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연구논문 실적에 밀려 홀대 받아온 강단의 ‘가르침’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면서 대학가에 ‘창의적 교수법’ 바람이 불고 있다.
◆노하우를 전수하라 = 오재응 한양대 교수(기계공학)는 오는 18일 ‘수업 원칙 세우기’를 주제로 동료 교수 25명을 상대로 특강을 한다. 오 교수는 교수학습개발센터(CTL)가 이번 학기에 마련한 교수법 워크숍 중 하나인 ‘라운드 테이블 세미나’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나눌 예정이다.
한양대는 지난 8일 ‘파워풀한 강의를 만드는 파워포인트 기법’을 소개한 데 이어, 내달 5일에는 ‘교수 설계 및 수업진행을 위한 마인드맵 활용 노하우’라는 주제로 특강을 연다.
동국대는 요즘 뜨고 있는 UCC를 수업에 활용한 동영상 편집 교육을 오는 16일과 17일 양일간 네 차례에 걸쳐 실시한다. UCC 매체 특강은 올해 처음 마련된 것으로, 30여명의 교수들이 동영상 자막 삽입과 배영음악 넣기, 캡쳐 기술 등을 익히게 된다.
최명동 건국대 겸임교수(경영학)는 지난달 25일 학내에서 열린 ‘유머 교수법’ 워크숍에 참가했다. 최 교수를 비롯한 30여명의 교수들은 이날 초청 강사의 코치에 따라 역할극을 통해 유머감각을 계발하는 노하우를 배웠다. 최 교수는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유머 교수법을 강의에 활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오는 17일과 18일 ‘좋은 강의 엿보기’와 ‘효과적인 이러닝 교수전략’을 주제로 교수법 워크숍을 실시한다. 간단한 점심이 제공되는 이 ‘런치 워크숍’은 매월 셋째 주 목·금요일에 열리는데, 미래 교수요원인 박사과정생도 참가할 수 있다. 숙명여대는 오는 16일 문제중심학습(PBL)을 이용한 교과목 운영 사례 발표회를 통해 지난해 2학기에 개발한 18개 PBL 교과목의 수업효과를 공개한다.
◆교수 참여 이끌어내기= 이처럼 ‘제대로 가르치기’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교수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되고 있다.
서울대는 학생들의 강의평가 결과를 실제 수업과 연계시키기 위한 활용방안을 연구 중이다. 기존 평가 문항을 다듬고, 교수에게 단순히 평균점수를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비교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단과대 차원에서는 공과대가 지난해 2학기부터 정교수 승진시, 강의 개선을 위한 컨설팅 프로그램 이수를 의무화하고 있다. 지난해 2학기에 CTL의 교수법 컨설팅을 받은 공과대 교수는 22명으로, 이번 학기에는 11명의 교수가 강의 촬영 및 분석, 수업평가 등 개별 컨설팅을 받고 있다.
한양대도 올 3월 임용 교수부터 CTL 프로그램을 1회 이상 이용한 실적이 있어야 승진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양대는 워크숍에 참가하거나, 교수법 계발 등에 참여한 교수는 업적평가시 ‘교육’ 부문에서 1건당 최대 0.5점(연간 최대 1점)을 부여하고 있다. 이 대학 CTL 이지은 선임연구원은 “단과대별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건국대는 올해 ‘베스트 티처’에게 ‘교육대상’을 시상키로 하고, 2천만원의 예산을 책정해 놨다. 현재 선정 기준을 마련 중으로, 첫 수상자는 2학기에 발표된다. 변영환 건국대 교무처장은 “연구만 보상하던 제도를 ‘교육’에 대해서도 보상하도록 업적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톨릭대는 전임강사 이상 교수들을 대상으로 ‘강의 향상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한 학기에 6~8명을 선정, 연구개발비 2백만원을 각각 지원하고 있다. 선정 교수들은 강의 전에 관련 자료를 게시판에 올리고, 1회 이상 강의 내용을 촬영해 CTL의 상담을 받아야 하며, 학생 만족도 조사를 두 차례 실시해야 한다.
◆업적평가 반영 여전히 미미= 하지만 대개의 대학들이 교수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정도로, 교육업적 평가 반영 비율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CTL 관계자들은 “정작 교수법을 배워야 할 교수들은 무관심한 게 현실”이라며 “연구업적 위주로 평가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교수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대학교육개발전문가협의회 민혜리 회장(서울대 연구조교수)은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연구과 교육을 균형 있게 평가할 수 있는 작업이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 회장은 “전공별로 다양한 교수법을 계발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최신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킹을 구축해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