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에서 수석으로 합격 후 김대중 전대통령 시절 "박주선은 나와 역사를 함께 쓸 사람"이란 평가를 들었지만 박 후보는 '정치적 풍운'을 몸소 겪었고 16대 총선에서 민주당 바람을 뚫고 전남에서 무소속 당선돼 화제를 모았다.
이번에 학생기자단과 자리를 한 박 후보는 무엇보다 공직에서 오는 경륜, 연륜에서 오는 안정감, 특유의 추진력을 다른 후보들과의 차별성으로 내세웠다.
"이번 선거는 정책선거도 아니고 인물을 검증하는 선거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물을 놓고 정당한 대결을 벌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한 박 후보는 언론의 불공정한 보도도 한몫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대학신문 자매지 캠퍼스라이프 학생기자단과 대담을 마친 박 후보는 "뼈가 있는 달걀 같다"고 학생기자단을 평가했다. 겉으로는 부드럽게 보이지만 그 속에 날카로운 뼈가 있듯 그런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박주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캠퍼스라이프 학생기자단과 가진 '릴레이 100분 대담'의 전문이다.
- 넉넉지 않은 유년생활을 보낸 것으로 아는데 유년생활이 자신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친 것 같은가.
"장점은 불굴의 의지와 신념으로 장애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점은 어릴 때부터 다방면의 경험과 학습을 못해본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색소폰도 불고 싶고 그림도 그리고 싶었는데 학과공부 외에는 한눈팔 여유가 없었다. 그렇지만 왕복 16km를 뛰어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체력하나는 강하다."
- 오세훈 후보나 강금실 후보는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젊은 이미지를 많이 부각시키고 있는데 박 후보만의 차별화된 이미지는?
"사무엘 울먼의 청춘이라는 시를 보면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모험심을 의미하며 때로는 20살 청년보다도 60살 노인에게 청춘이 있다'는 말이 있다. 즉 젊고 늙음은 나이가 아니라 마음가짐과 정신력이라고 생각한다.
산술적인 나이는 내가 더 먹었을지 몰라도 체력이나 정신적인 부분에서는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타 후보들이 갖고 있는 패기와 젊음도 갖고 있고 그것에 더해 인생의 경험에서 오는 지혜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식은 맘먹기에 따라 얻을 수 있지만 지혜는 경험에서만이 취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 30년 동안 공직생활을 한 사람이다. 공직에서 오는 경륜과, 연륜에서 오는 안정감과 특유의 추진력에 있어 차별화가 되어있고 현재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 서울시장선거에서 언론보도의 공정함이 가장 필요하다고 했는데 왜 자신이 공정하지 못하게 보도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해결방법은 무엇인지 말해 달라.
"언론은 잘나가는 사람은 더 잘 나가게, 못나가는 사람은 아주 못나가게 하는 식의 편향적인 보도를 일삼는다. 이미 언론에서 정책이나 인물에 관한 검증은 도외시하고 둘 중 한 명이 당선된 것처럼 기정사실화하기 때문에 군중심리라는 것도 그것에 따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 이것은 정책선거도 아니고 인물을 검증하는 선거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정한 보도의 기회를 달라."
-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겪었는데 자신만의 신념이나 추진력이 있다면.
"3번 구속 당시 언론으로부터 당했던 수모와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무죄가 밝혀졌을 때 명예회복의 장은 절대 넓지가 않았다. 이 세 가지 사건 모두 사람이 한 일이라기보다는 뭔가 하늘의 질서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는 생각 때문에 부득이하게 이런 시련을 거친 연단의 과정이 아닌가 생각한다.
3번의 사건 중 어느 하나의 사건으로라도 단돈 1만원의 벌금이라도 처해진다면 난 가족들을 모두 아프리카 최오지로 데려가서 남은 여생을 살겠다고 맹세했다. 강금실 후보도 재임 중 두 번이나 구속된 일에 대해 사과했었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이라는 말이 있듯 아예 법을 모르면 ‘죄가 될 수 있는가 보다’ 생각하지만 법을 아는 입장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된다."
- 서울-평양간 ‘경평축제’ 정례화를 공약했는데 학생들의 기여도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낼 생각인지.
"단일민족이 갖고 있는 공통문화를 개발하고 젊은이들의 동질성을 회복해야 남북통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순수한 문화예술 교류협력을 확대하는데는 무엇보다 대학생의 역할이 중요하다. 남북 대학생끼리 축구시합, 백일장대회, 달리기 대회 등 작은 행사라도 끊임없이 개최해야 교류확산 및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지 않겠느냐.
이와 함께 베이징, 서울, 도쿄에 러시아 등 4개국 시장들의 국내 모임을 추진해 상호협력 지원 및 구축계획이다."
- 강남북 교육격차 해소를 공약하셨는데 인재를 양성해놓으면 유학을 떠나 해외로 유출되는 것도 문제 아닌가.
"1조 6천억 원을 지원해 강북 사립형 자립고를 유치하겠다고 했는데 교육문제는 교육감의 권한이지만 시장 입장에서 교육 방안을 어느 쪽으로 가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은 사교육의 보충을 받지 못하면 대학교육에 성공을 못하는데 상대적으로 강북 학생들은 소득수준이 낮기 때문에 사교육을 받을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당할 수밖에 없다. 이런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자립형 사립고를 유치해서 다양화, 특성화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물론 이렇게 교육을 모두 실시한 후 해외로 빠져나가는 고급 인력에 대해서는 국내 진학을 유도하는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전국적으로 자립형 사립고가 6개 있는데 이곳을 졸업한 학생 중 유학을 가는 경우는 다른 학교보다 낮은 상황이다.
또한 대학졸업 후 한국에서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져야 한다. 해외기업을 국내 유치해 일자리 창출과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 공장을 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그래야 대학생의 취업기회도 늘어나고 유학의 기회도 줄어들 것이다."
- 사법시험에서 수석 합격했는데 대학생활은 어땠는지.
"대학생활 동안 목표를 정해놓고 성취해가는 과정이다보니 대학생활이 자유분방하거나 다채롭지 못했다. 지금 같으면 데이트도 좀 해보고 예체능관련 교양과목도 듣고 했을텐데 기회가 많지 않았다. 처음이자 마지막 미팅에서 아내와 인연이 돼 결혼한 게 가장 큰 소득이다."
- 한 언론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역사를 함께 쓸 사람이라고 표현했는데.
"4대 법무비서관으로 근무 당시 현재 민정수석과 임사수석을 합쳐놓은 역할을 맡아 김대중 대통령을 수시로 독대했었다. 임무가 국정전반 점검 및 조정, 장차관 인사 임명권 등이었는데 이때 김대중 대통령이 “나와 역사를 함께 쓸 사람”이라고 날 평가했다.
오세훈 후보는 이회창 전 대표를 “정치적 스승으로 모시겠다”고 스스로 얘기했고 강금실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가 가장 맞는 사람”이라고 말한바 있다.
김대중, 이회창, 노무현 수제자들이 격돌하고 있는 셈이다. 자랑스럽게 수용한다."
- 통일문제 등 김대중 전대통령의 정책과 같은 맥락에서 할 것인가.
"존경하는 문제와 정책실현은 동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반도 평화적 통일과 안보와 관련된 문제는 김 전대통령과 난 생각이 정반대이다.
대북정책은 북한을 위한 게 아니라 우리를 위해 더 줘야 한다. 묘목을 키워서 과일을 따 먹을 때까지 비료주고 모든 것 돌봐주는 ‘과실론’과 마찬가지다. 북한은 우리가 한 단계 위에서 다스려야한다. 퍼준다는 식으로 얘기하면 지원받는 입장에서도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사진/조훈희 학생기자>
<정리/김도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