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특강' 'ㅇㅇ교수법' 등 교수법 특강이 대학가에 확산되고 있다. 아무리 어려운 학습내용이더라도 좋은 교수가 '잘만(?)' 가르칠 수 있다면 학생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본지는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의 '교수강의법: 가르침의 본질'을 연재한다.
박 교수는 현재 미국 피츠버그대학에 교환교수로 나가 강의 하고있고, 「대학 강의의 본질」을 주제로 삼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서울대 학부와 대학원을 거쳐 미국 피츠버그대 교육행정학과(Ph.D.)를 졸업했고. 전세계비교교육학회(WCCES) 부회장과 교육부평가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교육혁신위원회 전문위원과 본지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학생들이 수업 전 읽을거리를 미리 읽어오도록 하기 위한 일반적 기법에 대해서는 앞의 글에서 소개한 바 있다. 일반적 기법은 학생의 능력과 흥미, 그리고 여건 면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경우 그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일반적 기법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줄지 않을 경우가 있다. 무엇보다 수강생들이 읽어오지 않는(못하는) 이유에 대한 분석이 선행해야 한다. 진단에 따른 올바른 처방이 있을 때, 보다 많은 학생들이 주어진 자료를 읽고 강의에 참여하게 된다.

언젠가 읽을거리를 읽어오지도 않고, 수업 중에 조는 학생을 본 적이 있다.
연구실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여러 집을 돌면서 일주일 내내 과외를 하고 있다고 했다. 가정 형편 때문인가 싶어 물었더니 그 것도 아니었다. 면담 과정에서 그와 비슷한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매 강좌 첫 시간 학생들에게 ‘매춘금지령’을 내렸다. ‘매춘’(賣春)을 문자 그대로 풀어보면 인생의 봄을 파는 행위이다.
좋은 음식을 위해서 그리고 보다 편안하고 즐거운 생활을 위해서 젊음의 시간을 파는 행위는 또 다른 매춘이다. 지금은 젊음의 시간을 팔 때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 생계를 위해 그리고 경험을 위해 과외를 하나 정도 하는 것이야 금할 수 없지만 그 이상으로 과외를 하는 것은 자제하라는 부탁이다. 수업 받을 준비를 제대로 해오지 않을 경우 가해질 벌칙도 보다 구체적으로 정했다.
또 다른 학생은 특기자 전형으로 들어와 강의를 따라가기가 어렵다고 실토했다. 그에게 기초적인 읽을거리를 별도로 제공하고, 실력이 나은 학생을 멘토로 붙였다.
수업 받을 준비를 해오지 않는 학생을 개인의 능력, 흥미(동기), 개인이 처한 여건 등의 세 가지 특성에 따라 분류하면 총 8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흥미와 관계없이 점수에 맞춰 입학한 학생들이 많은 전공, 필수여서 어쩔 수 없이 듣는 학생이 많은 강좌, 수강신청 과정에서 밀려 내 강의를 선택하게 된 학생들이 많은 경우에는 읽을거리 선택에서부터 학생들의 흥미와 동기 유발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필수 과목의 경우 그 과목이 해당 전공에서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이유, 향후 진로에서 이 과목이 차지하는 비중, 읽을거리의 유용성 등등에 대해 학생이 수긍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설명을 덧붙이는 것도 필요하다.
때로 과목을 수강한 지난해 학생이나 대학원생을 불러 해당 과목과 읽을거리의 중요성 및 유용성에 대해 자신들의 생각을 이야기하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내가 담당하는 필수과목 강좌에서는 학생들에게 강좌와 관련하여 배우고 싶은 내용과 읽을거리를 제안하도록 하여 이를 추가하거나 종전 읽을거리와 대체하기도 한다.
만일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의 비율이 더 높다면 교수는 욕심을 버리고 교재와 보조 자료의 수준을 낮추는 것이 현명하다. 학생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가 가르치는 과목의 학생들이 반드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수준과 내용에만 초점을 맞춰 읽을거리를 선택하면 일반적인 기법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수준은 낮지만 의욕은 가지고 있는 경우, 책 읽는 방법을 가르치고, 해당 자료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전 단계의 기초 자료를 소개하자. 뛰어난 학생이나 대학원생을 멘토로 묶어주면 문제를 더욱 완화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가 매년 지속된다면 대학 당국과 협의해 보완책을 근본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직업이 있는 성인학생이 주를 이루는 강의에서는 읽을거리의 양을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해야 한다. 직업 혹은 가사 부담으로 읽을거리를 모두 읽어오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의 경우, 그들과의 면담을 통해 읽을 분량을 개별 수준에 따라 차등화하는 것도 고려할 만 하다.
읽어오지 않는 원인을 분석할 때 주류 학생의 특성뿐 아니라 예외적인 상황에 있는 일부 학생의 상황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수가 ‘길 잃은 양을 찾아 떠난 목자’가 될 때, 읽고 수업 받을 준비를 해오는 학생의 비율은 높아질 것이다.(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본지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