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국공립대학교교수회연합회(상임회장 정해룡·이하 국교련)는 지난 10일 ‘국립대 법인화, 과연 대안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9, 11월 개최한 공청회가 법인화 찬성 인사 일색으로 치러진 데 대한 반발로 마련됐다.
찬반 동수로 나온 토론자들은 국립대 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법인화 방안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시기상조” VS “지금 도입해야” = 홍철훈 국교련 사무총장은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국가 부담률이 OECD 국가의 3분의 1도 채 안되는 우리 현실에서 법인화되면 재정이 열악한 지방대학은 생존의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보유자산이 적은 지방 중소대학은 재정의 자율성을 준다고 해도 그 자율성을 구사할 능력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용하 부산대 교수는 “법인화를 논의하더라도 3~5년 정도 국립대에 투자한 후, 대학이 독립채산을 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여건이 성숙했을 때 법인화 전환을 논의해야 한다”며 “현재 상태에서 국립대 법인화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국립대학마다 정교수 직급이 차지하는 비율이 70%에 달한데, 이는 정교수로 승진해 길게는 20년 이상 재직하는 정년보장제 때문”이라며 “법인화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교수정년보장 제도를 개선하고, 권역별 거점대학을 육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는 “정부 산하기관으로서의 국립대 조직·인사·재정은 자율성과 책임성 어느 측면에서도 만족스럽지 않다”며 “20년이 넘게 진전 없는 쳇바퀴를 서울대 등 몇몇 선도대학이라도 시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대영 중앙일보 논설위원도 “2009년에 시행한다는 정부 입장은 시기적으로 적당하다”며 “시행시기를 달리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모든 국립대에 적용하고, 관련 고등교육 지원기관까지 동시에 법인화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법인화 성공? 실패?= 오오니시 히로시 일본 전국대학고등전문학교 교직원조합 위원장(교토대 교수)은 “일본 국립대는 법인화 이후 운영비 교부금 감액으로 매년 100억 엔의 예산 감액이 이뤄져 연구비가 대폭 감소하고, 교수 퇴직 후 공석을 메우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오니시 교수는 “법인화 이후 지방 국립대가 위기에 처해 있으며, 사립대의 정부 보조금도 23년 만에 처음으로 삭감됐다”며 "연구비가 줄어서는 대학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오대영 논설위원은 “일본 언론은 법인화 이후 국립대의 경영 마인드가 높아지면서 잠자던 연구 성과물을 특허 화하고 사업화하는 등 대학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오오니시 교수는 “최근 도쿄대가 신용등급 AAA를 받은 것은 연구비를 줄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AAA 등급을 받는 것이 좋은 대학인가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측면이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법인화 안 문제 여전” = 교육부의 법인화 안에 대한 문제점 지적도 잇따랐다. 정용하 교수는 “교육부 법인화안 대로라면, 여전히 교육부 장관의 통제를 받게 돼 있다”며 “이는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부담은 덜면서 지배력은 유지하려는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오대영 논설위원도 “법인화의 목표나 핵심 조항들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정부가 대학 운영에 개입할 소지가 높다”며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특별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이주호 의원(한나라당)은 “자율을 주는 시늉만 할 것이 아니라, 이사회 선정을 대학에 맡기고 총장에게 예산편성권을 주며, 포뮬러 펀딩으로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정수 교수는 “의사결정구조가 학내 인사들로만 구성되면 사회 책임성을 묻기가 어렵다”며 “외부인사 참여에 의한 거버넌스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주호 의원은 특히 “교육부가 법안을 주도하는 것이 문제로, 국회 차원의 위원회를 만들어 재정 확대, 수월성 제고 등 단계별로 법인화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해룡 국교련 상임회장은 “교육부에 토론회에 참여해 달라고 두 차례나 공문을 보냈으나, 불참 통보를 해왔다”며 “교육부에서는 이미 끝난 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결국 공은 국회로 넘어갈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국회 쪽에 우리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는 활동에 주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달 중 입법예고를 거쳐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어서 국회 심의과정에서 찬반양론이 또 한 번 부딪힐 전망이다.
조양희·권형진 기자 yanghee·jinny@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