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홈 > 뉴스 > 칼럼/이슈 홈

목록
프린트 스크랩
‘인문한국’은 연구중심 새로운 사업
성태용 한국학술진흥재단 인문학단장·건국대 교수
인문학 진흥을 위한 기본계획이 수립되고, 그 기본계획에 대한 설명과 의견수렴을 위한 지역별 간담회를 마쳤다. 이제는 제시된 의견을 검토 수렴하여 가장 이상적인 세부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로 진입하였으니, 계획된 일정대로 한다면 6월 중순이 지나면 구체적인 사업공고가 나가게 될 것이다. 너무 일정이 촉박한 것이 걱정스럽고 부담스럽지만, 작년의 인문학 진흥을 위한 예산확보 과정에서부터 인문학자들과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온 과정이 있기에 큰 방향에 있어서의 빗나감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학술진흥재단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인문학 진흥사업의 본질에 대하여 이해의 저변이 넓지 못하고, 혹 기존 학진의 사업과 혼동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기에 이렇게 지면이 주어진 기회를 통하여 몇 가지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이 사업은 예산편성의 규모 면에서 보더라도 연구부문에 대한 지원이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 연구부문의 지원이 기존의 학진 사업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점은 과제 중심의 사업이 아니고 미래 인문학의 기반시설과 운영체제를 확보하는 데 큰 비중이 있다는 점이겠다.

과제를 중심으로 모인 연구자들이 단기적으로 이합집산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소에 정년이 보장되는 전임연구교수를 확보하게 함으로서 인문학 연구의 기반시설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라는 것이다. 이 사업이 원래의 계획대로 수행된다면 사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에는 전국에 20개 내외의 ‘거점연구소’와 역시 20개 내외의 지역학 연구소가 자리하게 될 것이고, 그 안에 400명 정도의 연구소 전임교수가 안정적인 여건 속에서 연구활동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계획은 잡은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각 대학의 인문학 계통 학과에서 학생 지원이 줄어들어 존폐의 위기를 말하는 상황이지만,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학생의 비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그렇기에 인문학 전공의 학과 위기를 해소하라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타당성을 갖기 힘들다. 그런 여건 아래서 최선의 방책으로 생각된 것이 인문학의 연구를 위한 안정적 기반을 마련하고, 그 속에서 우수한 연구 인력이 제대로 양성되고 자리 잡도록 하자는 사업이 바로 이번 발표된 인문한국 사업이다. 학생이 줄어가는 형편에 학과 교수의 증원을 바탕으로 인문학 연구자를 확보할 수는 없다. 그 대안이 바로 연구소에 정년이 보장되는 전임연구교수를 확보하게 한다는 것이다.

부수적 효과도 있다. 한 연구소에 여러 전공의 학자들이 모여 있게 되면 자연히 학제적 연구가 활성화 될 수 있다. 또한 학과와 교육이라는 제약을 벗어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과제에 역구역량을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제도권 인문학이라고 비판되던 인문학에 변화를 줄 수 있고, 인문학적 정신에 조금은 더 충실한 인문학으로의 전환이 가능해지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유례없는 큰 규모의 지원이 이루어지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을 비판하며, 균형 있는 안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의견에는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은 기초학문지원이나 중점연구소 지원 등 기존의 학진 사업이 이룩한 성과를 토대로 하여 이루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이라는 점을 바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사업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며 확장되어 나갈 것이다. 그 토대위에 미래의 인문학을 담보할 사업이 바로 인문한국 사업이며, 이 사업에 선정되는 연구소나 대학에 정년이 보장된 연구교수를 확보 유지할 부담을 지우는 측면도 있다.

연구자에 대한 지원을 본령으로 하는 학진의 성격에 제한되어 전방위를 포괄하는 인문학 진흥 계획을 수립할 수는 없다. 인문학 연구의 운영체제와 기반을 깔고자 하는 학진의 지원에 인문학의 존재 필요성을 입증하는 인문학자들의 노력이 결부되어 미래의 인문한국을 지향하는 하나의 중요한 초석이 놓여지기를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7-05-28 오전 8:47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목록
프린트 스크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1

최신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