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의 주인공 유진오(1906-1987)는 1929년 3월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법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그는 경성제일고보에 입학해 경성제국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수석을 놓치지 않았다.
당시 사람들은 육당 최남선, 춘원 이광수, 벽초 홍명희에 이어 또 한 명의 천재가 등장했다고 말했다.
현민은 광복 후 대한민국 제헌헌법의 초안을 작성했다. 헌법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개정됐지만 현민이 잡아둔 골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정계에서는 제1야당인 신민당의 당수를 맡아 김영삼과 김대중이 부상하기 전까지 야당을 이끌었으며 '김강사와 T교수' 등의 작품으로 한국 문학사에도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현민은 '전방위 지성'의 표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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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발제자로 나선 심재우 고려대 명예교수, 박영식 전 연세대 총장, 김중위 전 환경부 장관, 김인환 고려대 교수의 발제문과 각 발제에 대한 토론문이 실렸다.
법학자, 교육가, 문학가, 정치지도자로서의 현민의 삶을 되짚은 4편의 발제문은 각 부문에서 현민이 남긴 뛰어난 업적을 칭송하는 식으로 되어있어 새로운 연구성과를 담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이 정도 발표만으로도 학술대회를 주최한 인문사회연구원은 상당한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민의 친일 논란으로 탄신 100주년을 기념한 학술대회가 오히려 지하에 묻힌 그를 다시 한번 구설에 오르게 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홍일식 이사장이 쓴 간행사에는 뒷말에 대한 탄식과 분노가 묻어있다.
"사회 일각의 느닷없는 과거사 시비(是非)가 가치의 전도를 넘어 배은망덕의 패륜으로까지 치닫는 세태 앞에서 짓밟힌 시대 정신의 복원을 촉구하는 계시였고 그 실천이야말로 앞서 가신 분에 대한 뒷사람의 최소도리라는 자각이었다."
홍 이사장은 "우리의 근현대사는 선생이 계심으로 하여 결코 외롭지 않았고, 선생의 그 큰 일깨움과 치밀한 가르침이 있었기에 후학들이 만난(萬難)을 이겨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라고 덧붙였다.
336면, 한국인문사회연구원, 가격 3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