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생들은 모교를 '최고의 대학'이라 생각했다. 단, 국내의 입학성적에 기반한 대학 서열짓기와는 다른 개념이다. 에세이·인터뷰·교외활동 등 다양한 선발기준과 이에 상응하는 세부 교육프로그램과 자율적 분위기를 지칭한 것이다.
18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이화-하버드 섬머스쿨' 프로그램의 인터뷰 참가학생들은 "하버드대는 입학하기까지의 성과보다는 입학 이후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선발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수학생 선발에 사활을 걸어온 대학 관계자들이 귀담아 들을만한 체험담이다.
하버드대생 조은혜(Grace Cho) 씨는 "SAT 성적이나 교외활동 참여도는 그리 우수하지 않았다. 인터뷰나 에세이에서 성장환경과 개인적 잠재력을 인정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판트(Marino Auffant) 씨도 "도미니카 공화국 출생, 프랑스와 러시아에서의 다양한 국제 환경 체험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상이한 환경에서 얼마나 스스로 원하는 것을 추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하버드대가 들어가기 어렵고, 좋은 대학이란 점에 동의한다"면서도 "우수한 성적의 신입생이 '좋은 대학'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일한 최고 대학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양한 관점에서 다수의 좋은 대학들이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졸업생이더라도 그에 걸맞은 노력이 있어야 타이틀이 의미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대학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화여대생 장유진 씨는 "한국도 일률적 선발기준을 탈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화여대 국제학부는 에세이(50%)와 인터뷰
(50%)로 평가했으며, 내신성적은 요구 기본점수만 넘으면 됐다"고 말했다.
지도교수인 하버드대 에커트(Carter Eckert) 교수는 "잠재력이나 가능성의 명확한 척도를 세우는 일이 쉽지 않다"면서도 "하버드대에 최고 우수학생과 교수진이 모였다는 자부심이 사회적 공공성을 인정하고, 이를 추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고 첨언했다.
미국 하버드대·MIT 재학생과 국내 이화여대·연세대 학생 등이 참여하는 이 프로그램은 에커트 교수의 지도하에 지난달 20일부터 진행됐다. 에커트 교수는 하버드 옌칭연구소(한국학연구소) 설립을 주도한 한국학의 대가로, 이날의 인터뷰 자리는 그간 수업을 진행하며 겪은 한국문화와 역사에 대해 토론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