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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문제 유출은 가능한가
족집게는 잔털이나 가시를 뽑는 도구다. 산에 가서 나무 하고 장작 패며 살았을 때는 손에 늘 가시가 박혔기 때문에 족집게 없이는 살 수가 없었다. 또 여인들에게는 필수적인 미용도구였다. 눈썹을 새로 그리고 얼굴과 겨드랑과 종아리등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서는 늘 족집게로 털을 뽑아야 했다.

이런 족집게는 방물장수가 팔러 다녔는데 지금 서울의 강남에서는 몇 천만원까지도 부른다는 족집게가 팔리고 있단다. 다만 이것은 암거래이기 때문에 실체 확인은 어렵다. 그래도 돈만 있으면 그것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1년에 1억원을 들여도 그것이 진짜 족집게라면 그 몇배의 수입이 일생동안에 걸쳐서 보장될 수도 있고 자식들을 그만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으니까 살 사람은 많을 것이다.

수능고사 문제를 미리 알아 맞춰 준다는 비밀 과외선생이 바로 그 족집게들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사실일까? 출제문제를 미리 알아 맞출 확률은 무한분의 1이다. 출제경향에 대한 경험과 과학적인 분석과 예리한 판단을 통해서 어떤 유사성에 접근할 확률은 무한분의 1은 아니더라도 역시 수많은 검은 털 속에서 흰털 하나만 쏙 뽑아 내는 정확성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이번의 수능 파문을 보면 진짜 족집게의 가능성을 전연 배제할 수는 없다.

수능 출제 문제를 미리 알려면 출제자에게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의 명단은 출제 후에도 보안이 유지되도록 조치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보안 유지는 검증할 방법이 없다. 그러므로 한번 출제자는 반복 출제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번에 보면 8회 반복출제자를 비롯해서 60명 정도가 2회 이상 5회, 6회씩 반복 출제위원이 되었다.

물론 그들은 그만큼 그 분야에서 유능한 전문성을 발휘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이 한번만이라도 출제자가 되고 이것이 일부에게 비밀리에 알려지면 입시 준비생들이 몰려 들 터이고 그가 학원강사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비밀과외가 가능하므로 같은 출제자의 반복은 근원적으로 문제 유출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이고 여기서 족집게가 나올 수 있다.

또 출제위원의 반 이상이 서울대 출신이라는 것도 그렇다. 이것만으로도 족집게를 찾아낼 확률은 훨씬 높아진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수고해온 여러 출제위원들의 노고를 폄하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출제위원 위촉의 관행에서 이런 엄청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고쳐 보자는 것이다.

지금의 입시제도는 공정한 경쟁을 근원적으로 막고 있다. 돈의 위력과 도덕적 해이가 공정 경쟁의 룰을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또 수능 시험은 수험생들뿐만 아니라 부모까지도 사활을 걸고 있는 문제이다. 그런데 소위 국가가 관리해 온 수능 시스템의 수준이 그 정도였다니 개탄스럽기 그지 없다. 윤 부총리가 이번 복수 정답 인정 등 수능 사태에 대해서 사과하고 향후 대책까지 밝혔는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보다는 좀더 우리 사회의 근원적 모순에 대한 분석과 미래 지향적 철학을 통해서 수능 고사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3-11-29 오전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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