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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뽀] “취업 한파...부모 보기 민망해요”
▲ 최근 학원가도 취업 전문 과정을 개설하여 미취업 자들을 재교육하는 프로그램들을 내놓고 있다. / 김준 기자

지난달 30일 오후 5시, 서울 K대학 대강당. 외국계 기업인 R회사의 취업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시작하기 30분 전부터 취업 준비생들이 밀려들어 3백여 석이 넘는 자리는 일찌감치 동났다. 한 자리에 모인 이들은 기업 모집요강을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눈을 떼지 않고 있다.

발표자의 취업 전략 소개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부지런히 필기하고 있는 모습에는 진지함이 묻어있다. 이날 참여한 취업 준비생들의 열기는 최근 심각한 취업난에 대한 불안감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충분히 짐작케 했다. 숨소리까지 들릴 듯 긴장된 현장에서 취업준비에 여념 없는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두 달 새 원서만 30통, 부모님, 후배들 보기 민망해요”

이날 참여했던 사람 중에는 졸업을 앞둔 4학년들이 특히 많았다. 서울 소재의 소위 명문대에 재학 중인 이모양(영어영문 4)은 올해 하반기에만 벌써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30여 곳에 입사원서를 제출했지만 면접을 보러오라고 연락 온 곳은 4군데에 지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호주에서 중, 고등학교를 나와 원어민 수준의 영어 회화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이양은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영어 실력 하나만 믿고 있었는데 영어만 잘 하면 취업이 보장되던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고 말하며, 자격증 두세 개씩 가지고 있는 사람에 비해 너무 준비가 안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최근 정보검색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또 실제 구직 현장에서 여성들의 취업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어렵게 느껴진다고 털어놓았다. 실질적으로 여성부와 노동부가 통계청의 ‘2003 상반기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여성들의 취업현황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중 대졸 여성들의 실업률은 4.5%로 대졸 남성 실업률 (3.4%)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군 입대 기간을 포함해 대학에 입학한 지 8년 만에 졸업했다는 명문대 출신 이모군(29). 대학 4년을 4.5년생으로 졸업한 그는 지난해 겨울, 졸업 학기를 맞았지만 취업길이 여의치 않자 한 학기를 더 등록해 올 여름 졸업했다. 이씨는 남들 다 가는 어학연수를 가지 않으면 혼자만 낙오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휴학을 하고 캐나다로 일년 동안 연수를 다녀왔다고 한다.

계속해 취업에 실패하는 바람에 계획에도 없이 남들보다 한 학기 더 다니게 되었다는 그는 “대기업들은 기 졸업자가 아닌 졸업예정자만을 대상으로 신입 사원 공채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히며 이미 이수한 학점을 취소하면서까지 한 학기를 더 다닌 이유를 설명했다. 이씨는 또 “취업을 준비하던 동기들 중에는 여기저기 원서만 넣다가 아예 취업을 포기하고 7,9급 공무원 시험이나 행정고시 준비에 들어간 사람들도 많다”고 푸념했다.

졸업한 후에도 취업 대비 공부를 하기 위해 아침마다 학교 도서관으로 등교한다는 그는 “도서관에서 후배들과 마주쳐 ‘학교에 웬일이시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제일 민망하다”고 한다. 이씨는 “남들보다 취업이 늦어지게 되어서 부모님이나 친지, 후배들 볼 면목이 없다”고 말하며 취업 설명회가 끝나자마자 내일 있을 면접을 위해 예상 질문과 답변을 준비해야 한다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다시 취업 전쟁에 뛰어들긴 했는데 막막합니다.”

1998년, IMF 시대에 졸업과 동시에 창업했던 김모(34)씨는 최근 몇몇 지인들과 함께 꾸려나가던 회사를 정리하고 취업전쟁에 뛰어들었다. 경기 불황으로 인해 사업을 그만 둔 지 반년이 지났다는 김씨는 취업 시장의 최근 트랜드를 이해하고자 각종 취업설명회를 쫓아다니고 있다.

그는 “회사를 운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대기업 조직 관리 부문에 도전하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면서 “요즘엔 외국어 두세 가지를 구사하는 것은 기본인 것 같다”고 걱정했다.

홍보 관련 중소기업에서 1년간 근무 했다는 한모씨(30). 지난해 취업 한파 속에서 몇 차례 불합격의 고배를 마시고 난 후 수 십대 일의 경쟁을 뚫고 어렵게 입사했던 이씨였지만 “막상 입사해보니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취업난 속에 일단 실업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어 무조건 입사부터 하고만 것을 후회한다”는 이씨는 더 늦기 전에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고 싶어 다시 취업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노동부 통계는 최근 청년실업률이 6.6%로 전체 실업률 3.2%의 ‘2배정도’ 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졸업을 앞두고 평생직장을 구하고 있는 청년 구직자들에게 실제로 체감되는 실업률은 그보다 훨씬 높은 상황이다.

김수정 인턴기자 goodday@unn.net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3-11-01 오후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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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치 청년들이여 소망을 .. 좋은 일자리 많이 나오기를. 200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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