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품같이 아기자기한 서울여대 캠퍼스를 돌아보면 고교 시절 가슴에 품었던 캠퍼스의 낭만이 바로 이거다 싶어진다. 문학과 시, 혹은 음악에 대해 한번쯤 열병을 앓아 본 경우라면 낭만적인 오솔길과 벤치, 잔디밭, 한적한 숲 속의 벽돌집은 잊고 있던 감수성의 눈을 뜨게 할지 모른다.
◆담쟁이로 운치 있는 행정관
서울여대의 역사를 지켜온 행정관 건물은 기독교정신에 입각해 교육활동에 나선 설립자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소박한 3층 건물이 조용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담쟁이로 둘러싸인 건물은 고풍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건물 안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노라면 창틀에 얼굴을 내민 담쟁이가 만들어낸 모습이 한 폭의 풍경화가 따로 없다. 최근 건물 내부를 리모델링 했지만 요란한 장식은 철저히 배제했다.
행정관 바로 옆에는 ‘삼각숲’이라는 조그만 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너른 잔디밭에 아름드리나무와 벤치 등으로 휴식공간을 조성했다. 이름과 관련해 여러 가지 설이 전해지지만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거나 상공에서 내려다 볼 때 자연스럽게 삼각형 모양이 드러나 붙여졌다는 설이 그럴듯하다. 삼각숲의 나무들은 풍성한 잎을 자랑하며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제공해 학생들 사이에서는 비밀의 화원으로도 불린다.
캠퍼스 곳곳에는 산책로와 벤치가 있어 종종 지나가는 이의 발길을 붙잡는다. 등나무 밑이나 소나무 길 사이 벤치에서는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는 여대생들로 가득하다.
◆서울여대인이 추천하는 인문사회대 앞 동산, 만주벌판, 하늘정원
서울여대생들이 꼽은 캠퍼스의 특별한 장소들은 저마다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미대에서 인문사회대로 이어지는 길목은 평범하지만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기에 좋은 공간이어서 인기다. 캠퍼스 건물의 자재로 많이 쓰인 붉은 벽돌이 바닥과 계단으로 이어지고 있어 삭막한 느낌을 없애고 친근함을 준다.
‘만주벌판’이라 불리는 잔디밭은 팔베개를 하고 잠들 수도 있고 친구들과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좋은 곳이다. 때로 찬바람이 불면 이름처럼 ‘만주벌판’의 바람 맛을 느낄 수도 있다. 각종 모임과 행사가 치러지는 장소로 학생들의 추억 속에 더 깊게 자리하는 곳이기도 하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경우 서울여대생들은 인문사회대 5층 테라스로 발길을 옮기면 된다. 건물 바깥으로 연결된 테라스가 탁 트인 전경과 시원한 바람을 선사하는 곳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하늘정원’이라고 불리는데 이름이 딱 들어맞는다. 서울 도심에서 보기 쉽지 않은 청명한 하늘과 녹음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중앙도서관 1층에 자리한 ‘룰루’라는 휴식공간은 인테리어 감각이 돋보인다. 우중충한 기존 도서관의 이미지를 벗고 화사한 색깔로 내부를 구성해 카페를 옮겨놓은 것처럼 분위기가 색다르다. 책과 씨름을 하던 학생들에게는 재충전의 장소로 만점이다.
이 학교 졸업생이기도 한 홍보팀 배은진씨는 “대학 축제기간에 다른 학교의 캠퍼스를 많이 돌아보게 되지만 오히려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서울여대 캠퍼스의 특별함을 느끼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캠퍼스의 보배, 바롬기념관
수풀이 우거진 교정 안자락으로 들어가면 서울여대의 보물을 만날 수 있다. 장미 정원으로 둘러싸여 한 폭의 그림처럼 자리한 명예총장 故 고황경 박사를 기리는 ‘바롬기념관’이다. ‘바롬’은 고황경 박사의 호. 그야말로 동화책 속의 벽돌집처럼 아기자기한 외관부터 눈길을 끈다. 기념관 표지는 없지만 발길이 자연스레 옮겨진다. 내부는 일반 가옥의 구조와 다를 바 없다. 2000년에 유명을 달리한 고황경 박사가 살던 당시의 모습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다. 고인이 남긴 유물과 생활공간의 모습은 서울여대가 추구하는 지·덕·술을 갖춘 여성의 이미지를 압축적으로 전달한다.
고풍스러운 느낌의 가구들과 소박한 살림은 색다른 멋을 선사한다. 유물 보관실에는 선생의 학교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문서들이 차곡차곡 정리돼 있다. 이 기념관을 세우기 위해 2년간 자료 수집 등의 준비를 도맡아 진행한 68학번 졸업생 박광신씨는 “생전에 선생님은 검소한 삶을 몸소 실천하셨는데 하다못해 반지, 시계 등을 모두 팔아 장학금 마련에 보탰다”고 회고했다.
◆여성지도자 산실… 바롬교육관
바롬교육관은 캠퍼스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고 박사의 교육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곳이다. 서울여대 학생들은 1~3학년까지 모두 일정기간 동안 이 곳에 입주해 공동체 생활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신입생들은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건물은 가운데가 비어있어 내부에서도 사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구조다. 학생들은 ‘만남을 통한 교육’, ‘실천을 통한 교육’, ‘성숙을 통한 교육’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21세기에 요구되는 미래를 선도하는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여성 지도자의 자질을 함양하고 있다. 서울여대의 성장 동력과 가능성은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