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녹지캠퍼스에 들어서면 5천4백여평에 달하는 지상 6층짜리 하얀색 건물이 나타난다. 한적한 주변 분위기와는 달리 공동실험실과 최신 실험 기자재를 갖춘 이 곳은 생명공학분야에서 새로운 메카로 부상하고 있는 고려대 생명공학원(이하 생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인문사회 분야가 강세인 고려대가 생명공학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지난 95년 정부의 이공계 대학원 지원사업에 응모하면서 부터. 국책 지원 사업에서 생명공학 분야로 선정된 고려대는 국고지원과 대응투자로 4백억원을 투입, 연구여건의 토대를 구축하고 99년 BK 21 사업에 연달아 선정된 됨으로써 생명공학 연구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교수확보와 연구업적 향상 등 우리 스스로도 놀랄 만큼 95년 국책 사업 지원당시 예측한 청사진대로 생공원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당시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새로운 대학 개혁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그 예측이 현실로 증명된 것이죠.” (생공원 박영인 교학부장)
생공원은 1단과대학 1학부제를 도입, 단일학부인 ‘생명공학부’를 설립하고 대학원도 유전공학과, 식품공학과 생물공학과를 단일 학사조직으로 개편, 현재 소속교수 46명, 학부생 4백80명, 대학원 3백60명의 선진국형 조직을 갖추고 있다.
학과 통·폐합도 힘든 우리 대학 현실에서 쪼개져 있는 학부와 대학원을 하나의 조직으로 개편한 생공원의 도전이 쉽게 성취된 것은 아니다. 학과 통·폐합 과정에서부터 시작된 갈등은 극한 대립으로 나타나 대학 조직에서 생공원이 없어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생명공학’이라는 우산아래 헤쳐 모여 교육과 연구를 집중한 결과는 단박에 연구성과로 나타났다.
생공원 소속 최의주 교수는 지난 3월 한국과학재단이 수여하는 ‘한국과학상’을 수상한데 이어 지난달 대한의사협회가 발표한 노벨의학상에 근접한 우수 한국인 의과학자 20인중 한명으로 뽑혔다.
안지훈 교수가 참여한 식물학 분야 논문은 지난해 동·식물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으로 선정됐으며 식물 바이러스의 감염 메커니즘을 최초로 규명한 박영인 교수의 논문은 생명공학 분야 저명 학술지인 엠보(EMBO) 최신호에 실렸다.
교수 1인당 연간 ‘과학논문 인용색인’(SCI) 수록 논문은 BK 21 사업 개시전 연 1.7편에서 2차년도에는 3.0편, 3차년도 전반 6개월에 이미 2.2편으로 급신장했다. 교수 1인당 SCI 영향지수(Impact Factor)의 경우 99년 당시 2.9에서 올해는 전반 6개월에 4.5를 달성한 상태.
대학원 문호 개방으로 타교출신 학생 비율이 50%를 넘고 있는 생공원은 올해 대학원생 선발에서 석사가 3대 1, 박사는 2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오는 2006년 BK 21 사업 종료 후에도 산업체 연구지원금과 교수 연구비 오버해드 등으로 재정자립을 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공원측은 내다보고 있다.
지금까지 연구중심대학원 체제를 확립했다면 이제는 제2 도약의 시기로 머지않은 장래에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 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연구집단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 생공원 구성원들의 의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