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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두뇌의 양성소, 대학연구소 <5>
5부. 대학연구소의 비전과 전략
대학 연구소는 현재 다양한 안팎의 걸림돌들이 둘러싸고 있어 실질적으로 그 기능과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정부만을 혹은 대학만을 또는 연구자만을 탓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라는 점이 대학 연구소의 발전을 주춤하게 하거나 뒷걸음치게 하는 이유이다. 또한 이것이 대학 연구소의 혁신, 대학 연구소와 관련된 전반적인 교육 및 연구 환경의 혁신을 요구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대학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는 대학 연구소가 그 기능과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낼 수 있기 위해서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 것인가. 이번 기획시리즈의 마지막편에서 최근까지 국무총리실 산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민철구 선임연구위원과 한양대 학술정보처장을 역임하고 현재 총무처장 보직을 맡고 있는 이영무 처장, 서울대 기초과학기기공동원에서 정전가속기연구센터장으로 있는 윤민영 교수 등 3인로부터 대학 연구소의 비전과 발전 전략을 함께 들어봤다.  

※글 싣는 순서
1. 대학연구소의 현주소
2. 대학연구소의 역할과 성과I
3. 대학연구소의 역할과 성과II

4. 해외 선진연구소가 주는 교훈
5. 대학연구소의 비전과 전략 



<사진 왼쪽부터 한양대 이영무 전 학술연구처장,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민철규 선임연구위원, 서울대 공동기기원 윤영민 정전가속기연구센터장> 

-. 대학연구소가 안고 있는 대내외적인 문제들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나.

민철구 연구위원 :
우선 안정적인 연구재원이 미비하다는 점을 들지 않을 수 없다. 대학 당국으로부터 안정적 예산이 편성돼 있지 못하고 참여 교수들이 연구비 수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 아닌가. 연구영역의 중요도를 감안해 안정적 재정지원이 전제돼야 우수한 대학연구소가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윤영민 교수 : 연구소의 학문적 역할도 매우 큰 문제다. 이상적인 대학연구소의 역할은 학문의 연구 또는 개발 과정에 일정한 수준의 전문 지식을 갖춘 학생을 참여시켜 연구개발의 목적을 달성하면서 학생이 독립적인 연구 개발을 추구할 가능성을 열리도록 연구 추진의 경험을 쌓게 하는 등 미래 연구자를 양성하는 두 가지 역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학생들은 스스로를 배우는 학생이 아닌 근로자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학생들이 교수의 독선과 학생의 도제적 위치를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단편적 연구, 학생 수준의 경험과 지식으로 추진이 가능한 연구에만 치중하는 연구 풍토로부터 기인하는 문제다. 대학연구소의 기능과 위상 상실의 단적인 예다.

이영무 처장 :
대학연구소는 우수한 두뇌집단이 전문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고유의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 그러나 대학연구소의 현 주소는 학과에 소속된 교수 및 대학원생들이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등록돼 있어 연구소의 위상이 정부출연 연구소 또는 민간연구소와는 다르다. 첫째는 재정자립이 돼 있지 않는다는 점이고 둘째는 재정이 빈곤하다보니 전임연구원들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대학연구소는 행정 사무원 몇 명이 전임으로 일하는 형편이고 따라서 대부분의 대학 연구소는 교수 연구비 관리에 치중하고 있다. 외국의 대학연구소들이 바로 이 전임연구원들이 연구에 전념하며 학과에 겸임교수 또는 연구교수로서 대학원생 강의와 지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 우리나라 대학연구소와는 큰 차이점이다.

민 :
말씀하신 것처럼 전담 연구인력의 부재도 문제다. 박사급 연구자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있다고 하더라도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 중의 일종의 임시 거처 개념이어서 우수한 연구성과가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박사급 연구를 전담하는 연구원의 확보가 시급한 문제다. 대학원생의 절대적인 부족현상도 짚어봐야한다. 특히 지방대학 이공계연구소의 경우 석박사 진학학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 아닌가. 우수한 학부 졸업생의 경우 수도권 소재 대학원에 진학함으로써 일부 대학의 경우 '연구소의 붕괘현상'까지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역시 시급하다.

윤 :
최근에 들어 박사후연구원제도가 십여 년 전에 비한다면야 많이 활성화되고 있으나, 정작 박사급 연구원의 처우 문제에 있어서는 아직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다. 거의 모든 경우 대학교의 직원으로 인식되지 않고 4대보험이나 퇴직금 등이 대개 지원되지 않으며 남성의 경우 예비군 편성도 직장예비군으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수 문제도 교육부나 과학기술부에서 제시하는 추상적 기준 외에는 실제적인 기준 따위는 없고 연구 과제의 연구비 중에서 외부인건비로서 재원을 삼는 경우에는 보수의 지급조차 일정하게 지급되지 않는 경우 역시 허다하다.

전부 대학이 형식적으로는 교육기관으로 스스로를 파악하면서도 제도적으로는 연구 결과, 성과 및 실적을 강요하기만 할 뿐 실제적인 연구 자원이나 연구 환경 조성을 위한 물적, 제도적 지원에 인색하기 때문이다.


-. 대학연구소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지원을 쏟아야할 이유는.

민 : 대학의 진정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본 인프라가 바로 대학 연구소다. 대학의 고유기능은 강의, 연구, 사회봉사 등의 세가지로 구별되지만 향후 창의적 연구 기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미래 대학의 진정한 경쟁력은 연구 능력과 성과에 의해 좌우될 것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대학 연구소다.

또한 대학연구소에 투자와 지원을 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창의적 인재 양성의 수단이라는 점이다. 미래 국가 경쟁력은 창의적 인재양성에 좌우될 것으로 보여지는데 특히 석박사급 고급 인력은 배출의 양이 아닌 질이 중요한 것이고 이들 고급 인력의 질적 수준 제고를 위해 대학 연구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윤 : 그렇다. 인력 양성 기능은 강의를 통해서 달성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기능이다. 각 교수의 실험실 수준에서 달성할 수 없는 큰 규모나 조직적인 연구 개발 등의 경험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연구소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활성화된다면 국가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인프라가 된다. 각 학문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춘 학자들이 모여 있는 대학의 특성상 학제간 연구 개발에 가장 적절한 곳이다. 

이: 대학 연구소에 전임연구원 지원은 대학의 몫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대학 회계 상황을 감안하면, 대학교원충원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대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을 교비로 충당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많은 대학에서 연구비성 경비로 즉 산학단 회계로 인건비를 충당하는데 이렇게 되면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전임연구원이라는 뜻이다.

결국 대학연구소에 전임교수급 정규직 전임연구원들이 많아야 연구소가 활성화 됨에도 불구하고 대학 교비로는 충당이 어려워 외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외국과 같이 외부기금확보를 통해 연구소 활성화가 되면 좋지만 현재 대학 재정이 시설 건물과 같은 환경개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 전임연구원 확보를 통한 연구소 내실화를 결국은 정부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가.

기자재 확보 사업이 약 10여년전 학진을 통해 몇 해 진행되었으나 중점연구소 사업으로 바뀌면서 많은 대학 연구소가 고가 기자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좋은 연구를 하려면 좋은 고가 기자재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학진이나 과학재단에서도 이점을 고려해야 한다.

윤: 공동 이용 설비나 시설의 운영도 대학 연구소의 강점이다. 연구 자원의 효율적 활용 외에도 상호 정보 교류와 새로운 연구방법론의 개발, 확산이 가능하다. 고립된 연구개발의 한계성을 손쉽게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대학을 기반으로 하는 연구시설의 확충에 의해 열려 있다.


-. 대학연구소의 활성화와 역량강화를 위한 비전을 제시한다면.

윤 : 우선적으로 사회와 대학의 재정적, 제도적 지원이 개선돼야 할 것이다. 대학 연구소의 중요성에 상응하는 인사제도와 연구비 관리제도, 전문 홍보 기구 등을 갖추어야 한다.
또 대학 연구소는 소비적 성격에서 완전히 탈피해야 할 것이다. 연구활동이 거의 멈춰있으면서도 차후의 인력 수급이나 전문가와의 연줄을 위해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연구소를 국가가 전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대학 연구소는 산업체 등 사회와 대학의 지원을 주로 하고 연구소 자체의 유지 노력에 의해 운영돼야 한다. 자유로운 연구는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연구소는 무엇보다도 연구와 학문적 아이디어에서 무모할 정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민 : 대학 연구소 전임 연구자 확충이 이뤄져야 하고 대학 연구소에 대한 정부연구개발사업, 예를 들면 특정연구개발사업 등에서 대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대학 평가에서도 대학 연구소의 연구능력과 연구성과의 반영폭을 확대해야 한다. 대학 교수를 강의전담 교수와 연구전담 교수로 구별해서 연구전담 교수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책 확보 역시 중요하다.


-. 대학연구소가 본래의 역할인 연구력과 교육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어떠한 안팎의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민 :
아무런 성과없이 '간판만 있는' 연구소를 대폭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현재 효율성이 높은 분야는 적극 키우고 사회의 요구가 낮고 연구력이 떨어지는 분야는 과감하게 정리하는 동시에 신수요에 대해서는 또한 과감하게 신설해 지원하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윤 : 자유로운 공동 연구 개발과 상호 정보 교류가 가능해야 간과하던 문제의 해결책이나 새로운 의문에 대한 표출이 활성화된다. 학문 발전을 위해서는 학자들 상호간에 유기적인 지식과 정보의 교환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공동연구의 성취가 있어야 한다.

또한 대학에서 양성된 인력의 전문성을 심화시키고 그 인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대학에서 이들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재흡수해야 한다. 대학이 연구 개발의 주체로서 인식되고 있는 만큼 박사후연구원과 연구교수 등이 교육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는 않는다 해도 연구에 전념하는 대학의 인력 구조를 보다 충실하게 확충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역적 특색을 대변할 수 있도록 변신도 필요하다. 소재 지역의 문제점을 우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연구 주제를 발굴하고 지역 사회에 즉각적으로 환원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지역성의 탈피도 고려해야 한다. 연구의 주제를 반드시 지역사회나 국내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 대학연구소가 꼭 소속 대학 캠퍼스 내에 있어야 할 이유도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 두 개의 광역 연구소를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경우에는 각 지역의 여러 대학에서 공동 지원해 설립,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 : 국가차원에서 또한 대학차원에서 필요한 연구소를 계층별로 차별화해서 연구소 운영비와 연구비의 획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대학차원에서 특히 사립대의 경우 특정기술분야를 선정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대학의 매칭펀드를 전제로 한 정부지원 강화도 방법이다. 대학별 명품 연구소는 이렇게 해야 나올 수 있다. 이는 대학의 생존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 마지막으로 대학연구소의 발전적 전략을 제시한다면.

민 :
특정학과, 특정교수의 영향력 하에 움직이는 종속적인 입장에서 어서 탈피해야 한다. 연구소는 독립경영체제로 가야하는데 이는 인적 물적 지원 강화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또한 탁월한 연구성과를 달성해내야 하며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한발 나아가 이에 대한 활용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성과보상체계를 확대하고 특허 등 지적재산권에 대한 연구자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

윤 : 양성 인력을 연구 인력으로서 재흡수할 수 있는 조직과 인사 체계의 도입이 필요하다. 임시직 연구원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안정된 지원을 받는 학자로서의 처우를 해줄 수 있어야 우수한 연구 인력이 모이는 대학연구소를 유지하고 육성할 수 있다.

민 : 교육과 연구의 실질적인 연계 또한 강화돼야 한다. 첨단 과학분야에서 '강의와 연구'의 결합 현상에 주목해야 할 시점인 만큼 미래 첨단 강의 기능을 대학 연구소가 일부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윤 : 또 유기적이고 효율적이며 신속한 정보 교류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학제간 정보교류가 필요한 현실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는 매일, 매주 단위의 정보 교류가 요구된다. 학제간 연구에 눈을 돌리고 학문적 지식을 광범위하게 활용하며 심화시키려는 노력 역시 중요하다. 학제간 연구를 진흥시키는 구심점으로서 대학연구소의 역할은 매우 크다.

마지막으로 대학과 사회의 지원이 확충되도록 여러 경로를 통해 노력해야 한다. 대학과 사회의 기본적 지원 위에 각 연구소별로 독자적 유지의 노력이 더해져야 올바른 위상을 세울 수 있을 것이고 이 중 한 쪽에만 치우치면 대학연구소는 나태해지거나 아니면 유지에만 급급하게 된다.

이 : 전략적으로 세계적 수준의 역량있는 연구원 확보와 재정독립이 필요하다. 우선 재정 확보가 시급하다. 기자재 구입, 전임연구원 채용, 연구 공간 확보 등이 바로 재정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대학별 특성화 연구소에 집중지원 체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지금같이 박사후과정 몇 명 지원의 수준이 아니라 소수의 연구소에 대규모 집중 지원이 필요할 때다. 이렇게만 돼준다면 우리 대학에서 세계적 연구소가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윤지은 국장 기자 (alice@unn.net) | 입력 : 07-06-25 오후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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