는 순진하고 어리숙한 사람들의 일일까?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책이 있다. 풍자와 웃음, 현대판 판소리처럼 걸쭉한 입담을 보여준 성석제 씨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가장 소중하게 기억되는 것은 정직하게 원칙을 지키며 양심적으로 성실하게 사는 것임을, 곧 그것이 행복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책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창작과비평사)가 그것이다.

일곱 편의 중.단편이 실린 이 책에서 남의 비웃음을 받으며 살면서도 비루하지 아니하고 홀로 할 바를 이루는, 자신의 고통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들의 상처입은 울음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바보라고 아무도 보증을 서주지 않아 빚도 없는 그가 '농가부채 탕감 촉구 전국 농민 총궐기대회'에 모두가 두고 간 경운기를 혼자 끌고 백 리 길을 달려간, 늘 궂은 일을 도맡는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의 황만근 씨를, 의부증 증세가 있는 부인이 간통죄로 고소하자 아무 죄가 없으면서도 부인이 상처받을 것을 염려해 자신을 처벌해달라고 애원하는, 남에게는 민망할 정도로 잘 해 주는 '천애윤락' 의 동환 씨를, 책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놀라 방에서 나오다 발을 잘못 디뎌 마당에 나동그라진 상태에서도 이웃이 "아, 파스?"라고 하자 "아이고오, 그게 파스가 아니라 패친데…. 파스란 말은 바바리나 호치키스 같이 제품 이름에서 나온 잘못된 이름" 이라고 중얼거리는 '책'의 당숙을 온몸으로 만날 수 있어야 한다.

황만근 : 체면이 뭐가 문제라. 사람이 지 손으로 일하고 지 손으로 농사 지어서 지 입에 밥들어가마 그마이지. 남 쳐다볼 기 뭐 있노.

동환 : 나, 나 말야,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주고 싶었어.

당숙 : 그 사람 귀양에서 빨리 풀리려고 힘을 좀 썼겠구나.

남가이 : 아무리 멀리서 봐도 사람처럼 보이는 얼굴, 명백히 사람일 수밖에 없는 얼굴, 이런 얼굴이 미남의 얼굴이야. 잘생겼다는 건 사람답다는 걸 말하는 거지.

이제 우리는 이들에게 행복을 돌려주어야 한다. 가진 자들이 더 많이 갖기 위해 부정한 방법을 거침 없이 쓰도록 방관하거나 협조하지 말아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솔직하게 고백하고 새로 시작하는 용기를 보여 주어야 한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를 때, 욕심 많은 한 사람을 위해 수많은 착한 이들이 고통받는 일들도 사라질 것이다.

아마 작가도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음지에 있어도 양지를 잃지 않는, 양지에 있어도 음지를 잊지 않는 사람을 꿈꾸며 이 책을 썼을 것이다.

루소는 "세계에서 가능성의 영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좁지 않다. 그 영역을 협소하게 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나태함과 악습, 그리고 편견들이다"라고 했다. 우리 자신이 나태함과 악습, 편견을 답습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 책을 통해 되돌아보면 어떨까?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마음으로 읽어야 할 책이다. 작가의 말처럼 마음 속 고래 한 마리 잡으며… 그렇게 말이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3-06-10 오전 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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