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길= 정부의 구상대로 발전안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교육투자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국립대에 특별회계제를 적용, 재정을 독립시키고 운영을 자율화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고등교육에 대한 책임을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대 재정운용의 자율화'는 오히려 대학재정구조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 지자체들이 재정 확충 방안으로 거시적인 대안을 내지 못하고, '자기 지역에서 담배 사기'를 권장하는 등 지엽적인 시각에 그치고 있는 것처럼, 대학도 큰 틀에서 교육재정을 확충한다기보다 당장 끌어모으기 쉬운 돈을 노릴 우려가 크다. 결국 학생 등록금을 사립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게 돼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분으로 갈 수밖에 없다.
△노종희= 국립대는 사립대가 할 수 없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학문분야 등을 육성해야 한다. 또 지역간 특성을 고려해 국립대간에 그 역할을 나눠야 한다. 국립대 발전방향으로는 각 지역의 교육 문화 경제 등의 중심역할을 하는 권역별 거점대학 육성을 들 수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국립대 민영화 방안은 경쟁개념을 도입하자는 얘긴데, 이론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국립대마저 정부가 민간에게 넘긴다면 국가는 교육에 대해 얼마만큼 책임질 것인가. 국립대 통합화는 긍정적이다. 서로 합쳐서 비용을 줄이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만큼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수오= 정부의 국립대학발전계획은 국가경쟁력을 키우고 대학경쟁력을 키워 가는 과정으로 본다. 그 동안 난립된 대학의 현실은 학생수급이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고, 각 대학을 백화점식으로 운영하고 자기중심적으로 양적 팽창시켜 대학 본연의 의의를 소홀히 하고 망각해왔다는 반성을 갖게 된다. 이번 대학 자체발전계획을 통해 우리나라 전체 대학들이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바를 정하고 대학 스스로가 긴 안목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윤자=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현 정부들어 오히려 교육예산은 줄어들었다. 국립대발전안을 보면 국립대를 경쟁체제로, 경영마인드로, 기업마인드로 가져간다는 것이 기본 정신이 되고 있다. 경제논리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교육의 공정성을 강화쪽으로 발전계획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립대에도 공공재산을 투입해야 한다. 교육정책의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 지난 95년 도입된 학부제 실시이후 전공편중 현상이 심화되면서 여전히 대학가에서는 혼란을 빚고 있는데, 개선방안을 모색한다면.
△이수오= 학생들에게 다양한 전공분야를 접하게 하고 기존의 학문분야를 아우를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근본 취지이지만 출발부터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고 본다. 기초학문의 부실과 학문간 서열화로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라는 기형적인 현상이 발생하였고 종래에는 학생의 전공선택권이 박탈되는 결과를 낳았다. 앞으로 교양교육의 재확립과 내실화 차원에서 대학의 교양교육 프로그램이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분야를 골고루 폭넓게 공부할 수 있도록 인지능력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학부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학부중심교육과정의 개발과 운영, 모집단위내 공통전공 교과과정 편성, 모집단위 내외간의 연계 복합교육과정 개발 등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전공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고 졸업학점 폭의 확대로 재학중 다양한 학문을 접할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
△김윤자= 학부제가 나쁘다고 다시 학과제로 돌아가는 것만이 대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전의 학과제는 과를 경계로 높은 경계를 쌓고 전공이기주의에 빠져 있었다. 교수는 교수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학제간 연구 교류가 불충분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단순히 학부제 문제, 이런 게 아니라고 본다. 대학의 전횡구조가 바뀌고 교육부의 일방적인 지시구조가 바뀐다고 한다면 학부제에 대해서도 열어놓고 교수 학생들이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노종희= 학부제가 보다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현재 획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과정에서 생겨나고 있는 점들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최소전공인정, 이중전공, 다중 전공제 시행으로 학생들의 전문성이 떨어져 취업후 산업현장 적응능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공과대들은 현재 '공학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예를들어, 현재 학부제 아래서는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자격증을 취득하더라도 국제 기준에서 볼 때 필수 학점이 적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