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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이후…몸살 앓는 대학들
통합 깃발 아래 하나되기 위한 진통 잇달아
구조개혁의 뜨거운 열기 속에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통합’을 승인받은 대학들이 3월 개강과 함께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올해 통합대학으로 첫 발을 내딛은 곳은 강원대(삼척대), 고려대(고려보건대학), 부산대(밀양대), 삼육대(삼육의명대학) 등 8곳이다. 앞으로도 정부는 대학간 통폐합을 통한 구조조정을 강하게 리드하겠다는 의지. 이에 따라 개별 대학 차원의 모색도 잇따를 전망이다.

이 시점에서 본지는 통합 선행 대학들의 현재를 짚어보았다. 본격 출범 2개월도 안돼 아직은 공과를 따지기 이른 시점이지만 대학들이 통합과정에서 실제로 어떤 진통을 겪고 극복해나가는지 지켜보는 것은 ‘구조개혁을 통한 대학 수 줄이기’라는 명제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강원대(삼척대), 고려대(고려보건대학), 부산대(밀양대) 등 통합 대학에서 전해오는 소식들은 사뭇 거칠다. 강원대는 통합을 둘러싸고 찬반 의견을 가진 교수들이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부산대에서는 전 밀양대 소속 학생들이 부산대 명의의 졸업장을 달라고 요구하며 수업거부를 감행했다. 수십년간 서로 다른 내용과 체제로 운영해 온 대학들이 하루 아침에 ‘한몸’이 되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 합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이들은 어떤 진통을 겪고 있을까?

◆ 한지붕 두 대학 학생들 ‘갈등’

‘통합 전 밀양대 소속 학생들이 부산대 학위 수여를 요구하며 수업거부를 벌이고 있다’는 부산대. 부산대와 전 밀양대 학생들의 대학입학시 성적차이 등을 이유로 이를 둘러싸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미묘한 갈등마저 일고 있다.

그러나 실은 이렇다. 부산대는 전 밀양대 소속 학생들이 ‘부산대’ 졸업장을 받기 위해서는 필수교양과목(실용영어 6학점, 컴퓨터 6학점)을 들어야 한다고 제시했지만 당장 밀양캠퍼스에는 이번 학기에 해당 과목을 개설하지도 않았다는 것. 졸업을 앞둔 4학년 학생들의 경우 1년 안에 이를 수강해야만 ‘부산대’ 졸업장을 받을 수 있지만 강의 개설도 안된 상황에서 납득할 수 없는 요구라는 주장이다.

학생들이 이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자 대학측은 여름 계절학기를 통해 수강할 것을 권유했고, 학생들은 이에 대해 반발했던 것. 부산대 밀양캠퍼스 총학생회장 김태화군은 “전 밀양대 소속 학생들은 학력도 떨어지고 공부도 안하는 학생들인데 막연히 부산대 졸업장을 달라고 한다는 식으로 알리고 있다”며 “학력이 맞지 않으면 처음부터 통합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일갈했다.

◆ 임금 및 호봉체계 차이에 따른 갈등

임금 및 인사체계가 다른 두 대학이 통합되면서 일부 교직원들 사이에는 우려됐던 임금 및 호봉 삭감 등도 현실로 다가왔다.

부산대와 통합한 밀양대 소속 공무원들은 연봉이 1백~2백만원씩 삭감됐다. 전 밀양대 소속 한 직원은 “통합 이전에 교직원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던 약속과 달라졌다”며 “총장과 면담을 요청했지만 부산대 재정이 어렵다는 사정을 듣게 됐고 고통분담 하자고 해서 수긍했다”고 말했다.

조교들도 마찬가지 야간학과를 운영했던 밀양대는 조교들이 야간근무를 통해 ‘야간수당’을 십여만원 가량 받았지만 통합 부산대에는 야간학과가 없기 때문에 야간수당을 줄 수 없다고 나왔고, 급기야 조교들은 야간근무를 서지 않게 됐다고. 문제는 행정업무를 볼 수 없는 야간 학생들에게 떠넘겨졌다.

반면 전 밀양대 소속 교수와 기성회직원들은 경우는 부산대와 임금체계를 맞추면서 결국 임금이 인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와 통합한 고대병설보건대학 소속 교수들의 경우 호봉이 낮아졌다. 양 대학 교수들의 호봉체계가 달라 전 고대보건대학 소속 교수들의 호봉을 고려대 교수급으로 그대로 적용하면 연봉이 지나치게 높아진다는 것이 이유.

결과적으로 전 고대병설보건대학 소속 교수들은 연봉의 삭감은 없었지만 호봉이 낮아져 ‘정교수’가 하루아침에 ‘부교수’ 직급으로 하향조정됐고 추가로 논문을 더 발표해 승진심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또 전 고대병설보건대학 소속 직원들의 경우 당초에는 ‘고려대’ 소속 직원으로 신분 변경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결국 ‘고대 의료원’ 소속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인사규정 등 신분 관련 구체사항은 아직 미정이다.

학사행정, 실험·연구 지원 도맡아왔던 고대병설보건대학 소속 조교들의 문제도 심각한 상황. 이들은 대부분 본교 출신의 전문학사학위 소유자들이지만 사학연금관리공단 규칙에 따라 통합 이후 4년제 대학의 조교로 근무하려면 ‘학사’ 이상의 학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 그동안은 암묵적으로 최대 6년까지 근무할 수 있었지만 내년 이후 고용계약 여부는 불투명하다.

◆‘감정대립’ 가장 큰 후유증

통합을 둘러싸고 벌어진 구성원들간의 갈등은 앞으로 어떻게 곪아 터질지 모른다는 측면에서 가장 큰 후유증으로 꼽히고 있다.

부산대 명의의 졸업장을 요구하며 갈등을 빚고 있는 통합 부산대의 경우, 일부 교수들은 학생들로부터 “나는 부산대 교수고 너희들은 밀양대 학생들이라는 식으로 구분하고 있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삼척대와 통합해 3월 새롭게 출범한 강원대는 통합을 반대하는 교수들과 이를 묵인하는 교수들의 감정의 골이 깊은 상황이다. 양 대학의 통합을 반대하는 전 강원대 소속 교수 1백여명은 지난달 29일 교수협의회를 발족하고 통합취소가처분소송을 제기하는 등 대학본부 및 총장의 독단적인 통합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의 교수조직인 교수평의회와도 다른 노선으로 양립하는 등 내분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강원대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통합 이후 학과 통합 등 구조조정으로 반사이익을 얻는 교수와 그렇지 않은 교수로 나뉘어 감정이 골이 깊어 대화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통합에 반대하는 일부 단과대학 학장들은 5주째 교무회의에 참석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교수조직인 평의원회 관계자는 “통합 반대 여론은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고 평가하면서도 “통합이 된 이상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발전적 방향으로의 모색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주과학대학과 통합한 충주대 역시 통합대학으로 새롭게 출범했지만 아직도 학과 통합에 따른 캠퍼스 이전 등 후속조치가 구성원들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학과는 전 충주대 소속 식품생명공학부와 항공기계설계학과. 이들 학과는 기존 충주대 캠퍼스에서 청주과학대학 캠퍼스 쪽으로 이전이 확정됐지만 교수와 재학생들이 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

정재현 식품생명공학부 학과장은 "증평캠퍼스는 현재 1천명도 안되는 학생이 공부하고 있는데다가,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버스를 타고 학교를 빠져나가 대학 캠퍼스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며 “학교당국은 교수와 학생들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각각의 전통이 오랜 대학들이 통합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이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아직은 공과를 평가하기 이른 면이 있는 만큼 통합 대학의 추이를 시시각각 살펴보는 등 중간평가를 통해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최혜영·한용수·유아연 기자 news@unn.net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6-04-17 오전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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