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영 교육부총리는 대학 총장과의 대화에서 구조개혁과 지방대 육성, 산학협력 강화 등이 참여정부의 고등교육정책 방향이라고 밝히면서 강도 높은 대학 구조개혁을 주문했다.
안 부총리는 “교육의 내실화 없이 양적으로 팽창한 대학구조를 그대로 둘 수는 없다”면서 “대학의 질적 제고를 위해 특성화를 통한 구조개혁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원 감축 없이 지원 없다= 교수 1명당 학생수가 40명을 초과하는 대학은 정부 재정지원 사업을 신청해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으며, 국립대는 오는 2009년까지 교육여건 강화를 위해 교수 1명당 학생수를 21명 이하로 낮추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겠다고 밝혔다.
국립대가 배정된 교원 정원을 3년동안 채우지 못할 경우 그 정원을 다른 국립대에 배정하고, 2005년 이전에 편제 정원을 감축한 대학은 기성회비 결손분을 예선 범위 내에서 지원하겠다는 것.
안 부총리는 “국립대가 연합체제를 구축하거나 통합하는 경우, 사립대간 학과나 전공을 교환할 때도 행·재정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면서“단, 사업실적을 평가해 대학간 통합으로 인한 재정결손을 보전해 주겠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에 대한 계획과 지원만 있고 성과는 없었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안 부총리는 또 선택과 집중에 의해 국가 균형 발전에 걸맞게 지방대를 육성하고, 산업 수요에 걸맞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산학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공계 위기에 대해서는 “OECD 국가의 평균 이공계 학생 비중이 23~25%인데 반해 우리는 40%가 넘는다”면서 “질적으로 빼어난 학생들이 이공계 핵심 분야로 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 부총리는 핵심전략 분야의 인력을 키우기 위해 법학·의학·경영학 등 전문대학원 체제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학 특성화 논란=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은 특성화 개념 정립을 명확하게 해달라고 주문했으며, 이상우 한림대 총장은 “대학의 산학협동을 강조하지만 산업화, 공업화 이외에도 이 시대 한국이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분야가 있다면 과감하게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
서의택 부산외대 총장은 “아랍어, 미얀마 학과 등 비인기 학과는 취업장벽이 높아 사립대에서 이끌어 가는데 대단히 힘들다. 건국이래 교육부가 비인기 학과를 지원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내 놓은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민경배 서울장신대 총장은 “우리 대학이 위치한 경기도 광주의 경우 도예문화가 특화돼 있어 이 분야를 특성화하려고 학과 신설을 문의했더니 교육부가 신설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고 하더라”면서 “구조조정 만큼 필요한 학과를 신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 부총리는 “기초학문 분야는 국립대에서 많이 얼싸안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제2외국어와 연결된 학과가 많지만 현실적 수요가 많지 않고 앞으로도 그 수요가 충족될 수 없다면 조율할 수밖에 없다”고 재차 밝혔다.
그는 “특성화는 비교우위라는 개념이 필요하다”면서 “정원 감축, 교원 확보, 조직개편, 학점 교류 등을 평가해 올해 특성화 재원으로 4백억원, 구조조정으로 2백억원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사업 논란과 관련, 안 부총리는 “해마다 엄격한 심사를 통해 걸맞는 수준을 유지하지 못한 대학은 탈락시킨 후 새로운 대학을 선정할 것”이라며 “권역별로 일정한 수, 적정한 수의 대학을 중심으로 집중투자 하겠다”고 말했다.
◆산학협력이 제대로 되려면= 정정길 울산대 총장은 “대학 구조조정과 맞물려 정부 차원에서 산업인력 수요를 미리 제시해달라”고 말했다.
두재균 전북대 총장은 “정부 재정지원을 받으려면 매칭펀드(대응자금)를 조성해야 하는데, 낙후된 지역에 있는 대학은 매칭펀드 기업을 찾기가 어렵다”면서 “재정규모가 열악한 지자체의 경우 심지어 교수들이 공무원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동순 동서대 총장은 “지방에 기업이 거의 없다보니 인재를 배출해도 서울로 빠져나간다”면서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한 누리사업도 잘못되면 마찬가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정부 차원에서 지방기업에 많은 지원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은 “학교기업으로 식당업을 신청했는데 설립 절차가 까다롭고, 규제가 많아 대학이 실제로 기업을 운영하기란 쉽지 않더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홍승용 인하대 총장은 “수도권 대학에 있는 ‘기술’과 지방대학이 갖고 있는 ‘부지’ 등을 연결해 한국과 중국이 합작하는 형태의 벤처기업을 만들면, 재정과 학생 충원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