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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법학전문대학원을 위한 제언
정만희 동아대 부총장
1995년 국무총리실 산하의 세계화추진위원회가 제안하면서 시작된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논의는 10년간의 논란을 일단락 짓고 2008년 3월 개교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 근대법학교육 100년사에서 가장 큰 사건으로 우리나라 법학교육과 법률가 양성제도의 근본적 변혁을 의미하는 이 새로운 실험은 상당한 인적·물적 준비 없이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그 동안 많은 진통을 겪으면서 현재에 이른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성공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중요한 전제조건들에 대한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러한 조건들은 어떠한 형태로건 입법과정에 반영되어야 한다. 특히 법학전문대학원의 총 정원과 변호사시험의 합격인원에 관한 문제는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과 관련된 논의 중에서 가장 첨예한 의견대립이 있는 문제이고, 동시에 이 새로운 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반드시 선결되어야 할 쟁점들이다.

법학계와 시민단체들은 법조계에서 주장하는 법학전문대학원의 총정원이나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사법개혁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수차례 천명해 왔다.

우리나라의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법학전문대학원이 개원할 2008년의 총 입학정원은 3천명이 바람직하며 변호사시험의 첫 합격자 수는 2천명 내지 2천5백명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21세기 교육의 대표적 키워드는 ‘자율’, ‘다양성’, ‘경쟁’이다. 그 동안 정부주도의 규제일변도의 교육정책에서 탈피하여 교육의 주체들이 다양한 건학이념에 따라 자율적으로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결정하고, 또한 교육기간들 상호간의 경쟁을 통해서 교육의 수월성을 제고하는 것이 이 시대의 교육 패러다임이다.

법학교육과 법률가양성제도에만 국한시켜 본다면, 사법연수원이라는 정부기관에서 판검사양성 위주의 교육과 실무수습을 해온 과거의 방식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법률가의 양성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시민들의 다양하고 복잡한 법률수요에 부응할 수도 없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혁하기 위해 법학전문대학원제도가 도입된다고 본다면, 새로운 법학교육은 정부의 인위적 심사기준에 의해 몇몇 대학을 인가해 주고 이들에게 법률가양성의 ‘특허권’을 주는 제도가 되어서는 안된다.

새로운 법학교육제도하에서는 합리적으로 설정된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대학들이 법학전문대학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이렇게 문을 연 법학전문대학원들이 다양한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경쟁 하고, 졸업생들의 취업을 통해 법률서비스시장에서 선택받음으로써 우열을 겨루고, 부실한 학교는 퇴출되게 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다.

미국의 경우 변호사사무실에서 도제실습을 통해 변호사가 양성되던 전통적 방식이 확고히 자리 잡고 있던 1850년경 대학 법학부가 변호사 교육을 담당하려고 시도하자 미국 법조계는 엄청난 반대를 했다. 법학교육을 대학원수준에서 행하려는 일부 대학의 시도도 많은 대학의 반대에 부딪혔다. 스탠포드대학은 1921년까지 로스쿨 입학자격을 고등학교 졸업자로 하여 대학 학부와 같이 운영했다. 하버드 로스쿨 제외한 거의 모든 로스쿨은 판례중심의 토론식 수업이 아닌 법률지식의 ‘강의’가 가장 적절한 교육방법이라고 믿었고, 콜럼비아, 예일, 펜실바니아 대학 등 소위 아이비 리그의 로스쿨들도 수십년간 판례식 수업방식을 거부했다.

미국의 로스쿨제도와 그 특유의 교육방법은 몇몇 법학자의 대단히 급진적인 실험에서 비롯되었다. 확고한 소신을 가진 소수의 개혁적 법학자들이 다수의 법학자들과 법조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도한 혁신적 교육방식이 뛰어난 성과를 나타내고 법률서비스 시장과 사회가 그 효용성을 높이 평가함으로써 널리 퍼져나가 오늘의 모습으로 정착되게 된 것이다.

미국 로스쿨의 역사를 연구한 이들은 오늘의 미국 로스쿨이 있게 한 공헌을 하버드 로스쿨의 두 학장에게 돌리고 있다. 크리스토퍼 랭델과 제임스 에임스가 바로 이들이다. 1870년에 하버드 로스쿨 취임해 25년간 학장으로 재직하면서 법학교육제도의 내용을 혁신한 랭델과 그의 수제자로서 랭델의 후임 학장이 된 에임스는 15년간 학장을 역임하며 오늘날 표준화된 미국 로스쿨 교육의 틀을 확고히 만들었다. 미국 법사학자들은 이들 두 법학자의 40년간의 창조적 실험이 미국 로스쿨 교육의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수월성을 갖도록 만들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들의 교육방식과 그 성과가 시장에서 인정을 받음으로써 경쟁 로스쿨들이 실시해온 교육방식과 내용은 퇴조하고 결국은 모두가 하버드의 모델을 따르게 되었다. 바로 이러한 미국의 예에서 저는 규제위주의 접근이 아닌 시장중심의 접근을 법학교육의 개혁에도 도입해야 한다.

우리가 미국형 로스쿨제도를 도입하는데 있어서 미국 로스쿨의 연혁과 전개과정 등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 현재의 미국 로스쿨 운영실태의 단면만을 보고 그것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뿐만 아니라 로스쿨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면서 로스쿨도입의 기본정신과 취지에 반하여 로스쿨 총정원을 정부가 엄격히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의 방향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의 바람직한 법학전문대학원제도의 시행을 위해서는 더 이상 법조 직역이기주의에 얽매이지 말고,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의 이익을 위하고, 국민이 기대하는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에 관한 법안이 확정되어야 한다. 법학교육의 주체인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법학전문대학의 총정원에 관한 ‘대타협’이 도출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6-03-29 오전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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