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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KAIST문제와 러플린 해법
이공훈 학벌없는 사회 만들기 상임운영위원
한국과학기술원(이하 KAIST) 이사회가 로버트 러플린 KAIST 총장의 연임불가를 결의하자 그가 다음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신의 소신을 밝히고 필자에게도 메일을 보내왔다. 내용은 이사회의 결의와 임직원들의 보직사퇴가 KAIST의 장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자신들의 신분적 이익을 우선한 것으로 노조원과 같은 행위라는 것이었다.

겉으로는 교수나 성직자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질은 신분적 이익수호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중요한 장래 문제란 KAIST의 학부중심으로의 전환과 신분과 재원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반발 그룹들은 이런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그를 배척하는 세력들은 러플린 총장이 한국현실도 모르며 알려 하지도 않았고 재원도 조달하지 못했으며 자리도 잘 지키지 않았다고 공격하고 있다. 심한 경우에는 자격미달의 건달을 초빙한 게 아니냐고 혹평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논란을 보면서 우리는 먼저 러플린 총장의 구상의 핵심을 바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는 세계의 정부들이 대학재정에 대한 투명성과 경제성 요구 때문에 대학재정을 시장에 떠넘기는 추세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때의 시장이 학부모와 학생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간섭과 총량의 규제도 대학발전의 한계로 인식하고 있는 점이다.

다른 한 가지는 고급과학지식에 대한 시장수요의 변천도 그가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가 된다. 그것은 고급과학지식 그 자체보다 고급과학지식을 생산하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 먼저 주목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고도 지식기반 사회에서 과학기술 교육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생산된 지식이 왜 언제 어떻게 사용되는지, 가치를 가지는지를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정동길 명지대 교수).”

이를 지식의 지식 혹은 메타지식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이야 말로 KAIST가 주목해야할 부분으로 시장만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가운데 습득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KAIST의 재원조달문제는 우리나라 대학의 향방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그 동안 대학문제는 경쟁력 제고 방안이라든가 효율성 제고라든가 지방대학 공동화 방지 혹은 전국규모의 균형발전 같은 주제를 두고 논의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개방형이사를 두는 문제도 현안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보다도 더 근본적이고 시급한 게 대학의 재원조달방식에 관한 것이고 그의 대안은 시장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정부의 지원과 규제로부터 벗어나 시장 한 가운데서 생존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학부중심과 신분전환은 그에 따라 자동적으로 도출되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국립대학들의 재정의 결핍의 위기는 정부재정의 경직성과 한계에 그 이유가 있으며 이는 대학발전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대상에는 KAIST만이 아니고 서울대를 비롯한 일반종합국립대학들과 정부 예산으로 운용되는 한국종합예술학교나 한국정보통신대나 광주과학기술원 등도 모두 포함된다. 최근의 국립울산대(설립중)도 생존을 국가의 지원에 의존한다는 데서 같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즉 KAIST의 재정자립문제는 단지 그 대학의 문제에 한하지 않는다는 데서 문제의 외연이 확장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학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시장화를 지향한다고 하면서도 국립대학의 사립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못을 박았기 때문에 러플린 총장이 KAIST의 사립화를 분명하게 내걸지는 못했지만 그가 지향하는 것은 실질적인 사립화이고 재원조달 창구가 학생과 학부모다. 정부기관출연이나 산업연계는 2차 재원조달창구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재원을 조달한다는 것은 대학이 시장의 수요에 따르며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베이스캠프의 역할을 지향하는 것이다. 또 그것은 무한경쟁체제 속으로의 진입이고 고등교육의 시민사회 영역화라고 할 수 있다.

KAIST는 우리나라 과학기술계를 대표하는 대학 중의 하나이고 러플린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과학자이다. 그러나 KAIST 임직원들과 러플린총장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경제의 메카니즘에 대해 인식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차이가 우리의 흥미를 돋우는 점도 있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정부와 대학의 관계자들이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고 대학의 발전과 미래 산업기술의 향방을 고려하며 재원조달 문제를 풀었으면 하는 것이다. 국가에 의한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의 한계는 이미 드러난 지 오래가 아닌가. 그렇다면 대학재정문제의 근본적 해결이라고 하는데서 러플린 총장의 해법은 충분히 검토할 만한 대안이라고 보이는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6-04-12 오전 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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