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는 임기를 마친 정길생 총장의 이임식이 열렸다. 이날 주요 인사 200여명의 박수 속에 등장한 정 총장은 그간의 재임 과정을 돌아보며 성과와 업적을 담담히 피력했다. 정 총장은 취임 서두에서 “그동안 집행부가 일관되게 추진해온 발전 전략은 구성원의 화합과 단결을 통해 발전적 에너지를 극대화하고 이를 활용해 대학발전의 토대가 되는 인적, 물적, 제도적, 재정적 인프라를 확고하게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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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명 건국대 총장 |
정 총장은 특히 “학교법인으로부터 지난 4년 동안 2,000여억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받았으며, 556억원의 민자 유치, 220억원의 발전기금을 확보해 각종 인프라 구축에 투입했다”고 말해 그간의 성장 과정에 교육 재정의 비중이 높았음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건국대의 성장과 도전
정 총장의 회고가 아니더라도 그간 건국대의 변화상은 국내 사학계에 새로운 모델로 회자되면서 주목 대상이 돼왔다.
건국대의 두드러진 변화는 우선 교육 연구 복지 시설의 대대적인 확충. 지난 5년간 수의대 동물병원, 생명과학관, 산학협동관 등 19개의 신축 건물을 완공했으며 올해 말까지는 의생명과학연구동, 예술문화대학, 제2생명과학관 등이 지어져 2000년말 9만여평에 불과하던 대학 건물 연면적이 16만7,000여평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특히 지난해 870병상을 확보한 지하 4층 지상 13층 규모의 최첨단 종합병원이 신축되면서 구성원들의 20년 숙원사업이 풀리게 됐으며, 산은자산운용과 함께 민간 투자자의 펀드조성(BTO) 방식으로 지어진 서울 캠퍼스의 쿨하우스와 충주 캠퍼스의 해오름학사는 재원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대학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건국대의 성장은 연구 분야에서도 두드러진다. 특히 지난 4월 교육부의 2단계 BK 21 사업 발표에서 건국대가 대형사업단 4개, 핵심사업단 10개가 선정돼 서울 소재 사립대학 가운데 지원 규모 랭킹 7위로 올라서면서 주목됐다. 이는 향후 7년간 280억원의 국고지원금 이외에도 산업체와 대학 매칭펀드액을 합쳐 680억원의 재원이 미래 첨단학문분야에 투자된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은 결과.
김종순 부총장은 “건국대는 물리학이나 화학 등 전통 분야에서 서울대나 포항공대, 카이스트와 경쟁이 쉽지 않다는 판단 아래 블루오션 전략을 채택했다”며 “응용생명, 우주항공,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한 SIT, 다양한 응용공학을 결합한 U-사이언스 등 전략분야 선정도 주효했다”고 말했다.
우수 교원 채용이 꾸준히 늘어나 2000년 605명으로 52.7%에 불과하던 교원 학보율이 지난해에는 876명으로 75.3%로 증가한 것도 이 같은 결과를 가져오게 된 간접 배경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이 대학 교수들의 SCI 등재 논문수는 443편으로 전년도 272편보다 71%나 증가했다. 이는 국내 대학 평균 증가율 27.12%보다 2.6배 높은 수준.
이밖에도 지난 5년간 강도 높은 학사 제도 개혁이 단행돼 단과대학이 통합되거나 명칭이 변경됐으며, 교수업적평가기준이 강화되고, 직원 다면평가제가 도입되는 등 제도적 인프라도 정비됐다.
학문적 특성화를 위해서는 의학과 생명공학의 접목을 선도할 의생명과학연구원과 IT, BT, NT, ST 등을 융합시킨 차세대 혁신기술연구원이 설립됐다. 국민적 수요에 부응한다는 취지에서 의학전문대학원이 설립됐으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경영전문대학원(MBA) 설립도 준비되고 있다.
학교 법인의 지원과 비전 선포
학내 구성원들은 이처럼 건국대가 단기간 급성장하게 된 배경을 정 총장의 화합적 리더십과 교수진의 연구 노력 못지않게 수익사업의 대부분을 학교 발전기금으로 돌리고 있는 학교법인에서 찾는다.
김경희 이사장은 이와 관련 “스타시티 개발 사업은 병원 신축사업과 함께 21세기 건국대학교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념비적 사업으로 사립대학들이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재정난을 해결하는 획기적인 성공 모델”이라며 “상업시설과 업무시설 임대를 통해 앞으로도 매년 2백억원 이상을 대학 발전 재원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법인이 지난 1996~2000년의 5년간 건국대 등 학교기관에 지원한 전출금은 연평균 17억3,000만원에 불과했으나 건국대 남측부지인 스타시티 개발 사업을 시작하면서 지난 5년간 연평균 151억4,000만원, 총액 기준으로는 756억8,000만원을 학교에 지원했다. 의대 병원까지 포함하면 법인이 지원한 재원 규모가 총 1,836억원에 이르고 있다.
학교법인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5월 13일 건국 르네상스 원년 선포식을 통해 향후 비전과 추진전략을 제시했다.
이날 선포식에서 김경희 이사장은 2011년까지 건국대를 국내 5대 사립명문으로 도약시키고 전체 전공의 5%를 세계 100대 대학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비전과 세부안을 밝혔다.
분야별로는 △교육 분야의 경우 유연한 학사구조와 실용적 교육, △연구 분야는 의생명과학, 차세대혁신기술, 동아시아 교책 연구원 특성화, △행정 분야는 탄력적 조직구조 및 인력 운영 등의 전략이 제시됐다. 이를 위해 교수 충원율을 2011년까지 80%, 2025년에 12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법인 사무국 정인경 국장은 이에 대해 “지금까지는 학교법인이 대학 발전을 위한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물적 토대를 지원했다면 이제 대학을 키우고 가꾸는 일은 새로 오신 총장님과 구성원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대학 발전 공과 엇갈려
대학 구성원들은 이처럼 대학의 기본 인프라가 분야별로 구축되면서 무엇보다 성장과 도약의 자신감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는데서 큰 의미를 찾는다. 그러나 건국대의 비약적인 성장 이면에는 아쉬움이나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도 있다.
먼저 스타시티 인·허가 과정에서 야기된 감사에서부터 크고 작은 송사를 보아온 외부의 시선은 여전히 대학 이미지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구성원의 의견 수렴이 미흡하거나 비전을 폭넓게 공유하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회자된다.
특히 지난 4년간 강도 높게 추진한 학과통폐합이나 분야별 특화 육성 전략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교수 그룹도 있다.
5대 명문 사학으로 거듭난다는 발전 계획 역시 자신감을 보이는 그룹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도 있다. 특히 공과대학 교수들의 경우 5대 사학으로 발돋움하려면 다른 대학에 비해 정교한 특화 육성과 지원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상기 교수협의회장은 이에 대해 “법인의 기여도나 노력은 대부분의 교수들이 공감하는 부분이지만 학과 통폐합이나 미래 비전 전략의 경우 학문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중요 사안이란 점에서 구성원 간에 폭넓은 의견 수렴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행정라인에서는 대학 평가나 개혁 과제 추진에 따른 과부하가 그대로 전가돼 업무 강도가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학노조 유영만 위원장은 이에대해 “성과 중심의 평가 문화가 대학 사회에 과부하를 가져왔으나, 정작 행정 라인에 대한 평가나 지수는 제대로 산정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효율적인 행정 서비스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성과 평가와 직원들의 전문성 강화 프로그램 개발도 급선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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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길생 건국대 전 총장 |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하듯 지난 1일 취임한 오명 총장은 취임사를 통해 “여러분의 노력으로 축적된 내부역량에 비해 외부평가는 아직까지 미흡하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우리학교가 국내외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활발한 대외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 총장은 특히 장기 비전과 관련 “대학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다른 분야의 동반 성장을 가능케 하는 핵심 분야를 선정하여 중점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며 “ 다양한 형태의 융합연구가 가능하도록 학제간의 활발한 교류를 장려하고, 이를 통해 우리 학교를 미래지향적인 융합기술의 메카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강조, 주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