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회복되어 하반기부터는 기업들의 채용이 활발히 이루어 질 수도 있다는 내용이 언급되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경기는 회복될 전망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제는 뉴스를 바라볼 때 주식과 관계없는 학생이라 할지라도 종합주가지수의 상, 하강 양상은 무의식적인 관심의 대상이다.
방학이다. 무더운 여름방학이다. 캠퍼스의 모습이 궁금하다. 우리 학생들은 방학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아마도 취업준비 하느라 도서관에 있을 것이다. 틀렸다. 직접 찾아본 캠퍼스의 도서관에는 빈자리가 많았다.
두 군데의 학교를 찾아갔다. 무더위에 지친 탓인지 캠퍼스 안은 답답했다. 학생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개강을 하고 수업 들으며 끙끙 앓았던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방학이라니 시간이 무상하다. 비싼 등록금 내고 과연 무엇을 배웠을까 하는 허탈감마저 든다.’ 상당수의 학생들은 이러한 생각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필시 자기 전공이 있을진대 방학이 시작되고 본격적으로 펼쳐본 책은 영어책과 고시수험서가 전부이니 말이다.
활기가 넘쳐 나야할 대학이 너무 조용했다. 캠퍼스 내 곳곳의 게시판에서 소위 ‘대자보’라 불리는 종이는 찾기가 힘들었다. 대신에 각종 특강 안내 포스터가 게시판을 도배하고 있었다. 영어, 중국어, 일어, 컴퓨터, 자격증 특강. 고시학원, 유학원 광고 포스터. 어쩌다 한번 학생회에서 붙인 자보 한 장. 공공 게시판이라기보다는 광고 게시판으로 전락해버린 모습을 보고 도서관으로 향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서관에 들어갔다. 시험기간이 아니고서는 부쩍 대는 학생들의 잡담소리를 듣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여지없이 조용했다.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어긋난 추측이었다. 열람실을 들어섰을 때 에어컨 바람은 매우 시원했다. 엎드려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영어책을 보고 있었다.
공무원 수험서도 눈에 띄었다. 전공서적으로 보이는 책이 있는 자리는 반드시 전공서적만 봐야 하는 특정 전공학생들 이외에는 거의 없었다. 도서관 출입문에서 만난 관리아저씨는 학생들 숫자가 매우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도대체 학생들은 어디에 있을까? 방학이라 캠퍼스는 공사하는 곳이 많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에 커피한잔 들고 그늘에 앉아 있기가 더 힘들다.
학생들과 숨바꼭질 하다가 찾은 곳은 학생전문 해외여행, 유학 상담소. 번호표를 뽑아 대기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여기 저기 창구마다 상담하는 소리가 시장을 방불케 했다. 국제학생증이란 것을 받아 나오면서 흐뭇해하는 학생의 얼굴을 보았다. 이것이었군. 이제는 필수코스가 되어버린 해외연수. 시대별로 대학생들의 ‘나름대로 법칙’이 있는데 요즘 학생들에게는 1,2년 학교 다니다가 휴학하고 해외로 배낭여행이나 어학연수를 가는 것이 기본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졸업 후 입사지원서를 내밀려 하면 외국어 실력과 해외 연수 경험을 적으라는 공란이 있으니 채우지 못한 서류를 제출하기는 부끄럽다는 것이 이유가 되겠다. 아니 그보다도 수준이라도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영어권 국가 어디를 가도 한국 사람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견문의 확장, 새로운 문화로의 접근. 이 같은 이유라면 해외 연수는 권장할만한 선택사항이다. 지금처럼 수준 맞추기식의 필수사항 출국은, 글쎄 그다지 바람직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
학문의 전당이라 불리는 곳. 대학. 우리 시대의 대학은 학문을 거부하고 있다. 취업준비를 위한, 높은 수준의 연봉을 부를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기 위한 조건에 불과하다. 해마다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조사해보면 자기 전공분야의 지식보다는 오히려 비전공분야인 외국어나 특정 직종에 관계된 지식이 더 충실한 것으로 나타난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알고는 있지만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는 모든 것이 익숙해진 탓에 모른다. 학교에서 사라진 학생들. 그들은 지금 너나 할 것 없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 그것을 이행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되기 때문이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 어쩔 수 없음을 토로하지만 십수 년을 공부해오면서도 모자라 외국까지 가야하는 상황이 가슴 아프다. 대세만이 능사는 아니다. 변화와 개혁의 바람은 자그마한 나비의 날갯짓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새삼 떠올린다. 차정인 객원기자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재학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