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난 IMF 사태를 맞아 대학에도 불어닥친 경영위기는 사실상 예견됐던 문제라 볼 수 있다. 대학경영위기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70년대 중반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사립대학체제를 갖춘 국가들에게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대학경영의 원인은 대학의 양적 팽창과 사립대학의 취약한 재정구조 그리고 일부 비효율적인 행정체제와 학사운영에서 원인을 찾아 볼 수 있다. 빈약한 국가재정지원과 재단 전입금, 높은 등록금 의존비율 등의 우리 사립대학 현실을 감안한다면 대학의 경영위기는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구조적인 요인으로 지적되는 대학간의 과당경쟁과 백화점식 학과증설에 따른 중복학과 구조, 전문성이 결여된 인적 구조, 일부교수들의 전공이기주의에 의한 불합리한 교과과정 운영 등도 중요한 대학경영 위기의 원인임에 틀림이 없다.
결국 이러한 취약한 재정구조와 비효율적인 학과, 학제, 교과과정 운영 그리고 안이한 대학구성원들의 자세 등의 복합적 요인들이 오늘날 대학경영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경영 위기를 실감한 대학들은 90년대 후반부터 대학 경영과 발전 방향에 대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외형적으로는 혁신으로 한걸음 내딛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대학 경영의 현상은 쉽게 변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대학은 여전히 교육기관이라는 관점에서 점진적인 개혁만을 추진했을 뿐, 대학도 하나의 ‘기업’이라는 관점에서의 근본적인 혁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 경영 관점에서 대학을 혁신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대학의 포지셔닝을 명확히 해야 한다.
시장의 교육 수요는 어떻게 변화하는지, 우리 대학이 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우리 대학의 역량과 자원은 무엇인지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 대학의 차별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
4년제 대학이라고 하여 모두 아카데미즘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학령 인구의 약 70%가 대학을 가고 있다. 더 이상 대학은 엘리트 교육 기관이 아니다. 과거의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가 담당했던 역할을 대학이 담당하고 있다.
학문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대학원 이후 과정에서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많은 대학들이 실용성과 실무 지향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포지셔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교육 상품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천편 일류적인 3학점 강의식 수업으로 이루어진 방식을 탈피하여, 일부 과목의 경우 인터넷을 활용하고, 일부 과목은 타 학교와의 제휴 수업 같은 형태로 구성된 새로운 교육 상품을 개발하여 교육 원가는 낮추면서 교육 효과는 더 높이는 새로운 교육 상품의 개발이 요구된다.
셋째, 대학 경영에 확실한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
필자는 유치원부터 대학에 이르는 우리 교육 기관 중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교육 기관은 유치원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유치원 교육 시장에 경쟁이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끼리는 경쟁이 치열하다. 또 특정 유치원 내에서도 근무 실적이 좋지 않은 유치원 교사는 자리를 유지할 수 없다.
우리 대학의 경우 대학간의 경쟁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으나, 대학 내에서의 경쟁 및 도태 시스템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기업 관점에서 본다면, 경쟁이 없는 기업은 생각할 수 없다. 내부 경쟁이 없으면 기업의 역량은 떨어지고, 그 기업은 곧 고객으로부터 외면받게 된다.
우리 교육 현실에서 내부 경쟁의 부재로 인한 폐해는 대학뿐만 아니라 초중고등학교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난다. 내부 경쟁이 없으니 교육 품질이 떨어지고, 결국 학생들의 정신을 학원에 빼앗겨버리는 결과가 일어난다.
내부 경쟁의 부재는 수준 낮은 교원들이 도태되지 않는다는 단점뿐만 아니라, 양질의 교원들의 근무 의욕을 낮게 한다는 점에서도 매우 부정적이다.
넷째, 대학간의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흡수, 합병을 통해 교육 품질을 높이고, 교육 원가를 줄여야 한다. 정원 50명짜리 학과에 교수 2명이 있는 것보다는 정원 100명짜리 학과에 교수 4명이 있는 편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M&A를 통한 경쟁력 제고가 굳이 기업에서만 이루어져 할 이유는 없다.
대학경영위기의 일차책임이 대학에 있다면 간접적 책임은 국가와 사회에 있다 하겠다. 대학교육시장의 여건도 마련하지 않은 채 경쟁원리를 도입하려는 정책도 문제이고 대학에 대한 관심과 투자 없이 배출된 인력의 질에 대한 비판만 하는 사회도 책임이 있다. 대학은 대학 스스로 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온 국가와 국민이 육성해야 하는 기관이다.
대학은 이제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효율적 대학’으로 전환할 때이다. 지금과 같은 저효율 고비용 구조를 탈피하여 특성화화 다양화를 통한 기능 분화를 해야 하며 대학간 협동체제를 적절히 활용하여 대학집단 경쟁력을 제고해야 할 때다.
21세기는 개별대학 생존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의 집단생존전략이 더 중요하며 대학간 수평적 협력이 활성화 되여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