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타임즈’에 소개돼 화제가 된 ‘글로벌 이화 2010’ 프로젝트(이하 ‘GE 2010’ 프로젝트)는 이화여대가 추진하는 국제화 전략을 담고 있다. ▲파주 교육·연구 복합단지 건설 ▲뉴욕·베이징·유럽 지역 해외 거점캠퍼스 설립 ▲영어전용 단과대학 ‘스크랜튼 학부대학’ 신설 등을 통해 종합적인 인바운드·아웃바운드 국제화에 집중한다는 내용이다.
올 2월 신설된 국제교류처를 맡아 ‘GE 2010’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김효근 처장은 국제화 수준에 걸맞은 행정서비스를 강조했다. 탄탄한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국제화 추진은 ‘사상누각’의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김 처장은 외국인 교원이 한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행정서비스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안락한 주거환경 제공이 우수 외국인 교원 유치의 선결 조건”이라며 “동반가족에게까지 제공되는 주거·생활 서비스가 종합적으로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화여대는 온라인·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인프라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우수 외국인 학생 유치의 사례로는 ‘EGPP(이화 글로벌 파트너십 프로그램)’를 꼽았다. 제 3세계 우수 여학생들에게 1억원 상당의 장학금과 다양한 커리큘럼을 제공해 확실한 네트워크망을 구축한다는 취지다. 김 처장은 “EGPP는 ‘역사의 긴 호흡으로 씨를 뿌린다’는 총장님의 철학과 상통하는 것”이라며 “수료생들이 차세대 여성리더로 성장하면 그 결실을 맺을 것”이라 전망했다.
이화여대가 추구하는 국제화 전략의 핵심은 ‘여성 리더십’ 교육철학의 접목이다. 기계적·기능적 국제화가 아닌 ‘나눔과 상생’의 여성 중심 패러다임에 기반한 국제화 교육을 추구한다는 설명이다.
김 처장은 “이화여대는 사실 국제화를 통해 탄생·성장한 대학”이라며 “그간의 혜택을 국제사회에 돌려준다는 의미에서 적극적으로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효근 국제교류처장과의 일문일답.
- 국제교류처가 ‘전진배치’된 배경은 무엇인지.
“기존의 국제교육원을 올 2월부터 국제교류처로 확대개편했다. 국제화 교육에 집중투자하는 현 시점에 이를 총괄하는 중앙 행정부처의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우선 이배용 총장님이 작년 ‘이니셔티브 이화’라는 차세대 비전을 선포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 핵심 내용이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획득하자는 것으로, 조직 전략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국제교류처가 신설됐다.
이화여대가 ‘국제화’에 의해 설립됐고, 이를 통해 학습과 성장을 거듭해온 역사도 적극적으로 국제화를 추구하는 한 이유다. 그간 혜택을 받은만큼 ‘세계 속의 이화’로 공헌할 때가 됐다는 공감대 위에 종합적인 국제화 전략을 담은 ‘글로벌 이화 201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 ‘GE 2010’ 프로젝트를 통해 추구하는 국제화의 상이 있다면.
“세계 시민사회의 ‘나눔과 상생’을 실천하는 중심 허브가 되고자 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제화를 도식적으로 접근하면, 기계적인 재학생 유학·유학생 유치·국제적 학술교류가 전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국제화의 핵심내용, 철학이다.
여성 중심적 문명이 도래할 것이라는 관측은 많지만, 정작 여성이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다. 여성적 리더십을 올바르게 심어주는 여대만의 교육철학이 있어야 할 때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여대인 이화여대가 여성 중심 패러다임을 접목시켜 ‘나눔과 상생’의 국제화를 실현하는 데 앞장설 것이다.”
- ‘GE 2010’ 프로젝트의 세부 추진방안을 말해달라.
“2009년 9월에 문을 여는 파주 국제화 교육·연구 복합단지는 국제화 비전 실현을 위한 인프라 및 물리적 거점이다. ▲대규모 국제기숙사 ▲해외 첨단연구소 분원 ▲국내·외 합동연구소 ▲글로벌 빌리지(해외 문화 체험공간) 등이 들어설 예정으로, 해외 교원·학생들의 교류·거주 공간을 확보해 탄탄한 국제화 환경을 마련한다는 의의가 있다.
뉴욕·베이징·유럽을 잇는 ‘트라이앵글 거점캠퍼스’ 구축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해외 거점캠퍼스는 현지에서 교육받고 생활하는 이화여대생들에 대한 지원센터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현재 뉴욕과 베이징 거점을 확보했고, 5월 중에 유럽 거점도 확정지을 예정이다.
영어전용 단과대학인 ‘스크랜튼 학부대학’을 올해부터 신설, 해외 명문대와 커리큘럼을 교환하는 등 국제화 교육에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리더십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나의 편제로 정립한 것으로, 100% 영어강의·학문간 융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구상 중인 중장기 국제화 전략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
“현재로선 ‘국제화’라 하면 학생 유치와 교원 확보 등에만 신경쓰는 경향이 있다. 대학의 국제화가 성공하려면 구성원들의 국제화 마인드 정립과 함께, 행정서비스 체계도 그에 걸맞은 수준으로 발전해야 한다.
행정적 측면에서는 중앙집권형과 분권형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하이브리드(혼종)형 국제화’가 필요하다. 중앙에서 추진하는 부서와 각 단과대학들이 협력해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한쪽 측면만 강조되면 부작용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따라서 교육인프라와 행정서비스의 국제화에 힘을 쏟고 있다. 국제교류처가 협정·파견 등 제반 준비를 맡고, 해당 단과대학은 국제교류의 콘텐트를 기획하는 형식의 협력체계를 갖춰 이화여대 전체의 국제화를 효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 국제화에도 ‘특성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은데.
“특성화라 하면 지역·학문분야·교류대상에 따른 세가지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 이화여대와 같은 종합대학은 다양하고 포괄적인 ‘전천후 국제화’ 전략을 취해야 한다.
지역별 특성화 전략으로는 앞서 말한 ‘트라이앵글 해외 거점캠퍼스’ 구축이 최우선 과제다. 북미·중국·유럽지역 교류의 교두보를 마련한 후, 인도·일본·기타 동아시아권과의 교류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학문영역 중에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여성학의 메카’란 이점을 살려야 할 필요가 있다. 이화여대는 전통적으로 인문학·사회과학 분야가 강세를 보였지만, 최근 15년 사이에 공학·자연과학도 세계 수준에 근접한 분야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각 분야별 특성화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교류대상에 있어서는 580여개 협정 체결 대학 중 주요 명문대와의 교류를 확대하는 데 집중할 복안이다. 단 체계적인 여성 교육 커리큘럼이 확보된 대학들을 선별해 이들 대학과의 교류 추진도 병행할 계획이다.”
- 2년 내 외국인 교원 50명 확보 계획을 내놨다. 우수 외국인 교원 유치전략은 무엇인지.
“국내 대학들은 아직 부족한 면이 많은데, 우수 외국인 교원 유치의 제 1조건은 만족스러운 주거·편의시설의 제공이다. 3년·5년의 중장기 계약이 필요한 우수 교원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주거시설이 확보돼야 한다. 파주에 건립되는 국제기숙사를 우수 외국인 교원에게 제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다.
6월에는 영어로 제공되는 ‘이화 포털 인포메이션 시스템(EPIS)’을 개통해 국제화 환경을 개선할 것이다. 9월부터는 주거·보험·배우자 영어교육 프로그램 등 각종 서비스를 취급하는 ‘글로벌 원스톱 서비스 센터’를 본격가동할 예정이다. 외국인 교원이 한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각종 편의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 우수 외국인 학생 유치를 위한 프로그램을 꼽는다면.
“제3세계 차세대 여성리더 교육을 목적으로 2005년 시작한 ‘이화 글로벌 파트너십 프로그램(EGPP)’을 들 수 있다. 대사관 협조 하에 선정된 현지 최우수 여학생들에게 4년간 등록금·체제비·항공료를 포함한 1억원의 장학금과 다양한 교과과정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태국·몽골·카자흐스탄 등 22개국 38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으며, 장기적인 선순환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미권 명문대생들에게는 한국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 홍보 차원에서 섬머스쿨 가동도 진행 중이다. 2007년 여름학기에는 200명 규모의 섬머스쿨을 운영할 계획으로, ‘마우스 투 마우스’의 구전효과를 통해 이화여대를 알려나갈 계획이다. 인지도가 높아지면 이화여대를 찾는 외국인 학생들의 발길도 자연스레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