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보기 힘든 ‘대어’를 놓친 대학들은 망연자실한 분위기. 그러나 이 가운데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 저조한 실적, 그러나 '살아'남아야
과학기술분야 대형사업단 2개 선정, 전국 21위. 관계자들 사이에서 ‘서강대의 몰락’이라 불릴 정도로 파장이 컸던 서강대의 부진은 가톨릭대와의 통합 모색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서강대 내부에서는 이번 부진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규모가 작은 대학에는 불리하게 되어 있는 사업의 구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8일 손병두 총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교육시장에도 ‘규모의 경제’가 적용된다”며 “기여입학제가 허용된다면 서강대의 소수정예 이미지를 이어갈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고 가톨릭대와의 통합 필요성을 시사한 데도 BK21 부진 여파가 미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손 총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서강대가 BK21 사업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것도 선정기준이 질보다는 양을 중시하기 때문”이라며 “기준 자체가 우리 같은 중규모 대학이 선정되기는 힘들기 때문에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톨릭대와의 통합설이 최근 언론에 보도된 데 대해서는 “두 대학이 통합의 필요성을 느끼고 논의를 해 보려던 찰나에 외부에 알려져 당황스럽다”며 “아직 결정되거나 합의된 것은 없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하겠다”고 밝혀 향후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대학간 통합이 무산되고 이번 사업에서 저조한 성과를 낸 한 국립대 관계자는 “국립대의 경우 통합 성과가 여실히 반영됐다”며 “그동안은 교육부가 칼은 감추고 움직였는데 이 사업을 통해 어느정도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과가 이렇게 나왔으니 이제는 교육부의 의지 한 단면을 본 셈”이라며 “앞으로 이 방향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만큼 대학에서도 앞으로 살아남을 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이밖에 주요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 수도권 소재 대학들은 “너무 실적위주로 평가한 것 아니냐”며 “대학의 가능성과 조건을 봐야하는데 이를 배려하지 않은 결과”라고 비난했다.
◆ 연세대, 성균관대 등 ‘쾌거·약진’ 쾌재
대규모 지원금을 얻은 대학들은 기쁨 속에서 벌써부터 해당 사업단들을 어떻게 지원하고 독려할 것인가 밑그림을 그리는 등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1단계 BK21사업에서 저조한 실적으로 고배를 마셨던 연세대는 이번에 33개 사업단에서 매년 2백55억원을 지원받게 돼 서울대에 이어 2위에 올라 체면을 살렸다. 박진배 산학협력단장은 “지난번과 달리 선정절차가 투명하게 진행된 것 같다”며 “평상시에 조금씩 준비했던 것이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선정 사업단의 사업 진행 상황실적을 철저히 관리하기 위해 학내 BK21 사업단장들로 협의회를 구성하고 대학 본부가 이를 종합적으로 지휘할 예정이다.
유일하게 신청한 20개 대형사업단이 모두 선정되는 쾌거를 거둔 성균관대는 두드러진 약진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핵심분야에서 6개 사업단이 탈락하는 등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쉽다”며 이번 결과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반응.
한편 ‘사업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삼성그룹 기획팀이 보고서 작성을 도왔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에 대해 정일섭 산학협력단장은 “완전히 엉터리 내용”이라며 “우리는 보고서를 받아 보는 사람의 첫 느낌을 중시하고, 어떤 보고서든 잘 써 내게끔 시스템을 갖췄다”고 일축했다.
정 단장은 또 “우리 대학의 연구논문 발표 성과를 보면 이번 결과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1단계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 이런 반응이 나올 수 있지만 그만큼 우리가 연구중심대학으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결과의 부산물”이라고 강조했다.
성균관대는 앞으로 산학협력단장을 중심으로 BK21추진기획단을 구성, 사업단별 진행사항을 점검하고 목표 달성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매년 2백억원을 지원받게 된 고려대도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2위 자리는 연세대에게 내줬지만 대학원생 수가 연세대가 많기 때문에 지원액 규모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러나 인문사회 분야에서 법대가 성균관대에 밀려 탈락한 것에 대해서는 “고대 법대가 성대 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느냐.‘잔잔한 장난이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과 ‘로스쿨 하면 된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 포스텍, 카이스트 ‘연구중심’ 굳히기
대표적인 연구중심대학인 포스텍과 카이스트는 지원 사업단이 100% 선정되는 등 ‘연구중심대학’ 굳히기에 나섰다.
포스텍은 과학기술분야 9개 사업단과 1개 소형핵심사업 등 신청한 9개 사업단이 100% 선정되는 쾌거를 거둬 만족스러운 분위기. 포스텍에 개설된 10개 전 학과와 국책대학원인 환경공학부가 모두 참여하게 됐다. 서판길 산학협력단장은 “전 학과가 참여하고 100% 선정됐다는 것은 포스텍이 이미 선택과 집중이 완료된 국제경쟁력을 갖춘 연구중심대학임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자축했다.
카이스트도 지원한 사업단이 모두 선정돼 비교적 만족스러운 성과를 냈다는 평가. 그러나 지원금 총액 규모가 1단계 1백50억원에서 이번에 1백억원으로 줄어든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양현승 연구처장은 “이번 사업은 학생 인건비로 지원금의 대부분이 배정됐는데 카이스트는 학생 인건비를 지원받지 못하는 기관으로 분류돼 40%만 지원받았기 때문”이라며 “우리 대학은 다른 루트로 학생 인건비를 지원받고 있다며 이렇게 조치됐지만 실제로 그다지 높은 수준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양 처장은 “앞으로 과기부나 교육부를 통해 이런 문제를 설명하고 어떤 채널을 통해서든 타 대학과 같은 수준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요청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 지원결과 대학별 자체 분석, 의미부여
교육부가 브리핑을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한 대학별 지원금 순위를 기초로 대학 자체 분석을 통해 의미를 부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이를 홍보하고 자축하는 모습도 두드러졌다.
과학기술, 핵심 분야에서 각 4개 사업단, 38억원을 지원받은 경상대는 “전국단위 대형사업단에 지방소재 대학으로 유일하게 포함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경상대 특성화 분야 사업단인 농생명분야 사업단 박정돈 단장은 “사업단의 최종 목표는 농생명분야 세계 Top 10(연구, 교육, 산업화) 수준에 진입하는 것”이라며 “글로벌 인재육성 시스템 구축, 연구력 제고, 산업화 및 기지화 등 세부사업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업단은 현재 86명인 입학정원(석사, 박사, 석박사 통합)을 2012년에 1백명으로 늘리고, 외국인은 11명(12.8%)에서 38명(38%)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교수 1인당 SCI 논문도 현재 3.2편에서 2012년 3.7편으로, 교수 1인당 IF는 현재 9.3에서 12.8로 수준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조선대도 자체 집계 결과를 통해 “지원금 총액 규모에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소재 사립종합대학 중 조선대가 1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고 자축했다. 김승용 기획조정실장은 ““국립대의 높은 벽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학이 누리사업 전국 1위에 이어 대학원 인력양성 사업인 2단계 BK21사업에서 좋은 결과를 획득함으로써 연구중심 대학과 산학협력 강화를 통한 수요자 중심의 인력양성제체를 구축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부산대, 전남대 등 통합대학들이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 가운데 지난해 상주대와 통합이 무산돼 구조조정 실적에서 불리한 여건에 놓였던 경북대도 8위를 차지해 예상외로 선전했다. 전북대는 교수 연구비 문제로 시끄러워 연구 의욕이 저하된 상태에서도 20개 신청 과제 중 12개가 선정돼, 비교적 높은 선정률을 기록했다.
김은영·조양희 기자 key02·yanghee@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