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교육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무상으로 교육 받고 실력과 적성에 따라 '평등하게' 학교를 선택하는 독일식 교육이 경쟁력을 우위에 두는 방식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1년과 2003년 실시한 학업 성취도 국제비교(PISA)에서 독일 학생들이 중하위권 성적을 기록하면서 독일의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심화됐다.
PISA 평가가 나온 이후 독일식 평준화 교육 방식과 적성에 따른 학교 구분 방식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으며 공교육 전반에 대한 개혁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초등학교 4년 과정을 졸업할 때 학생의 성적과 소질을 감별해 하우프트 슐레, 레알 슐레, 김나지움 등 3개 학교로 나누어 진학하는 조기 분리 교육에 대한 비판이 집중되고 있으나 이를 개선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공교육의 천국으로 불리던 독일에서 사교육에 눈을 돌리는 학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교사가 부족한 베를린의 공립 초등학교(그룬트 슐레)에서는 수업 결손이 심각하다. 또한 학교가 일찍 끝나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 등 자녀를 돌볼 시간이 부족한 부모들은 자녀를 다시 유치원의 방과후 과정(호르트)으로 보내야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그러나 사립학교는 기본적으로 충분한 교사를 확보하고 있고 학교에서 더 많은 수업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공교육에 불만을 가진 학부모들이 사립학교에 관심을 가지면서 사립학교 진학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독일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립학교에 진학한 초등학생 수가 1995년에 비해 60% 가량 늘어났다.
독일사립학교연합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독일 학부모 4명 중 1명은 유용하다고 판단되면 기꺼이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낼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재계도 독일의 평준화 교육 방식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엘리트 교육 기관 창설을 요구하고 있다.
디터 훈트 독일고용주협회(BDA) 회장은 "독일 경제는 향후 수년 안에 고급 인력 부족 사태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고 말하고 이 같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우수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엘리트 대학 설립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런 재계의 요구에 부응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베를린에서는 엘리트 양성 기관인 유럽경영공학대학원(ESMT) 새로 문을 열었다. ESMT는 유럽 내 최고 경영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기업의 지원을 받아 엘리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독일 브레멘과 프랑크푸르트 인근 지역에도 이런 사립대학이 설립돼 인재를 기르고 있다.
또한 독일 정부는 독일 대학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엘리트 대학을 선정해 이들 대학에 재정 지원을 집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 학계와 정치계 인사들로 구성된 '엘리트대학 심사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뮌헨 공대, 뮌헨 루트비히-막시밀리안 대학, 카를스루에 대학 등 3개 대학을 1차 재정지원 대상 대학으로 선발했다.
이들 대학은 향후 5년간 첨단 분야 연구 진흥 등을 위해 각각 1억유로 이상을 연방정부와 주정부로부터 지원받게 된다.
독일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독일 대학의 연구 성과를 증진하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06년부터 2011년까지 19억유로를 대학의 연구 진흥을 위해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엘리트대학 후보로는 베를린 자유대, 아헨공대, 브레멘대, 뷔르츠부르크대, 하이델베르크대, 튀빙엔대, 프라이부르크대 등이 포함돼 있다. 심사위원회는 앞으로도 재정 지원 대상 대학을 추가로 선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