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적립금을 제2금융권과 유가증권에 투자할 수 있게 된 대학이 ‘투자’에 눈을 뜨고 있다. ‘대학이 돈벌이를 하느냐?’는 비난보다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대학도 돈벌이를 해야 한다’는 말이 더 절실하다. 적립금 규모가 커서 대형 자금을 굴릴 수 있는 이화여대나 연세대 정도가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나머지는 9월 규제가 풀리면 전통적인 은행 정기예금 운용에서 벗어나 다각도로 수익사업에 뛰어들 채비다.
국방현 한양대 예산팀장은 “현재와 같은 규제 정책 내에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면서 “예산팀장으로서 1%의 가능성만 있더라도 수익을 높이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학교 내 경영학과에 위원회 등을 설치해 직접 투자를 시도하거나, 고액연봉을 주고 유능한 펀드매니저 등 전문인을 영입해 투자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르는 위험에 대해서는 “리스크가 없으면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가 풀리면 주식전문가 2명과 채권 전문가 2명을 영입해 좀 더 전문적인 운용에 힘쓰겠다”는 ‘구체적인’ 이야기도 나왔다. 주성영 서강대 재무팀장은 “25억 정도면 투자회사를 만들 수 있다. 하버드 대학이 현재 이런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학내에서 상당한 논의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학내 모든 매점과 식당, 주차장 등을 임대가 아니라 대학이 직접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법과 대학이 가진 인프라를 십분 활용해 교육 사업에 진출하는 것도 고려해봄직 하다고 말했다.
경희대는 지난 4월 말 시작한 학교기업 ‘베이커리 경희’와 학교기업 1호인 ‘한방재료가공’ 등을 프렌차이즈 사업으로 특성화하는데 힘쓸 예정이다. 석광세 경희대 기획조정계장은 “매출이 100억원을 돌파했지만 학교 내 수익엔 어차피 한계가 있다”며 밖으로 눈을 돌릴 것임을 예고했다. 아울러 “이번 60주년을 맞아 종합적으로 노후한 학교 건물들을 증축하거나 개·보수해야 한다”며 현재 BTL 등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영대학관·국제회관과 생활과학대학 이외에도 외부기업과 손잡고 수익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6조1,000억원 잡아라” 증권업협회 ‘투자 풀’ 박차=대학이 이처럼 바쁘게 움직이는 가운데 금융계도 잰 걸음으로 따라붙을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 1월 사립대의 돈을 모아 ‘투자 풀’을 구성하겠다는 의견을 보였던 증권업협회는 이번 김 부총리 발표 이후 대학의 ‘뭉칫돈’이 증시로 몰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증권업협회가 예상하는 사립대학의 수익용 기본재산은 약 4.6조원. 여기에다 발전기금 1.5조원을 합하면 대학에서 흘러올 돈은 6.1조원 규모에 달한다. 하지만 외국 대학에 비해 자산운용규모가 작은데다가 현재 안정·단기적 투자위주로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 문제다. 연 수익률도 5%에 불과, 주식과 대체 투자로 연 평균 15% 이상 수익을 달성하는 해외 대학과 대조적이라는 분석이다.
증권업협회는 이에 따라 하버드대, 예일대 등 미국 ‘Common Fund’의 자산운용사례를 벤치마킹한 ‘사립대학 투자 풀’ 모델을 내놓은 바 있다. 사립대학의 돈을 모아 투자 자금을 마련한 후 자산운용전문기관이 주식형·채권형·혼합형 펀드 등 다양한 펀드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이야기다.
김정수 한국증권업협회 회원서비스부 팀장은 “올 1월에 설문조사한 결과 대학의 90% 정도가 사립대 투자 풀 구성에 찬성했었다”면서 “특히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대학의 관심이 높았다”고 밝혔다. 증권업협회는 법 규정만 고치면 대학이 바로 움직인다고 내다보고 이에 맞춰 정부가 규제를 푸는 즉시 대학과 접촉하겠다고 밝혔다.
◆각종 상품 내세워 공략. 대학 상대 강좌도=지난해 말 대학의 자금을 일대일로 맞춤형 관리해주는 상품을 내놓은 굿모닝신한증권도 이번 발표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이 내놓은 상품은 주식 20개와 국내 주식형 펀드, 채권형 펀드에 각각 투자하는 것으로, 여러 종류의 자산 운용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관리해주는 방식이다.
박선오 굿모닝신한증권 고객자산부 랩 운용팀 과장은 “규제 정책이 풀릴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든 상품”이라면서 “대학에서 제법 문의가 들어와 대학에 가 프레젠테이션을 몇 번 했었다”고 밝혔다. 박 과장은 “규제를 완화하면 대학의 투자 성향이 좀 더 적극적으로 변할 것이라 보고 있다”며 “최근 주가가 상승해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어필해 앞으로 대학홍보 활동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 역시 “대학이 어디에 투자하고 있는지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다가 현재 지점을 중심으로 투자와 상담이 진행되고 있어 대학의 투자가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면서 “이번 규제 완화 이후 본사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대학에서도 많은 호응을 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업계 최초로 대학을 겨냥해 사모펀드인 ‘예스펀드’를 출시했던 삼성증권은 7개 대학과 함께 상아탑 펀드를 출시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하종성 삼성증권 홍보팀 차장은 “대학재정 실무자를 대상으로 연 2회 세미나를 열고 있다”며 다음달 전국사립대 재정관리자협의회를 대상으로 강좌 등을 개최, 대학잡기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