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인기 상임위에는 지원자들이 몰리고 있지만, 법사위 같은 '3D' 상임위에는 지원자를 찾아볼 수 없어 여야 지도부가 소속 의원들에게 '읍소'를 할 정도라는 것.
또한 상임위원장 자리를 노리는 중진들의 경쟁도 과열 양상을 보이는 등 여야 의원들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후반기 국회 개원이 다가오면서 상임위 배정 문제를 조속히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이지만,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달린 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돼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열린우리당 = 김한길 원내대표는 13일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소집해 상임위 배정과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의원들은 비공개로 2시간 가깝게 격론을 폈지만, '상임위 배정 문제는 원내대표에게 위임하자'는 원칙을 재확인하는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당헌.당규에 따라 원내대표가 상임위를 배정했을 때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한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떤 재선의원은 상임위원장 경쟁에서 탈락할 경우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식으로 원내대표를 압박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김 원내대표가 원구성 문제 때문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의총을 소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대표적인 '3D' 상임위인 법사위에 지원한 의원이 없는 점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당에선 재선의 이종걸(李鍾杰) 의원만이 법사위에서 일해달라는 지도부의 요청을 수락한 상태다.
이날 의총에서 의원들은 상임위 배정의 기본원칙에 대해서도 상반된 의견을 냈다.
일부 의원들은 전반기 때 상임위 구성을 100% 교체하자고 주장한 반면, 다른 의원들은 전문성과 연속성 등의 문제를 들어 상임위원 일부만 교체하는 선에서 마무리 짓자는 반론을 제기했다.
우리당 몫인 11개 상임위원장 자리 가운데 20% 정도인 2개를 여성 몫으로 배분하자는 일부 의원들의 주장도 논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미영(洪美英) 의원은 "전반기에 여성 몫 상임위원장이 2명이었으니까, 후반기에도 여성 몫 상임위원장은 최소한 2명 이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한 남성 의원은 "우리당 소속 의원 143명 가운데 여성 의원은 (20%에 못미치는) 18명"이라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원구성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지루한 공방이 이어지자 일부 의원들은 자성론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초선 의원은 "당이 어려운 상황인데 상임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모습이 언론에 알려질까봐 걱정된다"며 "국민들은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비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 난항을 겪어온 상임위원장 인선은 대충 가닥이 잡혔지만, 상임위 배정을 둘러싼 이른바 인기상임위 '쏠림' 현상이 극심한 상황이다.
안경률(安炅律)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4월 의원들로부터 상임위 신청을 받은 결과 통외통위에 24명, 건교위에 25명이 신청하는 등 할당의 2배를 초과했다"면서 "이밖에 문광 15명, 재경 12명, 법사 2명, 환노 2명, 정무 2명, 과기정 2명, 국방위 3명 등 심각한 불균형이 초래돼 있다"고 말했다.
원내대표단은 일단 ▲과다지원 상임위의 경우 재임기간이 2년을 넘은 의원 배제 ▲미달 상임위는 2지망 및 의원들의 전문성과 경력 등을 고려해 배치 ▲법사.환노위 등 전통적 비인기 상임위원의 예결특위 우선배치 등 기준을 세워 배정 시안을 만들어 놓았지만, 실제 배정까지는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국회직이나 주요당직을 거치지 않은 3선의원을 최우선 배정키로 한 상임위원장 인선의 경우 3선 의원들이 이날 자체 회동을 통해 큰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법제사법위는 지난해 11월 위원장을 맡은 안상수(安相洙) 위원장의 유임이 확실시된다. 재경위는 지난해 11월 박종근(朴鍾根) 위원장과 경합을 벌이다 양보한 정의화(鄭義和) 의원으로 가닥이 잡혔다.
교육위원장은 꾸준히 교육위원으로 활동한 권철현(權哲賢) 의원이 단수로 거론되며, 과기정위원장은 애초 산자위를 희망하던 임인배(林仁培) 의원이 방향을 바꿔 지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쟁이 치열했던 산자위는 이윤성(李允盛) 의원, 환노위는 15대때 환노위원으로 활동했던 홍준표(洪準杓) 의원으로 각각 의견이 모아진 상태.
이계경(李啓卿) 의원을 비롯해 문 희(文 姬) 박찬숙(朴贊淑) 안명옥(安明玉) 등비례대표 여성의원들이 대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여성위원장의 경우, 상임위원장 배분 순위에서 밀린 3선의 김영선(金映宣)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최고위원인 김 의원은 오는 16일 박근혜(朴槿惠) 대표 퇴임 이후 내달 11일 전당대회까지 '24일짜리 당대표'와 상임위원장을 사이에 두고 막판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