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보도의 태도 역시 종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 대표적인 것이 여론조사 보도이다. 후보자들의 순서를 매기는 취미는 때로 유권자의 선택을 돕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올바른 판단을 흐리게 만들 수도 있다. 왜냐하면 “통계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전화조사이다. 집에 있는 유선 전화가 조사 수단으로 적절한지 의문이 적지 않다. 현대 ‘유목민’들은 모두 ‘셀 폰’을 갖고 다니기 때문에 집 전화는 대표성을 잃은지 오래이다. 또 대부분의 미디어는 격전지와 백중지세를 좋아한다. 일방적인 판세 보다는 엎치락 뒷치락하는 상황을 TV는 좋아한다. 불확실성은 흥미를 높이기 때문이다.
이런 뜻에서 스포츠와 선거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똑같다. 그래서 마치 경마중계 하듯이 선거 보도를 다루는 태도를 이름하여 ‘경마 저널리즘’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월드컵과 지방선거는 여러 가지 면에서 크게 다르다.
첫째, 월드컵은 공차기 놀이인데 반해서 지방동시선거는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민생의 문제이다.
둘째, 텔레비전 입장에서 보면 월드컵은 광고특수를 노리는 비즈니스지만 지방선거는 유권자들의 정치사회화를 위해 텔레비전이 해야 할 중요한 책무이다.
셋째, 월드컵은 소프트 뉴스(soft news)지만 지방동시선거는 하드 뉴스(hard news)이다.
TV 각 사는「월드컵 전망대」,「어게인 2002, 가자 2006」,「0.3초의 과학」등 기획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포츠와 선거는 가장 신나는 TV 굿판이지만 선거가 스포츠에 묻혀서는 곤란하다. 왜냐하면 소프트 뉴스는 즉각적 보상을 주는 흥미, 오락적 내용인데 비해서 하드 뉴스는 당장은 나와 이해관계가 없어도 길게 보면 민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국방, 교육, 세금, 외교 등과 같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드 뉴스는 지각된 보상을 주게 된다.
월드컵에 묻힌 지방선거가 야만적인 정치 테러에 의해 실종 상태에 빠졌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지와 스타일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이슈와 정책이 실종됐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사상 유래없는 엄청난 테러를 당해서 유권자들을 경악케 하였다. 정치적 배후야 수사결과를 기다려 보아야 하겠지만, 혹 박대표 피습이 더 이상 유세를 필요없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범인은 술에 취했다”고 헛소리 한 경찰청장이나, “성형도 함께한 모양이다”라고 인터넷에 글을 올린 노사모 대표까지 가세하여 이번 지방동시선거는 유례없는 ‘감성선거’로 마감하지 않을까 크게 우려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