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U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KAIST와의 통합을 보류하며 차기 이사회에서 민영화와 통합 중 실현가능성이 높은 방안을 의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ICU는 지난 1월 ‘민영화 추진 전담반’과 ‘KAIST 통합 추진 전담반’ 등 2개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3개월간 논의를 거쳐 지난달 중순 자체적인 민영화와 통합 방안을 도출했다.
민영화 방안은 △정보통신부(이하 정통부)가 2012년까지, 5년간 매년 ICU 예산 중 75억 원을 지원하고 △민간 컨소시엄을 만들어 현행 정부주도의 지배구조를 민간 주도형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ICU의 재정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감으로 인해 선뜻 민간컨소시엄에 나서는 기업이 없다는 점에서 이같은 민영화방안의 실효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학교법인 한국정보통신학원의 이사회 멤버인 A씨는 "ICU에서 처음에는 학교에 투자할 기업을 찾아다녔지만 이에 난색을 표한 기업들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며 "기업에 실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노조에서도 반대하기 때문에 (민간컨소시엄 구성에는) 어려움이 예상 된다"고 말했다.
반면 통합 방안은 KAIST와의 논의가 어떻게 진전되느냐에 따라 ‘실현 가능한’ 쪽으로 바뀔 수 있다. 하지만 ICU의 전제조건이 사실상 KAIST 관련 학부를 흡수통합하겠다는 것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ICU가 내놓은 통합안은 △KAIST의 전자전산학부가 ICU의 유성캠퍼스로 옮겨오고 △ICU의 교명과 교육모델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재정·인사 등을 포함, 통합된 단과대의 운영권도 ICU가 가져가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허운나 ICU총장은 “기본적 방침은 통합에 반대한다는 의견이나 통합 밖에 길이 없다 할 경우 ICU에 독자적 운영권이 주어지고, 현행 교명과 캠퍼스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안에 대해 KAIST측은 '단과대 분권화’방안에는 어느 정도 수긍하지만 구체적 논의는 대통합 이후로 미루자는 미온적 입장이다.
장순흥 KAIST 교학부총장은 “통합된 기관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독립 운영을 인정한다”고 전제하고, “ICU 캠퍼스 등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 등 구체적인 것은 추후 논의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양 대학은 ICU의 통합안을 놓고 사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이사회에는 양 대학의 입장 차를 조율한 새로운 통합안이 상정될 전망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이번에 열리는 이사회에는 양 대학이 어느 정도 합의한 통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통합이냐 민영화냐’를 가늠하는 가장 큰 변수는 정통부의 의지. 매년 75억 원의 예산을 ICU에 지원하는 정통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ICU의 앞날이 달라질 수 있다. ‘민영화’ 보다는 ‘통합’ 쪽으로 기우는 가장 큰 이유 역시 정통부의 이같은 입장 변화에 기인한다.
정통부는 “ICU 이사회 결정에 따르겠다”는 종전의 대외적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통부는 지난 2004년 감사원이 ‘법적 사립대학인 ICU에 대한 정부 지원’을 지적한 이후, 국정감사 때마다 야당의원들의 질타를 받아 왔다. 때문에 이번 기회에 ICU를 KAIST와 통합시켜 손을 떼고자 한다는 분석이 IT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정통부 관계자는 "처음에는 통합에 대한 학내 구성원 반발이 많았지만, 최근 새로운 통합 방안을 내고 설명회 등을 거치면서 ICU내에서도 통합에 찬성하는 구성원의 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ICU 이사회에 참여하는 또 다른 B씨 역시 “정통부가 국감 때마다 야당의 지적을 받으면서 통합을 추진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최근 교육부를 중심으로 국립대 통·폐합 등 대학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는 경향도 ICU를 통합쪽으로 몰고 가는 또 다른 요인이다.
ICU와 KAIST 양측은 통합 전망과 관련, 현재까지 상반된 주장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30일 정통부 주관 하에 열린 비공식 회의 결과와 관련해 장순흥 KAIST 교학부총장이 "정통부와 ICU, KAIST가 기본적으로 통합에 합의했다”고 말하는데 반해 허운나 ICU 총장은 “의견만 제시됐을 뿐 통합에 합의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최종 결정은 이달중 열릴 이사회 결과에 달려있다.
ICU 이사회에는 노준형 정통부 장관(이사장)과 유필계 정보통신정책본부장 등 관계인사 4명과 허운나 총장이 당연직 이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선임직 이사로 박찬모 포스텍 총장, 남중수 KT 대표이사, 홍의석 광운대 교수, 신영수 상근이사, 석호익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