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와 특별연구위원회를 몇 차례 가지게 되면서 대학원장들은 우리의 대학원이 처해 있는 현실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대학원장들은 대학원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인식을 함께 하면서, 대학원 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대학원의 정상화가 급선무라고 절감하였다.
대학원장들은 이제 더 이상 현란한 변명으로 대학원이 처한 현실을 위장, 은폐하려고 하기보다는 우리의 실제를 적시하고, 현실적이며 실용적인 실천과제를 찾아내어,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와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에 와 있다는 진단을 내리게 되었다.
이러한 취지에서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심포지엄의 주제를 『대학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실천과제』로 정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글은 3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발표되고 논의되었던 내용을 중심으로 마련된 것이다.
▲왜 대학원이 위기인가
대학원의 현실은 위기로 치닫고 있다. 그 요인은 크게 세 범주로 묶을 수 있을 것이다. 그 하나는 대학원의 위상 내지 이념의 불확실에 기인한다.
대학원은 대학에 얹혀 있는 더부살이쯤이라는 인식이다. 이것은 대학원으로 하여금 자율적 노력으로 다양한 사회적 시대적 요구에 실질적으로 대응하려는 주도적인 자세를 저해하고 있다. 대학과 대학원은 각각의 특징과 위상에 적합한 교육목표를 세우고 교육과 연구 활동의 기능을 적절히 배분하면서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배분과 공유가 학부중심이냐 대학원중심이냐 로 단순 이분화 되는 접근이어서는 아니 된다. 학부가 말이라면, 대학원은 기수일 것이다. 대학원의 기본을 찾는 데에서 이 위기를 극복하는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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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원 살리기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열린 대학원장협의회 한 장면 / 한국대학신문자료사진 |
그런데 질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대학원에 그 일을 맡기기보다는 소위 선진국의 대학원에 맡기는 방법이 단기간적으로는 생산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었다. 물론 초창기 우리의 대학원들은 인적으로나 물적으로나 열악한 여건에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심각한 것은 지금도 선진국에 대한 의존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도 대학도 우리의 대학원을 세계적으로 육성하고 거기서 실력과 능력이 아우르는 인재를 배출하고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정책도 미약한 것이 현실이다.
그 셋은 우리의 대학원이 희망의 부재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대학원 교육의 본질은 교육의 수월성을 추구하는 데 있다. 그러나 양적 성장에 따르는 어느 정도의 질적 저하는 불가피하다. 양적 성장과 질적 저하는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반비례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대학원이 처해 있는 현실은 질량의 상반성에서 볼 수 있는 그러한 관념적인 차원만이 아니다. 우리의 대학원과 대학원생들은 다함께 희망의 부재, 미래의 부재, 비전의 부재에 사로 잡혀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요즈음 언필칭 학벌의 파괴를 말하곤 한다.
학벌이 저지른 폐해를 지적하자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학력의 파괴 학문의 경시를 가져오고, 교육의 공황을 초래하는 데 부채질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할일이 없고 오라는 데도 없고 부러움도 없다는 것이 우리 대학원생들이 처한 처절한 현실이다.
▲대학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몇 가지 실천방안
문제의 핵심은 이 위기의 상황을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에 있다. 정부와 대학의 정책 및 의지의 부족에 그 위기의 탓을 돌리고 거기서 처방이 나오기를 기다리고만 있을 수 있는 현실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제 대학원이 주도적으로 대학원의 위기극복에 나서야 한다.
우선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의 대학원이 구태의연하게 저지르고 있는 문제점들을 과감하게 적시하고, 그 잘못을 시정하고 바르게 질정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것은 교육정책의 검토 등 총체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종합적인 사안으로, 실용적인 실천방안을 구체화하고, 우리의 대학원이 주도적으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을 수 있었다. 심포지엄에서 논의되고 제시된 실천방안은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로, 대학원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다. 요컨대 고등교육법에 의하면 일반대학원과 전문대학원, 그리고 특수대학원의 위상 및 관계가 정립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외견상으로는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일반대학원이 지향하는 전문지식과 능력을 갖춘 인력의 배출이라는 외형상의 요구가 어느 정도는 충족되고 있는 수준이기는 하다. 그러나 신학 의학 법학 등 전문대학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교육이 대체로 일반대학원 과정으로 편입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고, 그 결과로 학문의 심화과정으로서의 대학원교육이 전문인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 간주되는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왔다.
더욱이 외부적 요구의 시의성에 수동적으로 영합하게 되면서 대학원의 장기적인 전망이나 발전계획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학부에서는 학부를 증원하기 위한 편법으로 비슷한 첨단학과를 증과하고, 이러한 학부의 운영방법이 그대로 대학원으로 연장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대학원이 유사학과를 통폐합하는 등 학문의 성격에 충실하도록 자율적으로 구조조정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둘째로, 대학원의 획일성이라는 틀을 깨는 일이다. 우리의 대학원들은 대학의 설립이념이나 지역의 특성, 대학원생의 수준이나 기대가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대학원들이 교육편제 학위제도 전공구분 교육과정 등에서 거의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학부의 경우에는 교육목표 및 교육과정 등에서 특성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대학원의 교육은 획일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할 것이다. 대학원이 존립의 의미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특성화되어야 하고, 지역사회 및 산업체와 협력 체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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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원 살리기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열린 대학원장협의회 한 장면 / 한국대학신문자료사진 |
▲대학원생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셋째로, 대학원생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대학원을 졸업하고도 교수가 될 수도 없고 취업도 어렵게 되었다. 어떤 기준에서 인지는 몰라도 국제경쟁력이나 실무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유수한 기업체들은 인력채용을 외국에 나가서 해오는 것을 자랑삼고 있다. 대학원이 배출하는 인력이 검증되지도 않은 국제경쟁력 부족이라는 이유로 사회전반에서 외면당하게 되고, 그 영향으로 대학원을 지망하는 지원자가 줄어들게 되고, 그것은 대학원의 교육에 대한 지원의 부실로 이어지게 되고, 그래서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도저히 깰 수 없게 되어버렸다.
학문에 뜻을 둔 자랑스러운 우리의 대학원생들에게 국가와 사회는 실질적으로 각종 지원과 혜택을 해주어야 한다. 장학금의 지급은 기본이어야 하고, 병역에도 특혜를 주어야 한다. 산업체에서도 경쟁력의 부족만을 탓하지 말고 대학원에 대한 재정적 지원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대학원생들의 노력을 제대로 평가해주고 교육기간을 인사고과에 반영해주는 등 적절한 배려와 조치가 있어야 한다.
넷째로, 대학원은 경쟁력의 제고를 위하여 평가를 받아야 한다. 경쟁과 평가 없이는 자발적인 개선이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학원 스스로 경쟁을 자청해야 하고 평가를 받아들여야 한다. 스스로 정상화의 수준과 기준을 마련하고, 대학원 교육의 수월성을 이룩하기 위해 발전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리가 일찍이 어떤 모습의 대학원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대학원에 대한 자체평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면, 나아가서 공공성을 지닌 평가기관으로부터 평가를 받아왔다면, 대학원이 오늘과 같은 정체와 공동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협의회에서는 3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마무리하면서, 대학원 교육의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조사와 연구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협의회에 상설기구로 『대학원제도연구위원회』를 두기로 의결하였다.
이 기구에서는 대학원의 적정한 교육여건의 기준을 제시하는 일을 비롯하여 각종 실태조사를 토대로 구체적인 실천방안 등을 제안하는 일들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