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안을 고수하던 노조와 학교측이 각각 지난달 말 경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협상은 교착 상태에 있다. 노동조합의 총파업이 131일째로 치달으면서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외대 사태를 쟁점별로 진단했다.
◆ 인사·징계위원회 노사 구성비
현행 단체협약에 따르면 한국외대는 직원 인사·징계위원회 위원수를 학교측 5인·노조측 4인으로 하며 의사·의결정족수 관련 내용으로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출석 인원 과반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의결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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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외대 직원 파업 주요 쟁점 |
이와 관련 당초 대학측은 대학의 인사·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인사·징계위원회 의사정족수를 현행 '2/3'에서 '과반'으로 낮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 체제에서 노조가 불참할 경우 위원회 개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노조는 현행 위원회 구성방안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학교측 제안대로 과반 출석, 과반 찬성으로 의결정족수 조항을 바꿀 경우, 노조가 위원회에 참여할 의미가 퇴색된다는 이유다.
인사위원회와 관련, 노조는 위원회 구성과 정족수를 그대로 유지하되, 운영방법을 일부 수정하는 수정안을 학교측에 내놓았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승진대상자를 선별 상정·심의해오던 것을 승진심사 대상자 전원을 일괄 상정, 인사위원회가 이를 심의할 수 있도록 별도의 내규를 만들자는 내용이다.
이정철 노조 지부장은 "학교가 '인사권 개입'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론 '거부권' 이상 아니다"라며 "98년 이후 노조가 (인사위원회에서) 거부권을 발동한 경우는 단 1번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측 교섭위원인 김동훈 대학원 교학처장은 "노조는 내규를 정하자지만 단협이 상위인 상황에서 내규는 지키지 않아도 그만"이라고 노조측 수정안을 일축했다.
노조의 수정안 제시에 맞서 학교측은 인사위 구성비율을 학교 6명, 노조 3명으로 바꾸고, 의사·의결정족수 요건은 그대로 유지하는 수정안을 놓고 팽팽한 힘겨루기를 지속하고 있다.
징계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노사간 힘겨운 줄다리기도 계속되고 있다.
대학측은 징계위원회 구성과 의결요건에서 노조의 참여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규정 고수를 주장했던 노조는 지난달말 수정안을 발표했다. '2/3'로 규정하고 있는 의사정족수 규정을 '재적 과반'으로 낮추는 대신 현행 '출석인원 과반 찬성'을 '2/3 찬성'으로 오히려 올렸다.
윤병호 선전홍보국장은 "위원회 개최 자체가 거부되는 상황을 방지하면서도 징계 수준을 정할 때 학교측의 일방적 징계를 막자는 것"이라며 수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김동훈 처장은 "교묘히 예전보다 더 강화된 입장을 갖고 나왔다"며 노조를 비난했다. 학교측은 징계위에 대해 의사·의결 정족수를 그대로 두되 위원 구성 비율을 학교 6명, 노조 3명으로 조정하고 재심시 학교측 1인 위원을 외부인사로 위촉할 수 있다는 수정안을 발표했다.
김 처장은 "인사·경영권을 합리적·원칙적으로 확보하자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며 "이에 대해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 ▲ 타 대학 직원 인사·징계 위원회 구성 현황 |
이와 관련, 동덕여대는 직원 인사·징계위원회 노사구성비를 5대 4로 현행 한국외대와 같은 내용으로 정하고 있다. 다만, 의사·의결정족수는 각각 과반수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징계위의 경우 의결정족수를 '출석인원 과반' 대신 '재적인원 과반'으로 규정하고 있다.
숭실대는 8명대 2명, 의사·의결정족수는 각각 과반수로 규정하고 있다. 연세대는 학교 7명, 노조 4명으로 인사·징계위를 구성하고 있다. 의결은 재적인원 과반 참석과 출석인원 과반수 찬성으로 운영하고 있다.
◆ 비정규직원 정규직화 문제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지난 2004년 단협에서 노조가 전임 총장과 합의한 내용이 논란의 단초가 되고 있다.
당시 단협에서 노사는 대학 본부가 고용한 비정규직 43명을 2009년까지 점진적으로 전면 정규직화한다는 합의안을 마련했다. 이같은 내용에 따라 2004년과 2005년 13명이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현재 28명이 정규직 전환 대상자로 남아있다.
대학측은 "전임 집행부가 결정한 내용이라도 상식 수준에서 조정해야 한다"며 공채에 준하는 시험을 통해 정규직 전환대상자를 선별하겠다는 입장이다. 신규채용 대상자들과는 별도 트랙으로 관리하고 이때 가산점을 최고 50%까지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김동훈 교학처장은 "공채로 채용된 기존 직원들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정규직 대상자의)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 윤병호 선전홍보국장은 "정규직 전환 대상자들은 5∼10년 가까이 근무한 사람들로 이미 업무능력을 검증받은 사람들"이라며 학교측의 '정규직 전환 대상자 선별과정'은 불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가산점 50% 부가안에 대해서도 "0~50%까지 부여한다는 것으로 세부적인 계획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정철 노조 지부장은 "집행부가 바뀐다고 합의안이 바뀐다면 단협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종전 합의안의 무조건적 이행을 촉구했다.
◆ 조합원 가입범위
노조 가입범위도 논란이다. 종전 단협이 모든 직원의 자발적인 가입을 규정하고 있지만 학교측은 '과장급 이상 직원'과 '인사·노무 담당 직원'의 노조 가입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학교측은 해당 직원들에게 노조 탈퇴를 요구해 다수가 탈퇴했다. 노조 탈퇴 요구를 무시하고 파업활동을 계속해 벌인 4명의 과장급 직원들에 대해서는 장기 무단결근 등으로 파면 등 징계했다.
노조는 결국 종전안에서 한발짝 양보, 부처장급 이상에 대해 노조 가입 자격을 제한하자는 수정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대학 본부는 "간부직으로 분류되는 직책을 부여받을 수 있는 권한, 부하직원 감독권과 근태관리권, 직원의 복무와 업무분장권, 사무의 인수인계 및 일반사무 처리에 대한 전결권을 가진 부처장 및 과장상당수가 노조에 가입하고 있다"며 노조의 수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