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2층은 동아시아국가 책들로 채워져 있다. 대부분은 중국과 일본 책인데 한국 책을 발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지금은 방학이라 도서관에 학생들이 거의 없어 조용한 편인다. 갑자기 남녀의 말소리가 들리기에 책을 정리하러 온 사람들이겠거니 하고는 하던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였다. “고구려, 백제, 신라. I like 고구려” 하는 소리에 귀가 확 쏠렸다. 알고 보니 한국 여학생이 미국 남학생에게 우리나라 책들을 소개하던 중 한국사에 관련된 책들을 보면서 서로 나누는 이야기였다. 여학생은 고구려, 백제, 신라를 따라 해보게 하고는 곧장 반대편으로 가서 "Oh! 토지! It's a famous novel!" 이라고 소개했다.
한국 여학생이 한국사 책을 보여줄 때 고구려를 좋아한다는 짤막한 한 마디만 하지 않고, 조금만 더 상세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우리 역사를 소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 학교에서는 한국어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한국인 유학생들과 상호결연을 맺어 주는데 둘도 그러한 사이인 것 같았다. 둘은 서로의 언어뿐 아니라 문화를 포함해 상대국을 배우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받는 역할을 한다. 만일 우리가 외국에 나와 그러한 기회를 갖게 됐을 때 우리 역사를 자세히 알고 있지 못하다면 당황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국사는 현재 수능 선택 과목이면서도 외울 것이 너무 많아 고등학교 때 국사를 선택하지 않는 학생이 많다고 한다. 국사를 선택하지 않은 학생이라면 외국에 교환학생으로 나오거나 외국인에게 우리를 소개해야 할 기회가 있을 때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세계대학생들의 이동이 최근 10년 사이 두 배로 증가하는 등 교류 기회는 날로 늘고 있다. 세계가 한 덩어리가 되는 시대이므로 자기의 뿌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가 뿌리내리고 있는 곳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만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를 이해하도록 도움을 주고, 우리도 남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여 세계시민으로 성장해갈 수 있을 것이다.
2060년쯤 되면 한국이 최강국가가 될 것이라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다른 나라를 이해하고 이를 상호 비교하여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바로 잡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유학생 중에서 한국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외국에 나가서 외국을 경험할 때 자신의 뿌리에 대한 확고한 이해가 없으면 세계시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식민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미국 친구들과 대화 기회를 가질 때마다 고등학교 때 국사를 선택하기는 했지만 더 열심히 할 걸 하는 후회를 뒤늦게 하곤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서울의 7개 대학이 2010년부터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극히 시의 적절한 판단으로 볼 수 있다.
세계화 시대에 국사에 대한 이해가 세계로 나오기 위한 징검다리임을 우리 사회가 공감하기를 기대한다. (숙명여대 교육학부 07학번 박효원)
*박효원 학생은 현재 학교를 휴학, 미국에서 공부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