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0일 새벽 1시(이하 한국시각)가 그 시작이다.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개최국 독일과 코스타리카의 개막전. 2006 독일월드컵 축구대회 본선의 본격 서막이 오른다.
한국의 첫 경기는 13일 밤 10시.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다. 상대국은 토고. 한국은 19일 새벽 4시 프랑스와도 맞붙는다. 장소는 라이프치히. 한국은 또 하노버에서 24일 새벽 4시 스위스와도 격돌한다.
축구공은 문명의 아이콘이다
이때마다 승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승부는 사람을 감격시킨다. 미치도록 감격시킨다. 상대 골대에 공을 집어넣는 그것 하나만으로 지금까지의 ‘피파(FIFA) 랭킹’은 무위로 돌아간다. 기존의 것을 허물어 버린다는 것이 곧 이긴다는 것이다. 승리의 희열은 바로 이것이다.
세상에는 ‘룰’이란 게 있다. 군사력, 자본력, 과학기술 등등이 그 예일 수 있다. 이것은 이미 결정 난 것이다. 힘이다. 중과부적(衆寡不敵)이란 사자성어는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현실에 대한 적확한 반증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뒤집어 버리는 것이 둥근 축구공이다. 때문에 축구공은 인류 문명의 아이콘일 수 있는 것이다.
승부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것에 스포츠의 미학이 깃들어 있다. 거리응원의 ‘붉은 물결’이 2002년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었던 이유는 ‘4강 신화’ 그 자체만이 아니다.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던 ‘파란’에 온 국민이 동참한 때문이다.
월드컵 결승전은 7월 10일 새벽 3시 베를린에서 치러진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7월 10일의 주인공이 되고자 함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곳에 서고자하는 바람 또한 동시에 갖는다. 우리는 이미 주사위를 던졌고 결정은 우리 몫이 아니다. 우리는 아드보카트호의 모든 경기를 숨을 죽이며 긴장 속에서 지켜볼 따름이다. 이미 우리의 모든 경기가 결승전이다.
간절함이 곧 에네르기다
2006년 6월은 더운 이름이다. 뜨거운 것은 마침내 기존의 무수한 가치를 일순간에 표백시킨다. 수고로움을 동반하기에 새로움일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되뇌는 구호, 불광불급. 뜨거움은 곧 새로운 출발. 그래야 어디엔가 닿을 수 있다. 미친 듯이 몰두하지 않고는 결코 그 어떤 성취도, 그 어떤 보람을 건져 올릴 수 없음은 자명하다.
시청 앞 광장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바로 그 시각, 전라남도 해남 땅끝에서 신발 끈을 조여 매고 국토대장정에 나서는 젊은이들이 있을 수 있다. 강진을 거쳐 남원과 상주, 단양, 평창을 지나 오대산을 기어서 오르는 철인들이 있을 수 있다. 꼬박 9백km를 걸어서 통일전망대까지 종주하는 대기록의 보유자들이 무수히 탄생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을 돌아보며 이제껏 접하지 못했던 문화와 문명 앞에 탄성을 발하는 20대 동양인이 현지인들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볼 수도 있다. 물론 도서관에서 책을 부여잡고 책 앞에 경배를 올리는 애서가들이 있을 수 있고 취업캠프 등 각종 프로그램에 정장 차림으로 참석해 강의를 듣는 취업준비생 또한 있을 수 있다. 부업에 여념이 없는 ‘푸른 유니폼’을 볼 수도 있다. 이 모두가 2006년 여름의 풍경이다.
이 모두에게 깃들어 있는 것이 간절함이다. 간절함이 곧 에네르기다.
우리가 한목소리로 응원하는 것은 이미 정해진 세상 불변의 법칙, 그것이 아니다. 정상 등극, 그것만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다. 무수한 가능성, 그 자체에 우리는 도전하는 것이다. 만인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꿈이 곧 문명을 건설하는 이치인 까닭이다. 뜨거움이 곧 젊음이다!
이승호 객원기자 01047269093@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