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국제경쟁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정부가 선택한 정책입안의 화두는 선택과 집중이다. 선택과 집중은 기업 경영진이나 대학의 CEO들도 흔히 입에 올리는 수사학적 화두이다. 국가가 정책을 추진할 때 선택과 집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정책 실행을 뒷받침 할 소요예산이 한 푼이라도 낭비가 없도록 하기 위한 안전잠금장치가 되기 때문이다. 국민의 혈세를 의식하겠다는 정부의 자세이며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의 바른 표현이다.
국가정책 집행의 효율성만을 고려하면 선택과 집중은 당연하다. 그 당연한 것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국가 부문 부문이 제대로 연결되어야 한다. 모든 것이 시스템적으로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정부부처들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업처럼 작동해야 한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조직은 과감히 폐기 처분해야 한다.
당장은 흑자지만 성장이 뒤처질 것 같은 것은 미리 정리하고, 그 여력을 다른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마치 영리조직이 일하듯이 정부 부처들도 선택과 집중에 따라 헤쳐모일 수 있어야 한다. 그 옛날 비영리조직 속성 그대로 놔둔 채, 말로만 선택과 집중을 실천하면 오히려 재앙만 자초한다. 선택과 집중이 씨가 먹히기 위해서는 마치 자동차의 기어가 속도의 증감에 따라 자동적으로 이어지고 끊어질 수 있듯이, 정부 조직들이 기계적으로 연계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학이나 정부는 기업과 같은 영리조직이 아니다. 그 토대부터가 비영리 조직이다.이런 조직에서 CEO들이 그냥 언변으로 시도하는 선택과 집중은 그들 조직에게 치명적인 상처나 남긴다. 그런 식의 위험과 재앙은 생물계에서도 나타나고, 기계에서도 사실로 증명된다. 대학 역시 선택과 집중의 재앙을 피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사람이 건강하게 살기위해서는 심장이 튼튼해야 한다. 그래서 심장보호를 선택하고 심장보강을 집중했다 치자.
그렇지만, 심장만을 집중적으로 보호받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다리 한 쪽을 못 쓰게 되면 그의 기능은 끝난다. 사람의 신체구조가 기업조직처럼 선택하고 집중할 수 있는 부품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행기도 마찬가지이다. 엔진용량을 인공위성처럼 집중적으로 키운 비행기라고 하더라도 두 바퀴가 부실하면 대형사고나 낸다. 지금의 지방대학 난맥상도 따지고 보면 선택과 집중정책이 부작용한 결과이다. 지방대학이 우후죽순으로 세워진 것은 지방대학의 설립을 재촉한 대학설립준칙주의 덕분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후속될 Post BK21 정책 역시 그 결과가 위태위태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는 정부정책에서 정책입안자 스스로 경계해야 돼야 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관료주의적 발상이다. 사려깊지 못한 절차주의와 반성 없는 업적주의가 정책을 언변으로 포장해놓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학 경영진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선택은 하나를 봐주기 위해 여럿을 포기한다는 약속이고, 집중은 선택한 그 하나에게 특권을 주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포기된 것에 대한 배려 없는 선택은 위선으로, 집중한 것의 실패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기만으로 나타난다.
대학에서 선택과 집중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대학시스템부터 먼저 균형과 발전으로 구축해 놓아야 한다. 대학 시스템의 균형과 발전은 대학교수로부터 시작된다. 교수의 연구력이 대학발전의 기초이며, 그들의 학문력이 대학발전의 토대이다. 그래서 교수 존중정신이 대학에서 우선해야 한다. 대학의 경쟁력은 교수의 학문능력으로 결정된다. 교수존중의 풍토를 젖혀 놓고서는 대학에서 그 어떤 선택, 그 어떤 집중의 정책도 무용할 뿐이다. 대학경쟁력이 뛰어난 외국대학일수록 교수 존중 정신 역시 투철하다. 오늘의 대학책임자들은 외국대학에서 그것 하나라도 제대로 벤치마킹하면서 선택과 집중문제를 재고해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