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대개는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 의욕이 넘쳤다. 두 시간짜리 녹음 테이프가 다 돌아 갔는데도 더 붙들고 놓아 주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만큼 하고 싶은 얘기가 많으며 그것은 모두 그 분야의 그 분들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소중한 주장과 증언과 지식이었다. 그만큼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해야 할 귀한 역할이 많이 남아 있는 분들이다.
김지하를 비롯해서 이호철, 남정현 등이 군사 정권 시절에 걸어온 험한 길을 보면 아직도 넘치는 그 패기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신비하다. 조정래는 지금까지 우리 문학사에서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는 큰 문학의 유산을 남기며 이 때문에 대수술등으로 목숨을 걸다시피 했다고 실토하면서도 또 시작할 모양이며 묻는 질문마다 열변을 토한다. 그리고 김태길교수는 팔십을 넘었는데도 철학으로 세상을 바로 잡겠다는 기세로 철학 무크지를 내고 또 수필집도 내고 있었다.
전북 익산의 자택에서 만난 이이화 선생은 대담을 마치자 맥주를 내 놓고 잘못된 과거의 역사에 분노하며 얘기가 끝나지 않는다. 이청준은 잠실공원의 벤치에서 만났다가 너무 요란한 매미소리 때문에 쫓겨 다니며 공원안을 헤매기도 많이 헤맸는데 나야 내가 좋아하는 작가니까 그것도 재미있었지만 끝난 후 내민 봉투가 너무 적은 듯해서 미안했다. 그런데도 그는 또 자기가 점심을 사겠다고 붙들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의 아내가 그렇게도 긴 시간을 저만치서 차에 혼자 앉아 우리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분들이 이 땅에서 힘들게 살며 남겨온 많은 귀한 업적을 생각하면 다시 한번 만나서 긴 대화의 시간을 마련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