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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학위 '질' 관리 하려면
한준상 연세대 교수 / 본지 논설위원
학술연구 vs 실무박사제도 이원화 고려해야
박사라고 번역되는 '닥터(Doctor)'라는 말은 라틴어로 가르치는 사람을 말한다. 닥터는 의사를 지칭하는 말도 되는데, 그때의 의미는 치료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대학에서 가르치려면 박사학위는 필수적이고, 어지간한 지위에 있는 공직자치고 박사학위 하나쯤은 갖고 있게 마련이다. 박사학위 소지자는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 사람으로 인증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은 박사공화국이라고 다른 나라들은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가짜박사 천국, 박사 공해국이라고 비야냥거리기도 한다. 닥터라는 말은 가르치다 혹은 치료하다라는 좋은 뜻으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고약스럽게 쓰일 때 그 말은 거짓말쟁이, 사기치다라는 뜻으로도 쓰이기 때문에 저들의 비아냥에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박사학위의 질을 걱정하는 식자들의 모임이 있었는데, 박사학위의 질을 관리해야 나라의 전문직이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욕심에서 오만가지 아이디어들을 내놓았다. 그중 가장 강력한 안으로 박사학위 실명제가 제시되었다. 그 안 이외에 박사학위과정 설치대학의 제한, 박사학위갱신제도, 태박사(太博士)제도 설치안도 나왔었다.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안이 박사학위과정 설치대학 제한안이었다. 국가가 인위적으로 대학을 평가하여 일정 수준의 자격을 가추지 못하고 있으면 박사학위과정의 설치를 제한하거나 금지 시키자는 안이었다.

박사학위갱신 추진 안은 대학의 학문적 변화 추세에 학위보유자들이 학문적 노력을 최적화 시키자는 뜻으로 박사학위 유효기간을 10-15년 정도로 보고 그 주기로 갱신하게 하자는 것이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 해당학문영역에서 학문적인 발전을 위해 쓰임새가 높은 학술논문 한편을 발표하지 않는 박사학위 소지자는 실질적인 박사학위소지자가 아니라는 뜻도 담고 있다. 그런 의도에서 외국에서 받은 박사학위라고 하더라도 그것의 효력을 한국의 실정에 맞게 갱신제도로 인증하기만 하면, 박사학위에 대한 국내적 가치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이런 안은 현실적으로 대학교수와 같은 연구직의 경우, 입직의 평균 연령이 30대 중반으로 보아 정교수가 될 때 정년심사와 함께 박사학위의 갱신을 연동하자는 발상에 속한다. 대학이 아닌 기타 행정 전문직의 경우는 일정기간 이상의 재훈련의 결과를 중심으로 박사학위증 갱신여부를 심사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태 박사학위제의 설치안은, 지금의 박사학위과정이 허술하기에 그것보다 더 놓은 고단위 박사학위 과정을 설치하고 그 과정을 마친 사람에게는 박사라는 칭호보다 더 높게 보이는 태박사 학위라는 것을 수여하자는 것이었다.

박사학위의 질 관리를 위한 여러 가지 제언 중에서 가장 호소력이 큰 안이 박사학위실명제 도입안이었다. 의사면허의 질관리문제 역시 세계적인 쟁점인 상황 속에서 박사학위 실명제는 그런대로 설득력이 있어 보기기도 했다.

박사학위 실명제란 학위소지자의 학문적 실적을 기록할 때 마다 논문이나 발표물에 그의 학위약력을 기재하는 방법이다. 발표하는 논문마다 박사학위 수여대학과 논문명, 그리고 지도교수 이름을 명기하게 하라는 것이다. 지도교수의 이름이 알려지면 박사학위 과정의 질이 어느 정도인지 손쉽게 가늠할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심지어 학위 소지자의 명함에도 의무적으로 박사학위수여대학과 지도교수이름을 명기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실제로 일부 학술논문의 발표 경우, 이와 엇비슷한 유형의 약력소개가 쓰이고 있는 경우도 있으나 그 모두는 자율적으로 행해질 수 있는 것이지 타율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노릇은 아니다.

한국의 박사학위제도의 허술함에 대해 저들의 괴로운 심사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저들이 제안한 박사학위 질관리방법들은 너무나 이상적이다. 현재로서는 실천 가능성이 거의 없을 성 싶다. 학력의 인플레이션현상은 어제 오늘날에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기에 더욱더 그렇다. 게다가 사회곳곳에서 전문직에 대한 높은 수요가 있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다양한 전문영역들은 각기다른 전문성들이 요구되지만 지금의 박사학위제도는 각 영역마다 요구되는 전문성에 대한 고려가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학술영역과 실무영역을 갈라서 각각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조치들이 부족하다.

현 박사제도는 현장문제 해결에 대한 전문적인 고려보다는 하나같이 학술적인 전문성만을 요구한다. 학위과정의 커리큘럼 구성에서부터 학위논문 제출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그렇다. 현장실무의 전문성을 높이려는 사람들은 현재와 같은 박사학위제도에서는 시간이나 헛되게 보내게 된다. 학술적으로 별다른 공헌 가능성이 결여된 학위논문을 쓰느라고 안간 힘이나 쓰게 된다. 그들에게는 그런류의 인위적인 학술논문 제출보다는 연구기관이나 전문기관에서 집중적인 현장연수와 선진 인턴십의 수행을 강조하는 전문업무훈련 프로그램이 보다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런 조건을 갖추기만 한다면 박사학위과정을 전문학술연구 박사제도와 전문실무박사제도로 이원화 시켜 각각의 수료생들에게 서로 다른 종류의 학위를 수여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해 볼 만 하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6-06-01 오후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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