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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자유는 실종되었는가?
이정규 / 본지 전문위원,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홍익대 겸임교수
오늘날 우리 대학에 과연 ‘학문의 자유’는 존재하는가? ‘학문의 자유’(Academic Freedom)란 ‘법이나 기관의 규칙 혹은 공공의 압력으로부터 부당한 간섭이나 제약을 받지 않고 지식을 가르치고, 배우고, 추구하며, 연구할 수 있는 교사와 학생의 자유’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헌법 제22조 1항에도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헌법 제31조 4항에도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천명하고 있다. 또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보장은 교육기본법 제5조 1항에 명시되고 있으며, 동법 제14조 1항엔 교원의 전문성이 존중되어야 함을 언급하고 있다.

학문의 자유와 교육의 자율성과 전문성 보장을 헌법과 교육기본법에 명시하면서 동시에 고등교육법 제5조 1항에 “학교는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의 지도·감독을 받는다”고 정하여 제약을 두는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및 대학의 자율성마저도 법률이나, 각종 명령, 판례, 조약, 자치법규 등의 법원(法源)에 의해 직․간접적인 제약이나 구속을 받게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학교교육법관련 법원(法源)은 ‘부당하지 않은 제약’을 명문화함으로써 학문의 자유에 대한 ‘실정법의 모호성과 흠결성(欠缺性)’을 드러내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후 지금까지 교육부는 대학에 대하여 법률과 각종 명령의 이름으로 지도·감독권을 행사하며 수많은 간섭과 제약, 압력과 강요를 되풀이 하여왔다. 이로 인하여 대학은 자율과 자주라는 단어조차 망각할 지경에 이르렀고, 획일과 복종만이 아카데미아를 장식하면서 적당과 무사안일의 깃발만이 한 동안 상아탑에 걸려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대학들 또한 경영과 관리 그리고 행정의 편의 아래 가시적 혹은 비가시적으로 교수와 학생의 권리와 학문의 자유를 억제하거나 침해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다행히도 세계화 바람이 불어 닥친 근자에 이르러선 국가경쟁력 제고 혹은 고등교육의 질적 향상이라는 명목으로 대학의 자율성, 다양성, 특수성, 수월성, 전문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런 바람 덕에 지난날보다는 다소 사정이 나아졌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나, 우리의 대학에 ‘학문의 자유’의 기본 원칙인 ‘가르침의 자유’(Lehrfreiheit)와 ‘배움의 자유’(Lernfreiheit)가 살아 있는지 엄정히 묻고 싶다. 더욱이 대학인 모두가 마음껏 ‘학문의 자유’를 향유하고 있는지 냉철히 묻고 싶다.

교수들은 그들의 지적 호기심을 야기할 수 있는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탐구하고 있는지, 탐구의 결과를 학생들과 동료 그리고 다른 사람이나 매체에 자유롭게 발표하고 있는지, 이러한 탐구 자료나 과정 및 결론이 아무런 통제나 검열을 받지 않고 발행되고 있는지, 전문성을 가지고 타당한 방식으로 가르치고 있는지, 개인 생활에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자유와 권리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진솔하게 묻고 싶다.

그리고 학생들은 자유를 포함하는 기본권과 관련된 주제들을 마음대로 배우고 있는지, 이러한 것들에 대해 결론을 내리고 그들의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처럼 공통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즐기고 있는지를 솔직하게 물어 보고 싶다.

친애하는 대학인들이여! ‘학문의 자유’는 언제나 우리들 가까이에서 뜨거운 손짓을 하고 있다. 이를 반기느냐 외면하느냐는 여러분들 자신에게 달려 있다. 그대들이 이를 맞이하여 자유를 만끽한다 할지라도 자칫 도를 넘어서 개인이나 집단의 이기적인 권익을 위해 오용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학문의 자유’는 칼과 같아서 어떤 용도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영육을 보양하는 음식을 만드는 유용한 칼이 될 수도 있고, 우리의 육신을 상해하는 해악한 칼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3-07-14 오후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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