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한나라당 이명박·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민주노동당 권영길·민주당 이인제·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와 창조한국당(가칭) 문국현 예비 후보 캠프에서 추천을 받아 정책을 담당하는 교수 6명을 만났다. 그들에게 해당 후보를 왜 지지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대선이 어떻게 펼쳐질지 물었다.
“이명박의 맞수? 누가되든 상관없다”-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정책기획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후보가 서울시장을 지낼 때 자문을 비롯해 여러 방면에서 그동안 핵심 브레인으로 이 후보를 도왔다.
그는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로 ‘경제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꼽는다. 정치권과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 있게 경제에 전념할 수 있는 사람은 이명박뿐이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 후보의 한반도대운하와 관련 ‘토목업자’ 이미지가 겹친게 못마땅하다.
“고속도로 하나 만들려면 산을 깎아내야 한다. 하지만 강바닥을 파내면 물의 양이 늘어나고 오히려 강이 살아난다. 배 한 대가 트레일러 200대 역할을 한다. 배기가스도 상당수 줄어든다. 그리고 온 나라 강을 다 갈아엎는다고 우려하는 사람이 많은데 540km 중 40km만 공사하고, 나머지 500km는 한강과 낙동강을 이용한다. 환경을 파괴한다고 하는데 운하야말로 가장 환경친화적 교통수단이다. 그런데 이것을 ‘토목공사’라고 치부한다. 좀 억울하다.”
현재 이 후보의 지지율은 50%를 넘나들고 있다. 하지만 곽 교수는 “이 후보는 절대 ‘대세론’ 따위에 안주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 강력한 맞수를 꼽아달라고 하자 “없다”고 답한다.
‘누구와 붙어도 자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누구와 붙어도 상관없다’는 이야기다. 상대방을 폄하하고 깎아내리기보다 경제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 나라를 살릴 정책을 내세워 국민들에게 평가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정동영이 같이 가는 사회 만든다”-권만학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권만학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오랜 지기다. 정 후보와는 서울대 72학번 동기로, 73년 10·2 집회에서 붙들려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서 만나 친구가 됐다.
현재 정 후보 진영 정책위원장인 그는 정 후보를 “따뜻한 가슴을 지닌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정 후보는 어린 시절 가난했고 혜택 받지 못했다. 그래서 기회를 박탈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정 후보는 그늘진 곳을 보듬고 통합해 ‘같이 가는 사회’를 만들 것이다.”
반대로 이명박 후보에 대해선 “20대 80의 정글경제·차가운 시장경제를 만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이 후보의 대표 공약인 한반도대운하에 대해 “부동산 값 올리고 서민 울리는 정책”이라면서 “항공·우주산업 등 첨단산업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 교수는 이와 함께 정 후보가 통일부 장관 시절 개성공단을 완공한 점을 들며 평화경제의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이야기는 모두 정 후보의 ‘통합’ 철학과 맞닿아 있다. 경쟁을 하더라도 인간다운 선의의 경쟁을 하고 뒤처진 사람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
범여권 통합에 대해서는 “2002년 노무현-정몽준처럼 해법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현재 범여권 후보 중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달리는 정 후보가 향후 이인제 후보와 문국현 예비 후보를 흡수, 이명박의 대항마로 부상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향후 정치구도는 개혁(정동영) 40%, 보수(이명박) 40%, 그리고 나머지 20%를 두고 이-박이 정책·도덕성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권영길이 결국 대안이다”-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오른쪽에 있던 한나라당은 왼쪽으로, 왼쪽에 있던 열린우리당은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민노당이 제 1야당이 되는 절호의 기회다.”
200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장을 지낸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도를 표방하며 가운데로 쏠린 정치판에서 민노당이 왼쪽을 아우르는 야당으로 거듭날 것이라 보고 있다.
그리고 권영길 민노당 대선 후보가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라 믿는다.
“권 후보에게는 ‘신뢰감’이라는 무기가 있다. 민노총 위원장 출신으로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는데 많은 노력을 했고 민노당 대표로서 민중에게 신뢰감을 얻고 있다.”
하지만 ‘대권 삼수생’인 권 후보의 지지율은 좀처럼 바닥에서 변동이 없다.
장 교수는 “당내 경선 후보였던 심상정 의원과 노회찬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세, 대선 체제를 갖추고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적어도 11월 중순까지는 5%, 본격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 10% 이상도 가능하다는 것. 권 후보가 또 다시 대선 후보가 됐다는 것은 당내 계파 갈등을 아우를 수 있는 가장 친화력 있는 후보가 아니겠냐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양극화’를 꼽는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실패했고, ‘대안’으로 떠오르는 문국현 예비 후보에 대해선 “정치의 핵심은 싸움이다. 문 후보는 잠재력은 있지만 싸움을 해본 경험이 없다”고 고개를 젓는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등 사회 밑바닥에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진보정치를 강화해야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다. 권영길 후보가 결국은 대안이다.”
“이인제 후보야말로 지도자감이다”-정기웅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
“이인제 후보는 순수하면서도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옆에서 지켜보며 항상 ‘이런 사람이야말로 지도자감 아니겠나’하고 생각해왔다.”
정기웅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인제 민주당 대선 후보와 10년 넘게 알고 지냈다. 이 후보가 97년 신한국당 독자출마를 준비할 때 정책자문으로 만난게 인연이었다.
정 교수는 이 후보가 내세우는 ‘중도개혁’이 답이라고 말한다.
김대중 대통령 때 IMF가 터지면서 유입한 신자유주의를 걷어내고, 무리한 진보의 길을 걸었던 노무현 대통령으로 어긋난 사회를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은 이 후보가 적임자라는 것.
정 교수는 이 후보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충분하다”면서도 1997년과 2002년 두 차례 경선 불복에 대한 이미지가 이 후보를 막는게 못내 안타깝다.
이 후보 역시 지난 7월 대선출마 선언을 하며 이를 공식 사과한 상황. 그나마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 불복의 이미지가 많이 감소했다고 보고 있다.
정 교수는 앞으로 이 후보가 다른 후보에 비해 많이 알려진 점을 이용, TV토론을 통해 11월 초가 되면 지지율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장담한다.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와 이 후보 출생지인 충청, 그리고 지지 기반으로 분류하는 경기·서울을 아우르는 이른 바 ‘서부벨트’에서 지지율이 오르면 역전이 가능하리라며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진다.
“문국현 후보처럼 정치를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정동영 후보? 기반이 전북뿐이고 언론에서 아무리 띄워줘도 10%를 못 넘고 있다. 이인제 후보 밖에 없다. 일단 이긴다고 보고 열심히 도울 생각이다.”
“심대평의 분권형 정치가 미래다”-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심대평 국민중심당 후보의 지지율은 지지기반인 충청권에서 35%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적인 지지율은 1%에 불과해 ‘충청권에서만 통하는 후보’라는 평을 듣는다.
심 후보를 지지하는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격적으로 대선전에 돌입하지 않아 향후 지지율은 크게 변동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지율은 낮지만 박 교수는 심 후보가 내세우는 분권형·지방중심의 정치, 국민중심주의, 창조적 실용주의, 통합적 대북관계를 통한 한반도 통일논의, 생산적 복지 등의 정책이 우리나라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담고 있으며, 심 후보가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박 교수는 심 후보가 충남 도지사 시절 정책자문교수로 활동하면서 심 후보의 인간됨을 개인적으로 경험했다고.
다른 후보에 비해 정치적으로 전문적이고, 도덕적으로 깨끗하다는 점, 이와 함께 비전과 희망, 철학적 소신도 분명하고, 정치에 대한 책임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실천하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저조한 지지율 때문에 다른 후보와 연합할 수도 있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대중적 지지에 따른 정치적 연합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하면서도 “다만 새로운 정치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한 정책적 연대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에 대해서는 “전국을 토목공사의 소용돌이에 넣는 20세기 개발 정책”이라며 심 후보의 ‘해저터널’ 공약을 내민다. 전남-제주를 연결하고 향후 한국-일본, 한국-중국-몽고를 연계하는 해저터널을 건설해 ‘동북아시아 몽골리안 경제문화 벨트’를 건설하자는 의도다.
“문국현-이명박 양강 구도 될 것” 윤원배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현직 사장이 재벌을 비판한다는 거,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걸 보고 문국현을 지지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가칭) 대선 예비 후보 자문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원배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실련 정책위원장 시절부터 문 후보를 눈여겨봤다.
문 후보가 작년 뉴 패러다임센터 일자리 창출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후부터 적극 돕고 있다.
윤 교수는 문 후보에 대해 “누구나 한 번 관심 있게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빠질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유한킴벌리 뿐 아니라 나라까지 바꿀 수 있는 에너지가 가득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가 대통령이 되면 사회가 많이 바뀔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낡은 경제 사고를 지닌 이명박식 패러다임으로는 힘들다. 70~80년대 현대건설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승부해야 한다.”
윤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문국현식 패러다임’을 내세운다. 근로시간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근로자를 학습시켜 선진국의 30%에 불과한 중소기업 경쟁력을 끌어올려 상생의 길로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윤 교수는 “지지율은 곧 뛸 것”이라고 말한다. 윤 교수는 이와 관련 11월 4일 창당을 지나면 이명박과 문국현 양강 구도로 대선 레이스가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범여권을 비롯해 반 이명박 세력이 결국 문국현이라는 태풍의 눈으로 흡수되지 않겠느냐는 것.
그는 이에 대해 “상당수의 범여권 의원들이 대거 문 후보 쪽으로 올 것이다. 국민이 문국현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