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인가와 개별정원 배분 등에 실질적 결정권을 가진 법학교육위원회(위원장 신인령·이하 법학교육위)가 최근 인가 기준에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포함시키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지방대 간에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등 비교적 많은 사시 합격자를 배출한 대학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반면, 그간의 ‘실적’이 없는 지방대들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대로 지역균형 원칙과 사시 합격자 수를 종합해 심사를 진행할 경우, 기존의 지방 거점국립대에 로스쿨이 설치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논란의 진원지는 법학교육위이다. 법학교육위가 ▲선정을 위한 객관적 지표의 필요성 ▲교육 여건 및 노하우에 대한 평가수단의 필요성을 들어 사시 합격자 수를 로스쿨 인가의 주요 잣대로 감안키로 한 게 컸다.
법학교육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정병석 전남대 교수는 “사시 합격자 수를 인가기준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히고 “실적 평가 없이 로스쿨 운영에 대한 계획만으로 인가 여부 결정이 어렵다. 사시 합격자 수는 국민들도 법학교육에 있어 첫 번째로 생각하는 객관적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22일에는 지역균형을 고려한 권역별 심사가 폐지돼 수도권 대학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설도 제기됐으나, 교육부의 긴급진화로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아연 긴장했던 지방대들도 각자 득과 실을 따져보며 ‘주판알 튕기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기존에 높은 실적을 거둬온 지방 거점국립대는 법학교육위 논의방향을 ‘청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사시 합격자 수에서 10위권을 꾸준히 유지해온 경북대·부산대·전남대는 물론, 최근 6년간 41명의 합격자를 낸 전북대도 호남·충청권 2위라는 점에서 비교우위를 주장하고 있다.
김민중 전북대 법과대학장은 “로스쿨 총정원을 늘리지 않겠다는 교육부의 입장은 유감스럽지만, 총정원을 제외한 세부 방침은 오히려 실적을 올려온 지방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로스쿨 유치 가능성이 커지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반면 이른바 ‘실적이 부족한’ 지방대는 불만이 거세다. 올해 사시에서 서울·경기지역을 제외한 지방 사립대 중 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 비교적 사정이 나은 원광대도 “로스쿨 인가와 사시 합격자 수를 연계시키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최행식 원광대 법과대학장은 “비록 이번에 우수한 실적을 냈지만, 사법시험 합격자 수와 로스쿨 인가를 결부시키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로스쿨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기존 법조 특권의 틀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방 국립대와 사립대간 등록금 격차 등이 사시 합격자 수 차이에 영향을 끼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윤용규 강원대 법과대학장은 “수도권에서 법학 교수들을 싹쓸이해 간 상황에서 지방대로선 로스쿨 인가 자체가 메리트가 됐다. 우선 로스쿨을 인가 받아야 우수교수와 실무경력교수 등 교수 충원도 가능할 것”이라며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Winner takes it all)’ 게임이 된 현 상황을 우려했다.