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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법인화, 졸속추진을 우려한다
이동형 한밭대 교수평의회 의장
최근 정부의 국립대 법인화 강행을 바라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고등교육의 장래가 걸린 법인화 공청회가 너무나 요식적으로 치러지고, 한 달 사이에 법인화의 핵심내용이 바꿔지는 등 졸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국립대 법인화를 졸속으로 추진하기 보다는 2004년 우리보다 먼저 국립대 법인화를 시행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한밭대에서 열린 국립대 법인화 세미나에 참석한 오니시 교토대 교수는 법인화 이후 대학(특히 지방대학)의 재정이 악화돼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법인화로 △연구비의 대폭 삭감 △정기학술잡지의 구독중지 △신임교수 채용포기 등 교육서비스 수준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동경대가 최근 신용등급 AAA를 받는 등 긍정적인 평가가 단지 재정적인 측면에서만 본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정적인 측면의 발전을 대학발전으로 직결시키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는 한 측면을 보면서 일본의 법인화가 성공했다고 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만약 정부의 주장대로 대학의 경쟁력 확보방안이 법인화라면 우리의 현 여건이 법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인지 묻고 싶다. 현재 한국의 200여개 대학 중 국공립대가 43개(교대 11개 포함)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결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만약 정부가 법인화를 통해 국립대학의 통폐합을 유도하려는 것이라면 울산대와 인천대의 국립대 법인 신설, 전환은 이치적으로 맞지 않는다.

전체교육예산 중 고등교육예산비율을 보면 OECD 국가평균은 25%를 상회한 반면 우리는 15%에 불과하다. 이를 학생 1인당으로 보면 OECD 국가의 1/20 수준으로 우리나라 국립대의 상황이 매우 열악한 처지임을 고려할 때 법인화는 무모한 정책이다.

더구나 이번 법인화 정책은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로드 맵 없이 재정이 취약한 지방 중소대학들에 대한 대폭적인 재정확충이나 중장기적 지원책 없이 일괄적으로 강행하려는 데에 문제가 있다. 특별 법안에 보면 현재의 국립대 보유재산을 양도해 준다고 하지만 각 대학이 가진 보유재산 상황은 너무도 다르다. 서울대처럼 자산이 상대적으로 많은 대학과 열악한 지방 중소대학들의 처지는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또 대학들은 대학본연의 목적 보다는 경제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기업경영방식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 지속적인 국가 발전에 필요한 학문의 균형적 발전이나 인재양성의 교육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밖에도 등록금 인상으로 서민부담의 증가가 불가피하고 비교적 낮은 등록금의 이점을 상실해 지방 우수인재들의 서울권 유출이 심화될 것이다. 이는 지역 대학의 운영을 어렵게 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자율선택인데 무슨 문제냐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 교육부장관은 작년 7월 대교협 기자간담회에서 법인화 않는 대학은 불이익을 주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크던 작던 개혁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치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섣부른 법인화의 도입은 대학사회의 혼란과 분열만 가중시키고 나아가 대학 및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6-12-27 오후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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