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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과학 분야 기초연구지원의 산실인 과학재단의 기초연구지원 역사를 살펴보면 초창기에는 국가와 사회의 특정한 요구가 있어서 필요한 분야에 지원하는 연구라기보다는 순수한 학문중심의 연구를 지원하였다고 할 수 있다.
1986년에 “특정목적기초연구”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사업인 특정기초연구는 과학재단의 대표적인 연구사업 형태이다. 이 사업의 목표는 국가차원에서 지원되어야 할 목적지향적인 연구를 대학을 중심으로 지원하여, 과학기술계에 필요한 정예 연구 인력을 양성하며 학제간 공동연구를 강화하여 대학의 연구 활동을 활성화하는데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업 목적에도 불구하고 특정기초연구는 그동안 주로 자유공모(bottom-up)형태로 과제가 수행되어 왔기 때문에 창의성 있는 연구그룹을 형성하는 데는 성공하였지만, 국가가 필요로 하는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기초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여건 마련에는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기초 연구도 성장기에 접어듦에 따라, 과학재단의 특정기초연구도 사업의 원래 취지대로 자주적인 기술혁신의 바탕을 마련하기 위해 특정 부문의 선도적인 연구와 목적지향적인 기초연구 수행을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과학재단 특정기초연구의 새로운 전환 모색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어 온 특정기초연구사업의 제 색깔 찾기이며, 동시에 최근 정부의 과학기술 향상을 위한 노력에 대한 부응이기도 하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최근 800여명의 과학기술계 전문가가 참여하여 작성한 국가기술지도(NTRM)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전략 기술의 주요부문을 특정기초연구사업에 반영을 한 지정공모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여러 가지로 예상되는 부작용과 특혜시비에도 불구하고 상기와 같은 취지로 한국과학재단은 금년도 특정기초연구사업 시행 시 시범적으로 생명과학분야에 한정하여 일정비율의 지정공모를 실시하기로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지정공모분야를 도출하기 위하여 지난 3월 전문가들을 위촉하여 분야 도출을 위한 준비모임을 가진데 이어 4월 9일에는 생명과학분야 연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회를 개최하고 “세포와 세포사이 네트워크 연구”를 비롯하여, 10여개 분야를 지정공모 예정 분야로 발표하였다. 과학재단은 토론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반영하여 지정공모 과제의 명확한 연구목표와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오는 4월 말경 공고될 신규과제 공모에 반영할 계획이다.
과학재단은 또한 이번 지정공모 결과를 토대로 내년에는 생명과학분야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지정공모를 실시하는 등 향후 지정공모 분야 및 규모를 일정 수준까지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로써 특정기초연구사업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그에 따른 지원형태를 갖춤으로써 특정기초연구사업의 목적성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
아울러 특정기초연구사업 외에도 과학재단은 국가 기초연구를 전담하는 기관으로서 국가기술지도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초연구부문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여, 신지식 창출을 통한 원천기초기술의 확보를 위한 기능을 더욱 충실히 수행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 기초연구라고 하면 흔히 과학기술자 개개인의 자발적 관심에서 출발한 자유연구와 동일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연구자 개인의 과학적 탐구심 이전에 국가 또는 나아가 인류복지를 위해서 가치 있는 연구만이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을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 과학기술계 스스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앞으로 과학재단은 금년도 특정기초연구사업의 지정공모 시범 실시를 새로운 전환점으로 하여 각 분야별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전략적으로 긴요한 기초연구분야를 도출하고 그에 적합한 지원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국가 기초연구의 방향을 선도하는 역할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 이를 통하여 참여정부가 제시한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현’과 ‘제 2의 과학기술입국’ 실현에 일조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