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깔끔한 표준말을 쓰며 다리를 절지 않는 출판문화지원국 실장은 어떤 부자가 등장하는 영화 시나리오를 검열하면서 그것이 자신의 이야기라고 판단해 작가를 추적한다.
검열이 상징하는 권력의 통제. 그건 노골적인 군부 독재일 수도 있고 보다 은밀하고 냉철하게 진행되는 자본주의일 수도 있다. 50년의 시간 차를 두고 벌어지는 반복적인 상황, 그 추적의 끝은 자신의 역사(기억)와 현재가 만들어낸 거울 같은 혼란의 미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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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은 아리엘 도르프만의 소설 <독자(The Reader)>이다. 아리엘 도르프만은 파블로 네루다,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뒤를 잇는 남미 출신의 세계적 작가로 평가 받는 인물. 그의 작품 <죽음과 소녀>를 극단 미추에서 여러 차례 무대에 올린 바 있으며 최근엔 회고록 <남을 향하며 북을 바라보다>가 국내에 출간되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거와 미래가 현재 위에 교차하며 공존하는 이번 작품의 경우 난해할 수도 있는 내용과 주제를 연출가 한국종합예술학교 연극원 박상현 교수가 번안까지 직접 맡아 정교한 구성과 탄탄한 긴장감으로 풀어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색다른 형식의 무대. 미궁처럼 교차 전개되는 극의 특성은 다차원적인 무대 형식에서도 잘 드러난다. 보이지 않는 벽을 통해 배우들은 내부와 외부를 넘나들게 되며 대칭적인 무대와 객석 형태, 그리고 중층적인 구조 등으로 새로운 형식미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인물의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연기하며 진실을 추적하는 검열관 역을 맡은 배우 박지일 씨의 연기도 중요한 몫을 하고 있다. 지난 해 히서연극상과 서울공연예술제 연기상을 수상한 바 있는 박지일 씨는 최근 영화와 드라마로도 활동 영역을 넓혀 많은 이들에게 낯설지 않은 얼굴. 매번 다양한 역할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창조해내는 실력파 연기자로 정평이 나 있으며, 이번 공연에서도 그의 날 선 내면 연기를 유감없이 만날 수 있다.
극단 파티는 윤영선, 이성열, 박상현, 김동현, 남긍호 등 역량 있는 작가, 연출가 군이 모여 만든 창작 네트워크로, <키스>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 등 몇 편의 작품을 올려 왔으나 이번 작품이 공식적인 창단 작품이다.
12월 7일까지, 월요일 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문의: 문화아이콘 (02)762-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