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가 개정 사학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개방형 이사' 조항 때문이다. 7월1일 시행 예정인 개정 사학법은 이사의 4분의 1 이상을 반드시 외부 인사로 채우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방형 이사들이 사학비리를 감시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사회 구성 최소 정원은 7명. 이사진이 7명이면 두 명은 외부 인사로 채워야 한다.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가 2배수의 후보를 추천하면 이사회가 최종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문제는 자격 요건이다. 개정 사학법은 개방형 이사 개념을 '건학 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자격요건과 추천 방법.선임 절차 등 구체적 사항은 학교 실정에 맞게 정관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한기총 박승천 목사는 "'건학 이념 구현' 개념이 분명치 않아 비기독교인, 일반인, 전교조 출신이 얼마든지 후보로 추천될 수 있다"며 "그럴 경우 학교 측이 재추천권을 요구해야 하는데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박 목사는 특히 "정부가 사학법 시행을 강행할 경우 전국의 한기총 소속 학교에 '정관 개정을 하지 말자'는 내용의 대규모 불복종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톨릭계는 종교 교육에 문제가 생긴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재단 측이 자율로 종교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데 외부 인사가 들어오면 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학내 분규가 사회문제로 비화될 경우에만 파견토록 돼 있는 현행 관선이사제가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사립초중고법인협의회, 한국전문대학법인협의회, 한국대학법인협의회로 구성된 한국사학법인연합회는 13일 사학법 반대를 위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회장단은 여야 정치권이 개악된 사립학교법을 시행일인 7월1일 이전에 재개정하고 헌법재판소는 개정 사학법에 대해 엄정한 결정을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요구 내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종교계 및 교육계, 학부모단체와 연대해 법률 불복종운동을 강력히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대표회장 박종순 목사), 가톨릭학교법인연합회(회장 이용훈 주교), 사학수호국민운동본부(이하 사수본·본부장 안영로 목사),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상임회장 안영로 목사 등)도 전날(12일) '종교 탄압 중지하고 사학법 재개정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채택했다.
한기총과 사수본은 성명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종교계 사립학교에서 종교 활동을 금지하도록 하는 공문을 시달했다"며 "이는 종교계 사립학교의 건학이념을 말살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개정 사립학교법은 개방이사와 임시이사를 통해 사립학교를 찬탈하려는 것"이라며 "조만간 사립학교법의 위헌성에 공감, 서명한 150만명의 서명지를 헌법재판소와 국회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학법 개정을 주장하는 서명지는 A4용지 크기로 400페이지 두께로 총 500여권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당장 다음달부터 법을 시행해야 하지만 최근 종교계 사학들의 반발이 거세자 개방형 이사와 관련한 정관 개정을 3개월간 유보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