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의학전문대학원을 반대하는 학교의 의과대학 교수에게 “왜 의학전문대학원 제도의 도입을 반대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하니, 그 교수님의 여러 답변 중에 “전문대학원이 되면 교육기간이 길어지므로 우수한 인력이 의과대학에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라는 답변이 있었다. 물론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우수하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을 하게 된 동기 중에는 70,80년대 이공계 대학을 나온 우수한 인재들의 역할이라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과연 현재의 우수한 의대생들이 장래에 우리의 미래를 먹여 살려 줄까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공계 출신으로서 요즘 힘들어하는 가장들이 우수한 자녀들에게 국가를 위해서 의학계열 보다는 이공계를 진학해야 되지 않겠냐고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얼마 전 모 대학 학장이 어느 과학고등학교의 입시설명회에서 이공계의 진학을 권유하는 자리에서 한 학부모가 “우리 남편은 우수한 성적으로 공대를 졸업을 하였는데 지금 집에서 놀고 있고, 옆 집 의사는 아직도 높은 수입을 자랑하고 있다,”는 말에 할 말을 잊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마도 의학 관련 학과를 선호하는 요즘의 세태를 당분간 인위적으로 바꾸기는 어려운 일 것이다.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는 이러한 상황을 그대로 방치 한다던가 아니면 정책적으로 바꾼다거나 하는 것보다는 발전적인 사고의 전환을 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첨단 생명과학과 건강 관련 산업이 21세기의 가장 크게 발전할 산업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아마도 현재의 우수한 의학 관련 인력을 미래 산업의 기반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국가 장래에 큰 원동력이 되리라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40여 년 전부터 의학전문대학원에 MD-PhD 과정을 만들어 1만 5000명의 우수한 의과학자를 배출하여 이들이 생명과학 분야의 핵심적인 연구를 하고 있으며, 이들 중 노벨의학상 수상자가 여럿이 나왔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생명과학 관련 연구가 진행되지만 기초과학자나 공학자를 이해하면서 또한 인간의 생명 현상과 질병 기전을 잘 알고 있는 의과학자가 너무나 부족한 현실이다. 인간의 생명현상과 질병을 다루는 연구에 있어서는 의학을 배경으로 하는 연구자의 주도적인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21세기가 첨단 생명과학의 주된 이슈는 인간의 난치병치료와 신약개발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질병을 다루는 의과대학의 고도의 창의력을 갖춘 우수한 인재들이 미래 생명공학의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현재의 의과대학의 교육 과정은 의학보다는 의술의 교육에 너무 치우쳐 있다는 느낌이 든다.
더욱이 이제까지의 국내 6년제 교육과정은 기초 과학에 대한 교육이 미약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범주의 학문을 포용할 수 없는 교육과정이라고 판단한다. 다양한 학문분야를 연구한 학생을 모집하게 되는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도 현재는 너무나 기술교육에 치우치고 있지 않나하는 느낌이 든다. 현재에도 의과대학에는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교수들이 있지만 현재의 상황은 의과대학 출신의 기피로 비 의과대학 전공자가 기초의학을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우수한 인재들이 사람과 질병을 공부함으로써 생명과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우수한 의과학자를 길러낼 수 있는 틀이 필요하리라 본다. 이러한 틀을 MD-PhD 과정에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모대학에서는 공학자와 생명과학자들에 의해 의과대학을 졸업한 학생을 모집하여 의과학자, 의공학자로 키우고자 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였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에 의과학자의 경쟁력은 병원에서 환자와 같이 있을 때라고 생각한다. 질병이라는 학문의 주제는 매우 현실적인 것이다. 문제의 해결 방법도 원인의 제거, 증상의 완화, 상실된 기능의 대체 등 아주 여러 가지이며, 이는 환자에게 최선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므로 환자를 떠난 의과학자의 경쟁력은 약하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우수한 인재들이 ‘의술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현 사회에서 그 인력의 1%만이라도 우리나라의 생명과학과 생명공학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의과학자’가 될 수 있는 MD-PhD 제도를 활성화시키고 정착시키는 것이 우리나라의 의학의 발전 뿐 만 아니라 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