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블레즈 파스칼 장학금 수여식장에서 만난 필립 티에보(Philipe Thiebaud) 주한 프랑스 대사는 공교육 중심체제인 프랑스 대학들도 최근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며 자율성과 유연성을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외부에서 재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재정적 유연성을 넓히고 전공 분야 확대,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에 대한 자율성을 확보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대학 개혁안이 프랑스 의회에 제출된 상태다.
티에보 대사는 한국 교육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세계 속의 한국 교육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긍정적이라며 그러한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대학과 정부의 공동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프랑스의 대학 교육에서 최근 나타나고 있는 변화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 최근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교육적 변화에 대한 요구가 늘었다. 대표적인 것이 대학의 자율성 확대다. 대학이 요구하는 자율성은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자율성의 개념과는 전혀 다르다. 프랑스의 경우 정부가 학생 선발권을 가지고 있으며 대학은 그에 대한 권한이 없다. 등록금 자율이나 입시 자율과 같은 개념은 프랑스 대학들이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 대학들이 요구하는 자율성은 전공분야를 늘리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에 관련된 것이다. 또한 학생 수에 따른 정부 지원만을 제한적으로 받도록 돼 있던 대학들이 외부에서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재정적 유연성의 확대, 대학운영위원회의 역할 확대, 외국 대학과의 협력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대학교육개혁안이 현재 의회에 제출된 상태다. 현 정부의 분위기로 봐서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 유럽교육이 공교육 중심이지만 최근 경쟁 개념이 포함된 미국식 시스템의 도입에 대한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 같다.
“프랑스 대학 시스템은 철저하게 공교육 중심 체제다. 등록금도 연 50만원 수준으로 한국이나 미국 등과 달리 현저히 낮다. 그랑제꼴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대학이 공교육 체제에 놓여있다. 국가가 보장해주는 이 같은 대학 교육 시스템을 두고 미국식으로 체제를 바꿔나갈 이유는 없다.
유럽 일부에서 그러한 움직임이 있지만 프랑스 그랑제꼴 시스템은 교육 수준도 높고 학생들도 까다롭게 선발하는 등 미국식 경쟁 시스템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 최근 한국에서는 정부와 대학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프랑스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
“물론 그렇다. 한국과 프랑스의 대학 교육 시스템 간의 차이가 워낙 커서 상호 비교하기는 매우 곤란하다.
그랑제꼴을 제외하고 모든 대학은 국가가 선발한 학생들을 받아들여 우수한 교수진과 프로그램을 통해 가르치고 연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대학이 자체적으로 선발도구를 갖는다는 것은 프랑스에서는 생각하기 어렵다. 프랑스에서는 어떤 대학에서 어떤 학위를 받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체계화려는 데 정부와 대학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대학과 달리 프랑스의 그랑제꼴은 오히려 한국의 사립대학들보다도 고유권한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면.
“한국 교육 자체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곤란하다. 워낙 프랑스와 시스템 차이가 많고 전문 분야도 아니다보니 쉽지 않다.
다만 한 마디 한다면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교육 경쟁력이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고교졸업률이나 대학진학률에서 보면 세계 최상위권 수준이다.
간과하지 말아야할 것은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해외에서 학위과정을 밟는 학생들은 그 어느 나라 출신보다도 성공률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 교육의 가능성을 스스로 인식하고 이를 발판으로 교육 역량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정부와 대학이 다같이 노력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