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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기 칼럼
교수강의법-가르침의 본질

'유머특강' 'ㅇㅇ교수법' 등 교수법 특강이 대학가에 확산되고 있다. 아무리 어려운 학습내용이더라도 좋은 교수가 '잘만(?)' 가르칠 수 있다면 학생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본지는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의 '교수강의법: 가르침의 본질'을 연재한다.

박 교수는 현재 미국 피츠버그대학에 교환교수로 나가 강의 하고있고, 「대학 강의의 본질」을 주제로 삼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서울대 학부와 대학원을 거쳐 미국 피츠버그대 교육행정학과(Ph.D.)를 졸업했고. 전세계비교교육학회(WCCES) 부회장과 교육부평가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교육혁신위원회 전문위원과 본지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남기 칼럼] 광주교대 교수
"나무심기와 가르치기"-16
교수강의법-가르침의 본질
당송팔대가 중의 한 사람인 유종원이 쓴 종수곽탁타전(種樹郭橐駝傳)이 있는데 이는 나무를 잘 심기로 소문난 ‘곽탁타’라는 사람에 대한 전기 형식의 글이다. 곽탁타라는 사람은 나무 심는 재주가 좋아 그가 심은 나무는 죽는 법이 없었다. 사람들이 그 까닭을 묻자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나는 나무를 오래 살게 하거나 열매가 많이 열게 할 능력이 없다. 나무의 천성을 따라서 그 본성이 잘 발휘되게 할 뿐이다. 무릇 나무의 본성이란 그 뿌리는 펴지기를 원하며, 평평하게 흙을 북돋아주기를 원하며, 원래의 흙을 원하며, 단단하게 다져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일단 그렇게 심고 난 후에는 움직이지도 말고 염려하지도 말 일이다. 심기는 자식처럼 하고 두기는 버린 듯이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나무의 천성이 온전하게 되고 그 본성을 얻게 되는 것이다.[신영복(2005)의「강의」중에서]

곽탁타의 말을 빌리면 가르치는 일은 배우는 사람의 천성을 따라서 그 본성이 잘 발휘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배움과 관련된 학생의 천성은 무엇일까? 생각하는 존재(호모 사피엔스)인 인간은 배움의 원천이 되는 강한 호기심과 호기심을 해결할 수 있는 생각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여정이었다. 어린아이는 발음을 제대로 하기도 전부터 입만 열면 끝없이 질문을 쏟아낸다. 가르치는 사람이 조금만 신경을 써도 강한 호기심은 싹을 틔우고 커가기 시작한다. 가르치는 사람은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이 호기심이 잘 발현되도록 그리고 생각하는 능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강의 내용을 구성하고 적합한 발문을 해야 한다.

그런데 나무의 본성을 무시한 채 ‘뿌리는 접히게 하고, 흙은 바꾸며, 흙 북돋우기도 지나치거나 모자라게 하고, 그 사랑이 지나치고 그 근심이 너무 심하여 조석으로 와서 만져 보고, 심한 경우 손톱으로 껍질을 찍어보고 살았는지 죽었는지 조사하는가 하면 뿌리를 흔들어보고 잘 다져졌는지 아닌지 알아보고자 하면 나무는 본성을 잃어’ 시들어가게 된다. 본성이 잘 발현되도록 가르친 연후에는 더 이상 염려하지 말고 버려두어야 하는데, 나는 학생들의 배경을 무시한 채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제공하고, 잘 배우고 있는지 조석으로 조사하며, 학생들 욕구의 뿌리까지 흔들어 호기심과 생각하는 힘의 싹마저 자르고 있지는 않나 반성해본다. 혹시 우리나라 성인들의 독서량이나 평생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는 비율이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참여하는 경우도 주로 직업 훈련과 관련된 프로그램인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내 탓은 아닐까?

가르치고자 하는 내용을 구성할 때, 교수법을 선택할 때, 그리고 발문을 할 때마다 과연 본성이 잘 발휘되게 하고 있는가를 따져보아야겠다. 찬 재만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화로 속에도 불씨가 살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인간인 한 호기심은 우리 내부 어디엔가 살아 숨쉬고 있을 것이다. 숯을 올리고 적당한 바람만 불어 넣으면 불씨가 다시 이글거리며 열기를 내 뿜을 것이다. 가르치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역시 화롯불의 재 속에 숨어 있는 불씨와 같은 호기심을 어떻게 발동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본지 전문위원)

박남기 칼럼 | 입력 : 06-08-16 오전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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