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공계 위기의 타파를 위해서는 이공계 학생들의 실무능력 향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이공계 학생을 위한 작문 수업을 설치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 인문계와 이공계 공통으로 필수교양으로 지정해 똑같은 수업을 전공별로 듣게 하는 대학이 많지만 일부 대학에서는 이공계 학생만을 위한 작문 수업을 따로 설치해 효과를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실제 연구 활동과 직무 수행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습득” = ‘과학기술 문서작성 및 발표’란 수업을 이공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있는 성균관대는 ‘실무적 커뮤니케이션 능력 향상’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1천여 명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분반도 11반이나 된다.
이 과목에서는 △보고서 및 논문 작성 △발표자료 작성 및 발표 △이메일, 인터넷 메신저를 사용하는 e-커뮤니케이션 활용 △과학기술 자료의 수집 및 정리 등 4개 분야를 중점적으로 강의한다.
e-커뮤니케이션에서는 연구 활동을 하면서 주고받는 이메일의 전달력 있는 메시지 작성법이나 인터넷 메신저 사용 시 발생 가능한 보안 문제 등을 다룬다. 또 과학기술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그것을 그래프화 해서 정리하는 법도 따로 가르친다.
이 과목의 주임교수를 맡고 있는 노상도 성균관대 교수(시스템경영공학)는 “강사가 아닌 각 학과별 전임교원 1명씩이 나서 각 분반을 맡고 있다”며 “실습하다보면 전공별로 사용하는 전문용어가 따로 있기 때문에 각 학과별 전임교수가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교수는 이 과목 강의를 위해 다른 교수들과 함께 아예 ‘이공계 대학생을 위한 과학기술 문서 작성, 발표와 커뮤니케이션(시그마프레스)’이란 교재까지 새로 썼다.
그는 “과목 강의를 위해 교재를 알아봤지만 외국과는 달리 쓸만한 교재가 없어서 아예 새로 썼다”며 “단국대 등 다른 대학에서도 이 교재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팀티칭으로 효과적 강의를” = 부산대 기계공학부는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학작문’이란 과목을 설치했다.
과목에서 △실험보고서 및 논문 작성 △업무용 문서나 조사보고서 작성 △슬라이드 준비 및 발표연습 △영어문서 및 영어발표 등 4개 분야로 나누고 각 분야마다 각각 전임교원이 3주씩 강의하는 ‘팀티칭’ 형태다. 각 분야별로 한 교원이 담당해 가르쳐 강의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
평가방법은 자기소개서와 각 분야별 과제 점수를 합산하도록 하며 시험이 따로 없이 실습과제가 주어진다. 영어 문법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토익 성적을 요구하는 것도 특징.
이 과목 영어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이석 교수는 “영어 문법 실력을 보기 위해 토익 성적을 요구하고 있지만 성적이 좋은 학생이면 어느 정도 가산점을 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제적인 공학자 만들기 위한 영작문 교육” =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는 5년 전부터 ‘기술작문’이란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수업은 처음 민상렬 서울대 교수가 송은경 강사에게 대학원생들을 위한 ‘논문작성법’ 강의를 의뢰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원래는 대학원생들을 위한 수업으로 개설됐지만 현재는 학부생들로 그 수강대상이 확대됐다.
컴퓨터공학과로 그 수강대상을 한정한 이유를 묻자 송은경 강사는 “다른 학과로 수강대상을 확대했더니 1백명이 넘게 수강신청을 해서 결국 컴퓨터공학과에 한정해 수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만큼 이공계 학생들에게 작문 수업은 높은 관심의 대상이었던 것.
서울대의 ‘기술작문’ 수업은 영문 보고서나 논문의 작성법에 그 비중을 두고 있다. 학생들이 제시된 주제와 관련한 에세이를 제출하면 강사는 하나하나 읽어보고 꼼꼼히 체크해 되돌려준다. 물론 문법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생각의 전개과정을 중시하고 있다.
송 강사는 “논문을 쓰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기술을 키우는 것이 이 수업의 목적”이라며 “비유하자면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학생들이 추후에 영어논문을 쓸 때 누군가가 교열을 봐줄 수는 있지만 스스로 검토하는 것에는 미치지 못한다”며 “학생들이 충분한 작문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만 국제적인 공학자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체계적인 작문 수업 필요” = 그러나 이같은 대학들의 노력은 아직 학생들의 요구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기술 작문’ 수업을 수강하고 있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의 한 학생은 “한 번도 글쓰기를 체계적으로 배워본 일이 없었다”며 “글쓰기가 목적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이 수업을 들으며 처음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지난해부터 사업을 하고 있다는 다른 학생 역시 “사업을 시작하면서 비즈니스와 관련된 작문 실력이 필요하게 됐다”며 “작문 실력이 부족하면 자신의 지식수준도 폄하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작문 수업을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2학점 수업으로 작문실력을 높이기에는 너무 시간이 짧다”며 “단순히 1학기에 그치는 수업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1,2학기에 수준별로 나누어 들을 수 있는 작문 수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수업을 강의하고 있는 송은경 강사 역시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1학기 수업만으로 부족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