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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도 정규직 전환 논의 '솔솔'
건국·고려·국민·외대등 비정규직 대책 논의
무기한 계약·중규직 도입 등 우려도 제기

지난 1일부터 기간제법 등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되면서, 대학들이 비정규직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몇몇의 대학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검토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학교측과의 단체협상에 들어간 건국대 직원노조는 단체협약안(案)에 비정규직 운영·처우에 관한 개선사항을 포함시켰다. 노조가 신설을 요구한 단체협약 제26조 3항에는 ‘대학은 2007년 7월 1일 기준으로 2년 이상 근속중인 비정규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고용안정을 도모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건국대의 비정규직 직원은 100여명 정도다. 유영만 노조위원장은 “향후 근무한 지 2년 이상 되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길을 열어놓기 위한 대책”이라며 “학교측에 2년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이 시험이나 근무평정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보자고 요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대학본부도 비정규직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해 제도개선 논의에 들어갔다. 김기홍 총무처장은 “비정규직법이 제정됐으니, 법 제정 취지에 맞게 개선해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지금은 비정규직 현황을 파악 중이고, 이후 구체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대도 지난달 초 ‘비정규직심사평가위원회(가칭)’와 ‘비정규직관리효율화분석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비정규직심사평가위에는 본부측의 인력개발팀과 기획예산팀, 그리고 노조지부장 등이 참석한다. 위원회는 현재 200~300명의 비정규직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만약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전환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

비정규직심사평가위원장을 맡은 김익수 총무처장은 “비정규직법이 시행됨에 따라 우리 대학도 비정규직의 차별적 근로조건에 대한 개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예산이 허용되는 범위에서 개개인에 대한 평가, 인터뷰를 거쳐 자질이 되는 사람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대학은 한국외대다. 한국외대는 최근 비정규직 31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 논의를 마쳤다. 현재 이 안은 인사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총장과 이사장 결재만 받으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확정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외대에 재직중인 비정규 직원 31명은 호봉제를 인정받고, 각 부서로 일반직원과 같이 편입돼 정규직으로 일하게 된다. 노조관계자는 “정규직화를 위해 경력에서 3년을 뺀 나머지 50%만 인정한다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 지난 날 있었던 학교측과의 갈등을 극복하고 이끌어낸 전향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대학들의 이런 움직임 중 주목되는 것은, 기간제 특례대상에 포함된 행정조교 등 ‘직업형 조교’에 대한 정규직화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17일 발표된 비정규직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대학조교는 계약기간 2년을 초과해서도 계속 고용할 수 있는 직군에 포함됐다. 그러나 최근 몇몇 대학에선 정규직으로 전환시키지 않아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 ‘직업형 조교’에 대한 정규직 전환도 논의되고 있다. 

국민대 직원노조는 학교측과 지난 3월부터 시작한 단체협약부터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논의했다. 국민대는 ‘행정실습조교’란 이름으로 직업형 조교 1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노조관계자는 “행정실습조교의 경우 직원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일정한 시험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논의 중인데, 이에 합의를 보게 되면 향후, 계약 2년이 되는 조교들의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노조도 단체협약안 중 26조 3항(2007년 7월 1일 기준 2년이상 근속중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행정조교를 포함시켰다. 또 ‘오는 9월부터는 행정조교를 신규 충원하지 않으며 부족 인력은 정규직으로 충원한다’는 조항도 집어넣었다. 유영만 노조위원장은 “행정조교는 학교가 정규직과 똑같은 근무를 시키면서 임금을 착취하는 것”이라며 “조교는 말 그대로 교수를 도와 교육과 연구를 담당하는 것인데, 취업난을 악용해 필요한 인력을 '행정조교'란 이름으로 채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외대를 제외하면 이들 대학의 논의는 아직 초기단계다. 논의결과에 따라선 무기한 계약으로 법망을 피해가거나 용역업체와 인력수급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 또 별도의 근로계약을 맺어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닌 ‘중규직’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중규직'은 정년을 보장받되, 임금 등에서는 여전히 차별을 받는 계층을 일컫는다.

실제로 서울의 모 대학은 지난 2003년부터  직업형 조교를 무기한 계약으로 채용해 사실상 비정규직으로 활용하고 있다. 45세까지는 정년이 보장되지만, 임금은 정규직의 60% 수준이다.

이 대학에서 근무하는 행정조교 A씨는 “대학들의 정규직 전환논의는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정규직 전환이라고 하지만, 정년만 보장되고 임금 등에선 차별을 받는 '중규직'으로의 전환이 아닌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규직 전환에 합의한다고 해도 예산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실제로 전환되는 규모는 극히 소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 대학의 총무처장은 "정규직 전환은 논의중인 비정규직 대책 중 하나의 선택지에 불과하다"며 "재정에 한계가 있는 학교로선 무기한 계약, 외부용역과의 계약, 재계약 포기 등의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07-07-05 오후 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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