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단편 「고욤」에서 ‘무미(無味)에 가까운 순두부를 먹으며 젊은 날을 기억하는 서로 다른 두 친구’는 과거를 아련한 추억이 아닌 허탈한 슬픔으로 떠올린다. 또다른 단편 「악어는 말했다」는 어색한 술자리에 동석한 인간들의 서로에 대한 적의를 보여주는데, 성석제 씨 특유의 한바탕 흐드러진 농담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참말로 좋은 날’이라는 신간의 제목은 그래서 역설적이다. 작가의 고향인 경상도 사투리 “참말로”라는 말 자체가 역설의 뉘앙스를 갖고있긴 하지만, 보잘것없는 일상 속의 ‘참말로 좋은 날’은 사실 쓸쓸하기 그지없는 하루하루가 아닌가. 살아가면 살수록 어려워지기만 하는 현실 속에서, 작가도 ‘농담을 통한 고단한 세상살이의 위로’를 포기한 듯도 싶다.
작가도 그 점을 스스로에게 되묻고 있다. “빠른 건 언제나 같다. 내가 바뀐 것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바뀌는 게 당연한가.” 삶을 걸판진 웃음으로, ‘숭고한 희극’으로 해석해오던 작가의 변화는 그러나 희망을 버린 것은 아니다. 성석제 씨의 소설은 언제나 ‘사람’을 주제와 소재로 삼고 있었으며, 이 소설집에서도 여전히 “세상이 바뀌어도 사람은 그대로다”라고 인정하고 있기 때문.
작가의 변화란 새로운 이야기의 영역을 넓힌다는 점에서 언제나 긍정적이다. 다만 성석제 씨 특유의 능청스러운 웃음이 녹아든, 그야말로 ‘참말로 좋은 날’의 여유를 만나고픈 생각도 든다.
309면, 문학동네, 가격 9,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