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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외부영입총장 경영스타일
‘열정의 혁신가’부터 ‘화합 중시형’까지 다양
'무한 경쟁' 체제로 접어든 대학들이 전직 장·차관이나 전문 CEO를 영입해 내부 혁신을 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학들이 외부 인사를 총장으로 모시려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장점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교수 직선제 등을 통해 내부 인사가 발탁됐을 때는 학내 이해관계에 따라 강력한 내부 개혁을 이끌기가 어렵다. 반면 외부 인사의 경우 비교적 이런 이해관계에서 자유롭다는 이점이 있다. 또 장·차관, 유명 CEO의 지명도를 이용해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학교 이미지 제고, 발전기금 모금 등에서 효과를 보려는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대학에 재직 중인 외부영입 총장들의 경영스타일은 이러한 대학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을까? 외부 영입 총장들의 경영스타일을 분석해 봤다.

“하루라도 빨리” 열정의 혁신가

▲ 오영교 동국대 총장(좌)과 윤진식 서울산업대 총장.

현재 대학가의 혁신 바람을 주도하고 있는 총장은 단연 오영교 동국대 총장이다. 최근 본격적인 직무에 돌입해 주목받는 탓도 있지만, 그 행보가 연일 ‘파격적’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오 총장이 취임 직후 발표한 ‘108프로젝트’에는 동국대의 미래비전과 향후 4년간의 대학운영지침이 담겨 있다. 그간 대학가에서 회자되던 ‘대학 경쟁력 제고 방안’이 총망라 돼 있는 것이다. 교직원 연봉제를 비롯해 △단과대 분권화 △교직원 다면평가 △학장공모제 인사 △재정확충과 기금운영 △고객과 수요자 중심의 대학운영 △경영평가 등이 그것이다.

그는 총장에 내정되자마자 학교 안에 사무실을 꾸리고, 업무가 본격 시작되기 전부터 학교에 매일같이 출근, 여러 인사와 접촉해 ‘108프로젝트’를 완성시켰다. 업무 인수인계에 소요되는 시간을 없애고 곧장 혁신 작업에 돌입하기 위한 발 빠른 행보였다. 경영관리실 관계자는 “오 총장의 시계는 보통사람과는 다르다”며 “무슨 일을 지시하고 하루 뒤에는 반드시 그것에 대한 결과를 묻는다”고 귀뜸했다.

산업자원부장관 출신인 윤진식(61) 서울산업대 총장에겐 재경부 과장 시절부터 ‘진돗개’란 별명이 따라다닌다. 일단 방향이 서면 무슨 일이 있어도 끝을 보고야 마는 ‘뚝심’과 ‘추진력’ 때문이다. 캠퍼스 내에 2만5천평 규모로 짓고 있는 서울테크노파크만 봐도 알 수 있다. 윤 총장이 처음 이 이야기를 꺼내자 실무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법령부터가 걸림돌이었다. 윤 총장은 직접 관련 부처를 뛰어다니며 법령을 개정하고, 서울시와 산자부 등에서 1,000억원이 남는 자금을 끌어들였다.

‘열정’ 또한 그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이다. 휴가를 가서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곧바로 관련 처·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검토를 지시한다. 재경부장관 시절엔 사무실에 침대를 가져다 놓고 근무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런 윤 총장 특유의 ‘뚝심’과 ‘열정’은 최근 들어 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윤 총장은 서울산업대를 지난해 교육부 조사에서 정규직 취업률 전국 1위에 올렸고, 취임 후 3년간 1,600억원이 넘는 외부자금을 끌어들였다.

“20년 앞을 내다본다” 미래지향적 혁신가

▲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좌)과 김영길 한동대 총장.

MIT 학장 출신인 서남표 KAIST 총장도 ‘혁신’에 있어서는 두 번째이길 거부한다. 특히 10년 앞, 20년 앞을 내다보는 혁신을 구상해 ‘미래지향적 혁신가’란 평가를 듣는다. 이는 취임 직후인 지난해 9월, 그가 직접 과학기술부에서 발표한 ‘KAIST 발전 구상’에서도 잘 나타난다. 서 총장은 향후 7년간 1조원을 모금하고, 교원비율 제고, 교수 영년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런 구상은 서 총장이 취임 직후 교수들에게 돌린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설문지는 ‘10년 후, 20년 후 미래 한국의 모습과 KAIST의 모습’, 그리고 ‘KAIST의 향후 나아갈 방향과 과제’에 대해 묻는 것이었다.

추진력도 발군이다. 권혁상 국제홍보처장은 “과거 10년의 변화보다 서 총장 부임 후 1년간의 변화가 더 크다”고 말했고, 장순흥 교학부총장은 “MIT 학장, 미국 과학재단 부총장을 재직하신 분답게 세계 정상이 되려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지를 잘 알고 있고, 이를 실천하는 추진력도 단연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1995년 한동대 초대 총장으로 부임한 김영길 총장도 ‘미래지향적 혁신가’로 불릴 만하다. 미국 NASA 박사연구원 근무 중 1979년 카이스트 교수로 자리를 옮긴 김 총장은 20여 년간 몸담아 온 안정적인 교수직을 뒤로 하고 신설 지방사립대 총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총장 부임 당시 ‘WTO체제로의 개편’과 ‘지식정보화 사회로의 진입’이라는 시대적인 조류를 유심히 관찰하고, 학생들에게 미래지향적인 교육을 시켰다.

95년 개교 초기부터 국제화·무전공 입학·인성교육 등을 중시한 한동대는 12년 만에 ‘교육방법에서도 특성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한동대의 올해 신입생 경쟁률은 8대 1. 점수대도 수능 평균 380점에 달할 정도로 높다. 교육에 관한 한 그의 ‘선견지명’이 옳았음이 수치로 입증된 것이다.

“세계 어디라도 간다” 현장경영 중시형 CEO

▲ 오명 건국대 총장(좌)과 허운나 ICU 총장.

지난해 9월 건국대에 부임한 오명 총장도 강도는 다르지만, 조용히 대학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특히 오 총장은 ‘전략적인 현장경영’으로 건국대의 현실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현장을 찾아다니는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다.

오 총장이 취임하던 당시 건국대의 외국인 학생과 외국인 교수 비율, 영어강의 비율은 모두 5% 미만으로 국제화가 시급한 실정이었다. 이에 오 총장은 취임 직후 미국과 콜롬비아를 순회하고 올 3월에는 중국을 방문해 미국 2개 대학, 남미 1개 대학, 중국 2개 대학과 교류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체결 내용도 좋다. 건국대와 복수학위제 등을 체결한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과 UC 어바인은 미국 동서부에서 신흥명문으로 떠오르는 대학들이다.

지난 9일 2006년 노벨화학 수상자인 로저 콘버그 스탠퍼드대 교수를 석학교수로 초빙, 글로벌 랩 운영을 맡긴 점도 성과다. 건국대는 이를 통해 특성화를 노리는 BT(생명공학) 분야의 연구력 제고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오 총장은 지난 17일에도 평양과학기술대 김진경 총장과 학술교류에 관한 협정을 체결해 정력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재용 홍보실장은 “오 총장은 교류가 필요한 곳이라면 세계 어느 곳이든 달려가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비 장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서울의 모 호텔까지 찾아가 직접 브리핑을 했다는 허운나 총장은 열정과 섬세함을 동시에 지닌 경영자다.

지난 2004년 6월 ICU 총장에 오른 그가 2년 10개월 동안 주력한 일은 ‘국제적 인지도 제고’였다. 허 총장은 “무려 5개 대륙 30여개 나라를 다니면서 학교를 알렸고 87개 해외대학, 연구기관 등과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MIT와 카네기멜론대, 독일 뮌헨공대, 프랑스 INT 등과 교류협정을 체결했고, 오는 12월에는 발틱해 연안에 리투아니아 정부가 지원하는 해외분교도 설립한다.

허 총장은 또 “교직원이나 학생들에게 오는 메일은 누구에게나 꼭 답장을 한다”고 할 정도로 여성적인 섬세함을 지녔다. 이러한 허총장의 스타일이 구성원 화합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게 ICU 관계자의 설명이다.

“철저한 목표 관리” 엄격한 관리자

▲ 서정돈 성균관대 총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 이상철 광운대 총장(왼쪽부터).

전경련 부회장 출신인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엄격한 관리자형’에 해당한다. 손 총장은 취임 후 각 단과대학으로의 분권화를 통한 책임경영과 함께, 발전기금 모금·민자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특히 조직 운영 차원에서 작년 1월 목표관리제(MBO)를 도입, 교수사회에 경영 마인드를 정립했다는 평가다. 행정 직원들을 대상으로는 작년 7월부터 팀제를 시행한 점도 눈에 띈다. 서강대는 MBO 평가를 통해 우수 단과대학에 성과급을 지급하는 반면, 연구 실적이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교수는 안식년을 제한하는 등 ‘당근과 채찍’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서정돈 성균관대 총장도 ‘엄격한 관리자형’ 총장이다. 서 총장은 2004년 Vision2010+을 통해 ‘세계 100대 연구중심대학’을 목표로 설정하고 2010년 ‘3개 분야 이상 세계적 수준, 10개 분야 국내 최고’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서 총장은 각종 지표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실제 성균관대는 교수 1인당 외부연구비, SCI 논문수, 외국인 교수 비율 등 교수·연구 부문에서 성과지표를 설정하고 매 시기별 목표 달성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연구중심대학을 위한 우수교수 임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교수 특별채용을 위해 ‘서치 앤드 리크루트 시스템’을 도입하고 연구 실적이 뛰어난 교수 명단을 작성해 스카우트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유민봉 기획처장은 “총장은 각종 연구지표 관리를 하는 데 있어서 목표를 세우고 시기별, 사안별로 정확한 점검을 요구하고 있다”며 “거시적인 목표 설정과 미시적인 관리에 능하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처 장관을 역임한 정근모 명지대 총장은 ‘관료’ 이미지와 ‘과학자’ 이미지를 동시에 지녔다. KAIST 개원 당시 부원장을 지낼 땐 전체적인 경영 시스템을 직접 설계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정 총장은 명지대에 부임 후 △대학 정체성 확립 △국제화 추진 △교육·연구 독려 등 각 연도별 목표를 설정해 순차적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다.

이상철 광운대 총장은 2005년 취임 후 실시한 경영 컨설팅을 통해 전략기획과와 대외협력처, 취업지원처를 신설했다. 발전전략 수립과 기부금 모금, 취업률 제고에 힘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2006년에는 특별명예 퇴직제를 도입, 학내 인사적체를 해소해 내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은하 교수평의회장은 “명예퇴직 등 내부개혁에는 긍정적”이라며 “발전기금 모금과 교육인프라 확충이 이 총장이 향후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협의를 통한 파트너십 추구” 유연한 리더

▲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좌)과 권기홍 단국대 총장.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은 ‘협의를 통한 파트너십’을 추구한다. 지 총장은 노조, 학생회 등 학내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파트너로 삼아 민주적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여타 외부 영입 총장들이 강경 드라이브를 통해 학교 발전을 주도하는 성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대표적 사례로 취임 후 개정한 의무 연구실적을 들 수 있다. 교무처 관계자는 “연구실적 기준 강화와 동시에, 기존의 학진등재지 게재논문 반영점수를 상향조정해 교수들에게 이점도 줬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조기승진 도입 논의 등 연구 의욕을 북돋우는 정책을 고안해 쌍방 합의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민운동가와 노무현 정부 초대 노동부 장관을 지낸 권기홍 단국대 총장도 갈등 조정에 탁월한 능력을 갖춘 ‘유연한 경영자’라는 평가다. 2005년 취임 초기 권 총장은 가장 먼저 교내 불합리한 규정을 개정하면서 구성원들에게 대학 관련 상위법에 근거한 대학 운영을 강조했다. 교무위원회 외에 매주 1회의 실·처장 회의를 통해 현안을 직접 챙기고, 교수와 학생회 간부와의 간담회도 수시로 가졌다는 면에서는 실용주의자의 면모를 볼 수 있다.

작년에는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따른 대학평의회를 구성해 교수협의회와 노조, 학생회를 대학운영 파트너로 참여시켰다. 이는 작년 교직원들의 자발적 급여동결 결의를 끌어내고, 올해도 학내 소요 없이 등록금 협상을 개강 전에 마칠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외부총장 관건은 “추진력과 구성원 지지”

이처럼 외부영입 총장들이 대학가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대학 외부에서의 성과가 대학 내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러플린 KAIST 전 총장의 경우 KAIST를 학부중심의 종합대학으로 키우는 비전을 제시해 교수진과 마찰을 빚어오다 취임 2년 만에 물러났다. 구성원과의 공감대 형성이 외부영입 총장의 성공 관건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외부영입 총장에겐 발전전략에 따라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추진력도 요구된다. 장순흥 KAIST 교학부총장은 “서남표 총장과 러플린 총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추진력에 있다”며 “선진 대학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온 분들은 대부분 나아갈 방향은 잘 알고 있지만 이를 어떻게 끌고 가느냐, 어떤 동력을 가지고 추진해 나가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갈린다”고 말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들은 대부분 외부에서 경영·행정 능력이 입증된 인사를 총장으로 영입한다”며 “외부 영입된 총장이 실패를 하는 것은 대부분 구성원과의 마찰, 재단과의 마찰에서 빚어지는 경우가 많다. 총장 개인이 아무리 능력이 있더라도 구성원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실패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외부영입 총장은 아니지만, 한 때 대학가에서 ‘혁신의 대명사’로 통했던 어윤대 고려대 총장의 경우 강경 드라이브에 대한 교수들의 반발이 연임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내·외부를 막론하고, 혁신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구성원 반발을 얼마만큼 최소화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는 의미다.

<대학팀 기자>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07-04-20 오후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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